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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91167374615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4-09-02
책 소개
목차
감사의 글
프롤로그
마크 로스코와 내면세계
이것은 냉장고가 아니다
형식의 조용한 지배
크기의 폭정
《예술가의 리얼리티》 마크 로스코의 수정 구슬
STACKED
로스코 예배당 침묵 속 우리의 목소리
시그램 벽화 서사시와 신화
무제
마크 로스코와 음악
로스코들의 유머
<검은색과 회색> 연작
종이 작품 상자 밖에서
반 고흐의 귀
다우가우필스를 거쳐 드빈스크로 돌아오다
황홀한 멜
마크 로스코와 크리스토퍼 로스코
미주
색인
그림 목록 및 출처
리뷰
책속에서
로스코의 그림을 이해하는 여정은 결국 로스코를 이해하는 여정이다. 작품에 로스코라는 한 인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인간 로스코에 관한 역사적·기술적·전기적 지식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작품을 만든 사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하여 작품에 접근하는 것은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점이 로스코와 함께하는 여러분의 여정이 궁극적으로 내가 걸어온 여정만큼이나 유익할 수 있는 이유인데, 로스코를 이해하는 여정은 순전히 경험적이기 때문이다. ‘지식’으로는 로스코에 대해 알 수 없다. ‘지식’이 당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함을 일깨우는 대화를 나누려면 로스코어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_ 〈프롤로그〉 중에서
비유는 우리를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로 이끄는데, 나는 창문이라는 비유를 좋아하며 그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고 본다. 하지만 로스코의 그림을 밖으로 열린 창문으로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오해다. 로스코의 그림은 투명하지 않으며, 다른 공간에서 들어오는 빛도 없고 외부조차 없다. 창문은 닫힌 채로 가장 감각적인 색으로 채워져 있다. 이는 밖을 내다보는 창문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는 창문인 것이다. 로스코의 고전주의 시기 작품들은 웅장한 규모, 확신에 찬 선언, 감각적인 매혹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에 화가의 내면세계를 비추고 관객이 작품에 투영하는 감정과 반응을 관객에게 되돌려 준다. 이 작품들은 밖을 향하는 대신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길 권하는 초대장이다. 일종의 영혼의 창문이자, 다른 어떤 곳보다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다.
_ 〈마크 로스코와 내면세계〉 중에서
나는 로스코 작품의 내용, 즉 작품의 ‘진실truth’이 바로 그림과 관객의 교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림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색을 통해 표현된 암시나 관념이 관객과 그림이 교감하는 순간에만 구체적인 의미, 즉 개인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가정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같은 주제로 심지어 동일한 논거를 들어 토론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것처럼, 그림(궁극적으로 화가)은 개별 관객과 고유한 대화를 나눈다.
로스코의 작품에서는 그림을 매개로 화가와 관객 사이에서 모종의 화학작용, 즉 언어 이전의 원초적인 소통이 발생한다. 그림에 내용이 없기는커녕 많은 내용을 전하지만, 소통은 관객과의 만남에서만 일어난다. 관객은 그림과 교감하기 위해 자신만의 내용을 가져오고, 그림의 내용과 관객의 내용이 합쳐질 때 비로소 의미가 생겨난다. 그림은 보편적이면서 깊이 있는 인간의 언어를 전하지만, 관객은 각자의 귀로 다른 의미를, 관객 자신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의미를 듣는다.
_ 〈마크 로스코와 내면세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