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030689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12-30
책 소개
목차
강江
도서관의 유령들
라이프가드
어느 봄날에
버진 블루 라군
옥수수밭의 구덩이
조니워커 블루
전망 좋은 방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다시 강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간발의 차이로 내가 먼저 바위를 건드렸다. 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바위로 올라간 우리는 동시에 물을 튕기며 수면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형을 가볍게 제치고 물살을 갈랐다. 형이 뒤를 바짝 쫓아왔다. 수면에 반사된 햇살이 눈을 찔렀다. 희열이 복받쳐 올랐다.
강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형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뭔가 내 발목을 감았다. 몸이 물속으로 쑥 끌려 들어갔다. 난 사력을 다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몸이 계속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강물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다. 소용돌이치는 물속에서 무언가 다가왔다. 검은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시커먼 오물이 울컥울컥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물고기 뒤에서 형이 웃고 있었다. (「강」에서)
이따금 제자리가 아닌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 있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사서의 단순한 실수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도서 목록에 없는 책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다.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은 책을 그는 ‘유령 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령 책은 출생신고서를 받지 못한 사람처럼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하고 서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책 한 권을 슬며시 서가에 끼워 놓았다. 유령 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어서였다. 한동안 문학 서가에 꽂혀 있던 책은 얼마 뒤에 인문학 서가로 이동했다. 곧이어 여행 서가와 건축학 서가로 옮겨가더니 어느새 철학 서적 틈에서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뒤에는 종교 서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떠돌이 생활이 시들해졌는지 처음 꽂아 놓은 문학 서가에 심드렁하게 꽂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 제멋대로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던 유령 책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 연기처럼 증발해버린 것이다. (「도서관의 유령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