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683127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1-08-13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사라지는 마술
2. 그 사람을 안다고 믿는 일
3. 다시 유턴
4. 균열, 미세하고 분명한
5.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응?
6. 처음, 사과
7. 질문의 시작
8. 짜릿한 축제 속으로
9. 남은 자들
10. 가장 높이, 오래 뜨는 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단식 일주일째는 되어야 알게 되는 기분이 있다. 어떤 흐름의 끝에 안착했을 때의 평안함. 새끼손톱만 한 구멍에 물음표 모양의 쇠고리가 탁, 하고 걸린다. 아무리 바깥에서 요란하게 흔들어도 풀리지 않는, 당기면 당길수록 견고해지는 그런 상태. 모든 게 잘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봉희는 손바닥을 빠르게 움직여 배를 난타했다. 몸은 단식 초반의 사나운 저항을 지나 온순해졌다. 이럴 때는 더 못살게 구는 게 맞다. 연료가 고갈된 몸이 곳곳의 지방을 가져와 부지런히 태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겐 운남이 필요했다. ‘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이름은 그랬다. 단식을 통해 30 넘게 감량한 운남은 아직 70대였다. 예전처럼 초고도 비만은 아니었지만 의학적으로 아직 숙제가 남은 비만이었다. 인터넷에 나도는 패션 몸무게에 비하면 갈 길은 더욱 멀었다. 석 달 안에 51까지 만들어야 했다. 가장 정석으로, 건강한 방법으로.
몸은 복수의 화신이다. 잘 당하지만 당한 만큼 보복한다. 어설프게 덤비면 원래 몸무게에 5 정도의 살덩이를 더 얹어 강한 펀치를 날린다. 그걸 몇 번이나 겪었기에 다이어트를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일지 모른다. 무기력과 자책, 자신의 몸에 대한 무례한 반응이 준 상처가 한데 섞여 더 깊은 우울을 만들었을 것이다. 봉희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다.
“우리 단식원에 와보실래요? 제대로 된 방법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여자에게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