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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107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04-04
책 소개
목차
가짜 모범생
『가짜 모범생 2』 창작 노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때 다섯 살 무렵이었다. 아빠와 나는 소꿉놀이를 하듯이 의사 놀이를 즐겨 했다. 아빠는 나의 환자였다.
“아 해보세요.”
아빠는 얌전히 앉아 입을 벌렸다. 나는 아빠의 입안을 눈으로 살핀 후 체온계를 이마에 댔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빨간불이 번쩍거리는 비접촉성 체온계였다. 아빠가 옷을 걷어 올리면 빨간색 하트 그림이 가운데 박혀 있는 청진기를 가슴에 댔다.
“숨을 내쉬어 보세요.”
나는 청진기를 아빠의 가슴에 대고 들리지 않는 심장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쿵, 쿵, 쿵, 쿵, 쿵.
“심장은 아주 튼튼하세요. 대신 목이 좀 부으셨떠요.”
발음도 명확하지 않은 어린 의사 선생님은 진찰을 마친 후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작은 초콜릿 알맹이가 들어 있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어린 의사의 처방을 받은 후 아빠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노효주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의사가 되실 거예요.”
나는 그 말뜻도 제대로 모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미소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안나 가이드가 교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손에 들린 모래시계를 보자 안심한 표정이었다.
“이제부터 이곳을 소개할게. 이곳은 어른과 아이들로 나뉘어 있어. 너희들은 이 구역에 있는 피움학교에서 지내게 돼. 피움학교 안에 기숙사가 있거든. 어른들은 저 언덕 너머에 있는 피움센터에서 지내. 피움 세계를 움직이는 절대자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도 자세히는 몰라. 나 역시 얼굴도 본 적이 없어. 여기 시스템은 먼저 온 사람들이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순환되는 구조야.”
안나 가이드의 이야기가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는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일단 네 손에 든 모래시계는 여기서 사용할 시계야. 이 시계는 물리적 시간이 아닌 마음의 시간을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로 보여줄 거야.”
“마음 시계요?”
나는 시계를 위아래로 흔들어 보았다. 이상한 건 모래 입자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모래가 안 떨어지죠?”
“이 모래시계는 마음이 움직일 때만 모래가 떨어지게 되어 있어. 마음의 에너지가 채워질 때 움직이는 시계야. 이 모래 입자가 아래로 다 떨어질 때쯤 넌 이곳을 벗어나 저 벽을 넘어갈 수 있어. 그러니까 이 시계가 여길 나갈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