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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370624
· 쪽수 : 172쪽
책 소개
목차
재인, 재욱, 재훈 7
작가의 말 16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재인은 운전을 하느라 예민해진 상태였다. 팔 년 된 엄마의 소 나타는 에어컨이 시원찮았다. 둘째인 재욱이 출국하기 전에 남 매가 다 같이 휴가를 보내자는 게 목적이었지만, 평소에 그다지 끈끈하지 않은 세 사람이 휴가라고 뭐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다. 서해안의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해수욕장에서 각자 해수욕을 하 고, 모기에 시달리고, 저녁엔 해산물을 먹었다. 특별히 좋지 않 을 줄 알고 있었지만 첫째로서는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재훈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있었다. 꼭 대기 층엔 전망 카페가 있었으나 남자 고등학생 혼자 교복을 입고 가기 편한 곳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끝까지 올리지 않고 반 층 걸쳐둔 채 멈추었다. 사람들이 고장 났다고 신고하 기 전에 야경을 잠시만 즐길 셈이었다.
“저기 보이는 회사들 중 아무 데에도 못 가겠지.”
재훈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빌딩 꼭대기마다 회사 로고들 이 빛나고 있었다. 사실 회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대학이 일차 난관이었다. 그렇게 공부를 잘했던 누나와 형도 그저 회사원이 되었다. 크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재훈이 잘 모 르는 세계에서 뭔가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듯했다. 재훈은 누나와 형이 별 무리 없이 갔던 길을 자기는 가지 못할 것만 같 았다. 갑자기 심술이 났다. 대학이든 회사든 하나 떨어질 때마 다 그곳 엘리베이터들을 춤추게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재욱과 여자친구의 관계는 어려운 몇 년을 지나고 있었다. 막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재욱이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그다음 에는 각자 졸업과 취직 시즌이었다. 차라리 바빠서 계속 사귈 수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두 사람 다 취직을 하고 나서는 재욱 이 바로 파견을 왔으니 사귄 것은 몇 년이지만 그 몇 년의 내용 물이 너무 빈약했다. 재욱은 그 비어 있는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