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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91166850202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21-04-23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장 인간성 탐구의 장
1.1 학문의 당위성
1) 인문학의 한계성
2) 언어학적 돌파구
3) 양방적 기여성
1.2 통합적 접근법
1) 내재성 대 학습성
2) 보편성 대 개별성
3) 언어능력 대 언어수행
4) 형식 대 기능
5) 문장 대 담화
6) 음성언어 대 문자언어
1.3 인간성의 여섯 가지 특성
1) 고도의 사회성 유지
2) 높은 수준의 문화 창출과 전수
3) 자유로운 상징력의 발휘
4) 탁월한 인지력의 구사
5) 창조적 은유력의 사용
6) 최고의 예술성의 표출
1.4 언어학적 인간학 연구의 한계성
1) 시안
2) 비교
제2장 고도의 사회성 유지
2.1 언어습득론에서의 연구결과
1) 엄마의 역할
2) 어린이의 노력
3) 5세 이후의 언어습득
2.2 화용론에서의 연구
1) 협력성의 이론
2) 정중성의 이론
3) 관련성의 이론
2.3 담화분석론에서의 연구
1) 회화분석
2) 이야기 분석
3) 비평적 담화분석
2.4 사회언어학에서의 연구
1) 사회적 방언에 대한 연구
2) 민족지학적 언어연구
3) 사회언어학적 이야기 분석
제3장 높은 수준의 문화의 창출과 전수
3.1 최고의 문화적 기구인 언어
1) 언어와 문화의 관계
2) 언어의 구조적 정교성
3.2 문화와 학문
1) 철학의 경우
2) 과학의 경우
3.3 언어와 사고의 관계
1) Humboldt의 세계관의 가설
2) Sapir-Whorf의 언어적 상대성의 가설
3) 보편성과 개별성
3.4 문화와 문자언어
1) 복수 기원설
2) 상보적 기능
3) 특수한 기능
제4장 자유로운 상징력의 발휘
4.1 기호와 상징
1) 도상성 대 지표성
2) 언어적 상징 대 비언어적 상징
4.2 상징적 집합체로서의 어휘조직
1) 일곱 가지 특징
2) 복합어
3) 관용어구
4) 약어
4.3 문법의 상징성
1) 어순
2) 품사
3) 준동사
4) 문법적 범주
4.4 수사법의 상징성
1) 은유법
2) 반복법
3) 반어법
제5장 탁월한 인지력의 구사
5.1 일반적 인지력과 문장 생성력 간의 관계
1) 인지력 연구의 역사
2) Chomsky의 문법이론
3) 연결주의 이론
5.2 언어산출의 체계성과 문법부의 중심성
1) 언어산출의 체계성
2) 문법부의 중심성
5.3 문법적 규칙의 정교성
1) 수동화 절차에 관한 규칙들
2) 흔적이론
3) 최소주의 이론
5.4 언어 수행과 인지작용
1) 개별문장의 문제성
2) 상황적 적절성
3) 회화적 규칙
제6장 창조적 은유력의 사용
6.1 은유의 편재성
1) 협의의 은유와 광의의 은유
2) 일상적인 은유사용
3) 유추력으로서의 은유력
4) 은유의 창조성
6.2 어휘적 다의성과 관용구
1) 명사
2) 동사
3) 형용사
4) 부사
6.3 인지력과의 상보적 관계
1) 인지적 절차의 재해석
2) 사실적인 근거
3) 비은유문과 은유문의 조화성
6.4 은유의 창조성
1) 창조성의 정의
2) 시적 은유
제7장 최고의 예술성의 표출
7.1 예술성 표출의 매체로서의 언어
1) 문학의 위상
2) 문학 발달의 역사
7.2 시의 예술성
1) 운율적 형식
2) 언어적 기법
3) 시적 상상력
4) 시적 지혜와 진리
7.3 희곡의 예술성
1) 연극이론의 발달
2) 희곡의 구조
7.4 소설의 예술성
1) 소설 발달의 두 동력
2) 문체의 예술성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머리말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인 1992년에 나는 『인간과 언어』라는 제목의 책을 냈었는데, 이번에 『언어와 인간』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게 되었다. 두 명사의 순서만이 다른 아주 유사한 제목으로 보아서는 누구나가 이들은 유사한 책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울 텐데, 사실은 이들 간에는 아무런 유사성도 없다. 쉽게 말해서 1992년의 책은 하나의 언어학 개론서이었고, 이번 책은 부제목으로 명시되어 있는 대로 일종의 언어학적 인간학 서설서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과 언어라는 두 가지 개념 간의 관계를 놓고서 1992의 책에서는 첫 번째 것을 배경으로 하고 두 번째 것을 전경으로 삼는 식의 접근법이 쓰였는 데 반하여 이번 책에서는 거꾸로 두 번째 것을 배경으로 하고 첫 번째 것을 전경으로 삼는 식의 접근법이 쓰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책은 근래에 이르러서의 언어학의 눈부신 발전에 대한 일종의 성찰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쓰인 책이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듯이 Saussure의 구조주의 이론과 Chomsky의 변형문법이론의 등장과 함께 언어학은 그동안에 인문학 전체의 발전 방향을 주도하게 될 만큼 크게 발달했는데, 지금쯤에는 그렇다면 언어학의 앞으로의 더 많은 발전을 위해서라도 과연 언어학이 지금까지 인문학의 주요 학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가에 대해서 성찰을 해보는 것이 마땅한 일일 텐데,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이런 일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지금쯤에는 언어학계에 새로운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우선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었다.
