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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67374295
· 쪽수 : 444쪽
· 출판일 : 2024-05-3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 꽃 피는 아몬드 나무의 비밀
moment 1 고개 빳빳이 들고 맞선 순간
전쟁광 교황에게 대들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악마적 재능과 악마 사이 폴 고갱
예술가는 전사가 돼야 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oment 2 마음 열어 세상과 마주한 순간
천재적으로 재능을 훔친 천재 라파엘로 산치오
편견 없는 눈, 고결한 관찰자의 시선 디에고 벨라스케스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시장 알폰스 무하
moment 3 나만의 색깔을 발견한 순간
애증의 어머니를 탈피해 나비가 된 남자 제임스 휘슬러
그 어떤 동작도 우연은 없다 에드가 드가
에로티시즘과 죽음, 그 환상과 공포 에곤 실레
심오? 철학? 그냥 웃으세요 르네 마그리트
moment 4 내일이 없는 듯 사랑에 빠진 순간
꽃과 여인, 오직 인생의 환희 오귀스트 르누아르
눈동자 없는 기괴한 여성의 정체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미술은 사랑의 표현.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르크 샤갈
절절한 그리움 끝에 남은 사랑꾼의 엽서 이중섭
moment 5 삶이 때론 고통임을 받아들인 순간
모두를 얻고 또 모두를 잃은 남자의 자화상 렘브란트 반 레인
검은 그림, 검은 집 속에 새긴 광기와 폭력 프란시스코 고야
조선의 천재, 가시덤불 유배지 속 나날 추사 김정희
로댕에 가려진 재능, 수용소에 갇힌 눈동자 카미유 클로델
moment 6 그럼에도, 힘껏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
모두가 아는 ‘이 절규’에 숨은 사연 에드바르 뭉크
키 작은 거인이 카바레의 왕자가 되기까지 툴루즈 로트레크
세 번의 유산, 서른다섯 번의 수술… 그럼에도 ‘인생이여, 만세’ 프리다 칼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네가 진 거야.” 울고 있는 젠틸레스키에게 타시가 다가왔다.
비열한 얼굴을 쑥 내밀었다.
“너를 끝까지 괴롭혀줄게.” 타시가 속삭였다.
“죽어!” 젠틸레스키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깼다.
“여보, 또 그 꿈이야?” 남편 스티아테시가 웅얼댔다. 젠틸레스키는 한참을 뒤척였다. 결국 작업실로 내려왔다. 붓을 쥐었다. 그림을 그렸다. 붉은색 물감을 거침없이 찍어 발랐다. 그사이 달이 지고 해가 떴다.
“또 그 장면을 그려?”
잠에서 깬 남편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려왔다.
“맞아. 영원한 복수를 위해서.”
젠틸레스키는 혼잣말을 하는 듯 목소리를 깔았다. 그럼에도 타시는 끈질겼다. 잊을 틈도 없이 꿈속에서 졸졸 따라왔다. 젠틸레스키는 그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이처럼 작업실로 내려왔다. 타시의 목을 쥔 그림, 그놈 목을 베는 그림, 그 자식의 피가 사방에 튀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죠_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갓 구운 빵을 꺼내오고 있는 마르게리타 루티Margherita Luti였다. 라파엘로는 루티를 봤다. 밤처럼 검은 눈, 풍성하고 윤기 나는 머릿결, 곧게 편 허리가 들어왔다. 라파엘로를 보는 루티의 얼굴도 포도주처럼 붉어졌다. 사랑의 종이 울렸다. 라파엘로가 테베레 강을 지나던 중 우연히 멱을 감던 루티를 봤고, 곧장 첫눈에 반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둘의 나이 차는 열두 살로 추정된다. 열 살에서 열일곱 살 차이로 보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라파엘로는 다른 사람과 약혼했다. 상대는 마리아 비비에나Maria Bibbiena였다. 그쯤 라파엘로는 오래전부터 교황청의 유력인물인 메디치 비비에나 추기경Cardinal Bibbiena에게 “내 조카와 결혼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추기경과 깊은 우정을 쌓았던 라파엘로는 마지못해 그 강요 같은 제의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라파엘로는 루티를 포기하지 못했다. 라파엘로는 매일 밤 마리아가 아닌 루티의 손을 잡았다. 마리아와의 결혼은 3~4년씩 미뤘다. 그런 그는 1518년, 결심한 듯 루티 앞에서 붓을 들었다. 라파엘로는 루티에게 터번을 올려줬다. 한 손으로는 가슴, 한 손으로는 다리 사이를 가리도록 했다. 정숙한 비너스, 베누스 푸디카Venus Pudica의 자세였다.
“그대로 있어줘.”
라파엘로의 귓속말에 루티는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라파엘로는 춤추듯 그림을 그렸다. 라파엘로는 막바지쯤에 붓질을 망설였다. 그는 이내 마음을 굳힌 채 다시 붓을 댔다. 루티의 왼손에 루비 반지가 그려졌다. 루티의 팔에는 리본이 새겨졌다. ‘RAPHAEL URBINAS(우르비노의 라파엘로)’. 이 서명은 루티를향한 사랑의 맹세였다. 이 그림은 훗날 <라 포르나리나La Fornarina>(제빵사의 딸)로 알려진다.
천재적으로 재능을 훔친 천재_라파엘로 산치오
휘슬러는 지금 어머니를 캔버스에 담고 있다. 원래는 섭외해둔 다른 모델을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빌어먹을 모델이 약속을 깨버렸다.
“아들아.” 그때 어머니가 말을 걸었다.
“날 그려도 괜찮다.” 담담하게 제안했다.
“풀어놓은 물감이 아깝잖니.”
휘슬러는 더는 못 들은 척할 수 없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제가 안정적으로 살길 바랐어요. 제 역량으론 택도 없는 목사, 제 실력으론 넘볼 수 없는 군인이 되길 바라며 몰아세웠어요. 알아요. 어머니도 희생했어요. 저에게 당신의 모든 걸 바쳤어요. 그런데 어머니. 저는 그게 싫었어요. 무조건적 희생, 밑도 끝도 없는 통제에 숨이 막혔어요.
[…]
<회색과 흑색의 배치 1번>. 휘슬러는 그림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다른 이가 보면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나의 어머니> 따위의 제목은 생각한 적도 없었다. 휘슬러는 그렇게 끝까지 어머니와 선을 그었다. 훗날 이 작품은 그의 뜻과 상관없이 <화가의 어머니> 등의 제목을 달고 널리 알려진다. 그가 알았다면 불같이 성질을 냈을 터였다. 휘슬러도 어머니가 가엽기는 했다. 그는 그럼에도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애증의 어머니를 탈피해 나비가 된 남자_제임스 휘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