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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9750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5-03-19
책 소개
목차
웨딩드레스 44
효진
알다시피, 은열
옥상에서 만나요
보늬
영원히 77 사이즈
해피 쿠키 이어
이혼 세일
이마와 모래
해설|허희
추천의 말|이언희
새로 쓴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도 당신은 나랑 결혼해서 다행이지? 나는 전혀 가부장이 아니잖아.”
“글쎄.”
“나처럼 가부장이 아닌 사람이 어딨다고?”
“당신 한 사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예를 들어 지난 제사 때 생각해봐. 나는 조퇴하고 가서 아홉시간 일했지. 당신은 퇴근하고 와서 한시간, 절 몇번 하고 과일 집어 먹고 사촌동생들이랑 논 게 다잖아.”
“그럼 두 사람 다 조퇴했어야 했다고?”
“내 말은 그런 시간들이 계속, 평생에 걸쳐 쌓인다는 거야. 쌓이다보면 큰 차이가 나는 거고. 따져보면 이상하지 않아? 당신 할아버지 제사잖아? 난 만난 적도 없는 분이야. 왜 효도를 하청 주는데?”
“하청이라고까지 말하면……”
“아홉시간 일한 며느리들은 제사 지낼 때 아무도 절 안 하고 뒤에 멀뚱멀뚱 서 있지.”
“몇년 전에 며느리들도 절하는 걸로 바꿀까 했었는데 큰어머니 무릎도 안 좋으시고……”
“어쨌든 그게 가부장제야. 당신 눈에는 안 보여도 내 눈에는 보여.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주 많아.”
「웨딩드레스 44」
혹시 나의 특장은 도망치는 능력이 아닐까? 누구나 타고나게 잘하는 일은 다르잖아. 그게 내 경우에 도주인 거지. 참 잘 벗어나는 사람인 거야. 상황이 너무 나빠지기 전에, 다치기 전에,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빠져나오는 사람. 타이밍과 속도를 조절해서 탈출하는 사람.
「효진」
알다시피 밴드는 나의 어떤 강박관념을 내려놓게 만든다. 하다가 안 되면 노래로 만들지 뭐, 하고 방향 전환을 하게 해준다. 그런 나약하면서도 나약하지 않은 이상한 방식으로 힘이 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던 복사뼈에 관한 꿈에서도 해방되었다. 언젠가 또 굉장한 이야기가,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이야기가 안테나에 걸려 나를 사로잡는다 해도 환태평양이 내 편인 이상 문제없다. 논문이 되지 않으면 노래라도, 노래가 되지 않으면 농담이라도 된다는 것을 아는 이상 괜찮다.
「알다시피, 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