인문학의 목적은 Socrates의 말대로 우리 자신의 본성을 알아내는 일인데, 역설적으로 그동안의 인문학 연구는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 일의 본령인 철학에서 그동안에 밝혀낸 것마저도 우리에게는 우리 특유의 인지력이나 이성이 있다는 정도가 그것의 전부였다. 다행히도 그동안에 언어학에서 밝혀낸 언어적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본성에 관해서 그 외의 특징을 익히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언어학은 이제 인문학의 본래적 과제 연구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2장에서 제7장까지의 제목들이 바로 인간 본성의 여섯 가지 특징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고도의 사회성 유지를 위시하여 높은 수준의 문화의 창출과 전수, 자유로운 상징력의 발휘, 탁월한 인지력의 구사, 창조적 은유력의 사용, 최고의 예술성의 표출 등이 그들이기에, 철학을 비롯한 다른 인문학에서 지금까지 내세워왔던 것과는 적지 않게 다르다는 것이 이것의 첫 번째 특이성이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이것의 더 중요한 특이성은 특징마다 일정한 언어적 사실들을 근거로 내세웠다는 점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밝혀둘 것은 여섯 번째 특징에 관한 논쟁의 길이가 다른 특징에 관한 것의 두 배쯤이나 된다는 점인데, 이것은 언어의 기능 중 예술에 관한 것이 의사소통에 관한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견해와,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날에는 문자 언어가 구두 언어보다 더 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번에도 예나 다름없이 내 원고를 좋은 책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해주신 김진수 사장님께 깊은 사의를 표하고 싶다. 이분의 깊은 배려 덕분에 내가 드디어 이런 제목의 책까지 쓰게 되었으니까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4.3 문법의 상징성
1) 어순
간단히 말하자면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장치가 바로 문법인데, 이것은 우선 언어를 의사소통의 한 도구로 보는 입장에서 볼 것 같으면 규약성을 제일 큰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가 있지만 언어를 일단 하나의 상징체계로 보는 입장에서 볼 것 같으면 상징성을 제일 큰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물론 문법을 하나의 상징체계로 볼 때의 상징성은 어휘조직을 하나의 상징체계로 볼 때의 그것과 같은 것일 수가 없다. 예컨대 영어에서 ‘meet’라는 동사로써 ‘만나다’라는 동작의 의미나 개념을 나타내는 경우의 상징성의 의미는 이 동사가 ‘I met him unexpectedly.(나는 그를 예기치 않게 만났다)’라는 문장의 술어로 쓰이는 경우의 그것과 같을 수가 있다.
위의 문장에서 이 동사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은 간단히 말해서 ‘S+V+O’와 같은 어순형에서 두 번째 요소인 ‘V’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결국에는 이런 어순형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이것은 곧 적어도 우리가 언어를 창출할 때 발휘하는 상징력에는 어휘를 만들어낼 때의 것과 문법적 규칙을 만들어낼 때의 것의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순형을 만들어낼 때 쓰이는 상징적 절차는 몇 개의 어휘로써 하나의 구조체를 만들어내는 절차이기 때문에 이때 발휘하는 상징력의 성격은 다분히 인지적이고 조작적인 것일 것이라는 추리를 익히 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문법적 상징력은 어휘적 상징력보다 수준이나 차원이 높은 것일 것이라는 추리를 익히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어순을 문법적 장치 중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삼은 것 자체가 문법적 상징력도 우리 특유의 인지력의 일부임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우선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기본 단위를 개념이 아니라 명제로 잡은 것부터가 우리만의 특이한 인지적 속성이다. 그다음으로는 하나의 명제를 하나의 명제와 하나의 동사나, 아니면 하나의 명사와 하나의 동사 더하기 하나의 명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 자체가 우리만의 특이한 인지적 속성이다. 물론 영어의 기본 문형에는 동사가 목적어를 둘 거느리고 있는 것도 있는데,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것 같으면 우리의 인지적 양식에서는 하나의 동사가 최대로 논항을 세 개까지 가질 수 있게 되어있는 셈이다.
어순적 규칙에는 기본적인 문형과 관련된 것 이외에 수식어의 첨가절차를 규제하는 것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보자면 수식적 절차를 명사를 수어로 삼는 경우와 동사를 수어로 삼는 경우의 두 가지로 잡는 것부터가 우리의 생득적 인지적 속성으로부터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예컨대 ‘scholar(학자)’라는 명사에는 우선 의무적으로 ‘a/the’와 같은 관사가 붙어있게 되어있지만, 수의적으로는 ‘a great scholar’나 ‘a poor scholar’에서처럼 하나의 형용사가 그 앞에 붙여질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meet’라는 동사 뒤에는 ‘I met him unexpectedly.’나 ‘We met on the street.(우리는 거리에서 만났다)’에서처럼 하나의 부사나 부사구가 따를 수가 있다.
어순적 규칙에는 중문과 복문에 관한 것도 있는데, 이것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S1+S2’과 ‘S1(S2)’ 등의 두 가지 규칙이다. 예컨대 중문의 경우에는 으레 ‘My brother went, but I did not.(내 동생은 갔지만 나는 안 갔다.)’에서처럼 연결사로 등위접속사가 쓰이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주절과 등위절의 순서가 논리적 서순성이나 시간적 선후성을 지키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복문의 경우에는 ‘If you have finished your work, you can go home.(일을 마쳤으면 귀가할 수 있다)’에서처럼 종속절 앞에 종속 접속사가 쓰이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이것에서도 종속절이 주절보다 앞서게 되어있으니까, 여기에서도 두 사건 간의 논리적 서순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물론 ‘I shall tell him if he comes.(그가 오면 말하겠다)’에서처럼 종속절이 주절의 앞이 아니라 뒤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로서, 우리의 인지유형의 유연성을 증거하고 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