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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24161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3-12-09
책 소개
목차
제1부 조정훈에게 질문하다
―
나는 왜 한국인으로 태어났을까ㆍ14
나는 왜 반말하지 않는가ㆍ18
내 아내는 왜 스펀지 같은가ㆍ21
나는 왜 공인회계사가 되려고 했는가ㆍ23
나는 왜 세계은행에 갔는가ㆍ27
나는 왜 ‘시대전환’을 창당했는가ㆍ31
나는 왜 국회의원이 되었는가ㆍ36
내가 평소에 제일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ㆍ43
나는 어떤 남편, 어떤 아버지가 될 것인가ㆍ47
신앙인으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ㆍ52
제2부 대한민국에게 질문하다
―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ㆍ58
저출생 문제는 왜 발생했는가ㆍ64
소득불평등은 왜 심화되고 있는가ㆍ71
취업난은 왜 발생하는가ㆍ77
갑질 문제는 왜 발생하는가ㆍ85
연금개혁을 왜 해야 하는가ㆍ91
묻지마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ㆍ98
한국의 교육정책은 왜 실패하고 있는가ㆍ104
한국에는 왜 이렇게 자영업자가 많은가ㆍ110
한국에는 왜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은가ㆍ115
제3부 한국 정치에게 질문하다
―
정치란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ㆍ122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인가ㆍ126
보수란 무엇인가ㆍ130
권위란 무엇인가ㆍ136
양당정치란 무엇인가ㆍ142
외교란 무엇인가ㆍ145
경제정책이란 무엇인가ㆍ150
선진국이란 무엇인가ㆍ154
한국의 문화란 무엇인가ㆍ159
한국 사람의 조건은 무엇인가ㆍ164
제4부 한국의 미래에 대해 질문하다
―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ㆍ172
어떤 정당이 좋은 정당인가ㆍ176
청년 정책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ㆍ182
중산층을 위한 복지정책이 필요하지 않은가ㆍ185
낭만적 남북관계론의 대안은 무엇인가ㆍ191
한일관계의 방점은 과거인가 미래인가ㆍ197
국익 중심 외국인 정책은 무엇인가ㆍ202
기본소득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ㆍ209
국토 발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ㆍ214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ㆍ219
저자소개
책속에서
따라서 저는 제 삶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후진국 한국’에서 태어나 ‘중진국 한국’에서 자랐으며, 지금은 ‘선진국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더욱이 저는 20대 이후 세계은행에 근무하면서 후진국에서 중진국, 그리고 선진국까지 폭넓게 다양한 나라를 경험하였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하고많은 나라 중에 왜 한국에서 조정훈이 태어났는지 나름의 명쾌한 답변을 내릴 수 있을 듯합니다. 그것은 바로 선진국 한국에서, 선진국을 향해 가는 한국을 위해서, 제게 주어진 일(talent)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협상하는 일을 오래 한 덕분에 한국의 문제점이 ‘아주 잘’ 보입니다. 한국인이 아닌 세계은행 경제ㆍ행정ㆍ정책 자문위원으로서 한국을 볼 수 있으니까요. 2016년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 지금도 이 관점은 유효합니다. 보다 객관적으로, 보다 멀리서 한국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새가 높은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鳥望, Bird eye view)처럼 말이죠.
‘세계화 1세대’로서 저에게 한국은 후진국이었고 중진국이었으며 이제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누리기만 해도 되겠지만, ‘빚진 마음’이 늘 존재합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누구에게 빚졌을까요. 저 자신에게 질문해봅니다. 아마도, 제가 지나온 무수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빚진 마음을 하나씩 갚아가기 위해,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믿습니다.
최근 사이코패스 범죄를 비롯한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가 하루가 멀다고 심심치 않게 기사로 접할 수 있을 만큼 일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범죄를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지만, 적어도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범죄자의 문제는 분명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회 시스템 전반을 올바르게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선결될 것은 바로 가족의 안정입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濟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쉽게 떠오릅니다.
저는 아빠와 남편으로 해야 할 역할이 국회의원의 역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입법노동자로 맹활약을 펼친들, 제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면 그 활약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국과 세계를 위한 혁혁한 공을 세우는 위인이 많다 하더라도, 그 위인의 가족이 모두 붕괴하여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가족도 살리고 사회도 살려야겠죠. 이때 중요한 것은 가족이 먼저라는 점입니다. 각각의 가족이 불안정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개인들이 편안히 쉬고 또 힘을 얻는다면, 그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범죄들과 여러 사회 문제들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가족의 붕괴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이 쉴 곳이 없고 힘을 얻을 데가 없습니다.
최근 ‘경력 단절’을 겪고 있는 ‘경단녀’가 매년 140만 명씩 늘고 있습니다. 만 25~54세 대한민국 여성 8,521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출산과 돌봄 등 이유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10명 중 4명이라고 하니, 출산과 돌봄의 부담이라도 덜어주면 출생률이 조금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육아와 가사노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남성이 육아와 가사노동에 적극 개입하면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불가능합니다! 여전히 남성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고, 야근에 지친 남성이 얼마나 육아와 가사노동에 온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2023년 3월 21일 월 100만 원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을 발의했습니다. 당장 노동계에서는 법안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사 서비스는 중, 고령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니, 상대적으로 값싼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유입은 분명 중, 고령 여성들의 일자리를 뺏는 일이 될 것이니까요. 또한, 불법체류자가 증가할 위험성 역시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 가정이 가사 근로자를 찾기 어려우니, 저출생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월 70만~100만 원의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최저임금 적용이 문제이긴 하지만, 한국도 이처럼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시도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지난 9월, 국무조정실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체류자격E-9) 시범사업 추진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2월 서울지역에서 필리핀 출신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을 시범 도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과연 어떤 효과와 문제점이 발생할까요. 빌 클린턴의 말(“It's the economy, stupid”)을 이렇게 패러디하고 싶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 노동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