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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ISBN : 9791166844287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5-07-21
책 소개
목차
◆ 슈타른베르크에서의 어느 오후
◆ 전도된 세계에서
◆ 가해자와 피해자
◆ 심오함과의 작별
◆ 현재 의식
◆ 중심이 무너진다
◆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뭇매 맞기
◆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로켓과학
◆ 우리가 가정해야만 하는 것
◆ 말하기의 결함
◆ 섬뜩한 [분위기의] 독일
◆ 의미상실의 이론
◆ 꼭 그렇게 써야 했나요?
◆ 반계몽의 분류학
◆ 거리 두기와 용기
◆ 나는 고발한다
◆ 미래로부터의 귀환
◆ 역사와 기억
◆ 포스트 민족적 자각의 시간
◆ 세계 내부 정치의 우선성
◆ 전쟁에 대하여
◆ 보편적인 지역의 사상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나는 하버마스가 더 냉정하고, 까다롭고, 고고한 사람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대화 도중에 그가 다리를 꼰 채 소파 깊숙이 기대어 앉아서, 그의 왼쪽 운동화는 거의 눈높이까지 올라왔다. 그때 그가 담화에서 내뿜은 카리스마를 나는 그의 저작이나 공식 석상을 통해서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보다 앞서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경험을 했었다. 순수한 이성의 관료로 오해되는 하버마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일화에서 자신이 세심하고, 관대하며, 재치 있는 상대라는 것을 입증한다.
하버마스는 지나칠 정도의 참고문헌 인용 때문에 훗날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바로 그것 덕분에 한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것은 하버마스의 영향사에서 아이러니한 반전 포인트 중 하나에 속한다. 1960년대 중반,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주어캄프의 편집인 카를 마르쿠스 미헬에게 “매우 불투명해진 사회”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는 “단지 어중간하게 논증된 의견들”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썼다. “아마도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의 지성인들 대신에 ‘지성인이면서도’ 연구자인 사람, 말하자면 하버마스 같은 사람의 등장이다.”
겸양의 대가답게 하버마스는 우리의 만남에서 [자신이] 특별한, 심지어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라는 혐의를 벗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는 평생 무려 11번의 교수 초빙을 받았다는 경력을 어떤 개인적인 성취가 아니라 1960년대의 공격적 교육정책 속에서 이루어진 대학의 폭발적 성장 탓으로 돌리려 했다. 그가 막 교수 자격 논문을 마쳤을 때는 누구라도 “초빙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언제나 알맞은 때에 알맞은 곳에 있었다는 인상, 즉 그의 생애시간과 세계시간 간의 예정된 조화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