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52013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1-08-20
책 소개
목차
책을 엮으며˙
1부_내 마음의 갖풀
내 마음의 갖풀
튤립과 콩나물시루
도토리묵이 놓아 준 다리
어쩌다가, 수수
마음 소리
쪽파 송송, 기억 한 조각
사랑이 익어 가다
애인이 생겼어요
성숙의 계절에
내 손이 내 딸이지
돌아올 때 마음이 더 무겁다
2부_던짐줄
던짐줄
어떤 선물
걱정 대신 염원을 심다
아름다운 주름
경건한 손
꿈꾸는 숲
숲과 더불어 꿈꾸다
더운 날은 가만히 있어도 덥다우
자연의 보폭으로
유등을 띄우며
화로, 삶을 데우다
3부_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풍경 속 한 자리
골목 끝 학교에는
책을 기증하다
보고 즐기고 느끼다
더 멋진 것은 함께 모두 웃는 거다
한 지붕 다섯 가족
느티나무처럼 곱게 물들고 싶다
돌확 이야기
당신의 날개돋이를 기원하며
4부_희망꽃이 피었습니다
홀리다
무논의 하루
비움의 가치
새싹 유치원
같은 버스, 다른 기사장군이와 일곱 살 할머니
희망꽃이 피었습니다
지팡이의 가르침
진주만을 둘러보다
감나무 두 그루
꽃들은
저자소개
책속에서
테란 어그러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그릇의 몸을 둘러맨 줄이다. 성한 그릇보다는 금이 갔거나 벌어질 조짐이 있을 때 두르는 것 아닌가. 옛날에 쓰던 장독을 살펴보니 모두 철사를 꼬아 매어 놓았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온갖 먹을거리를 보관하는 크고 작은 옹기에 아버님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내 집에 들어온 물건이라 오래 함께하고 싶었던 오롯한 마음이 묻어났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테는 철사 두 가닥으로 표현한 아버님의 웅숭깊은 배려였다.
얼른 한 그릇 떠서 잘 익은 김장김치와 갓김치 한 보시기 곁에 두고 뜨거운 국물을 한 술 떠넘긴다. 깊은 맛이 입안에서 혀를 타고 올라온다. 장어의 구수함과 갖은 채소의 들척지근함이 어우러진 맛이다. 그 단맛은 한 가지에서 나는 진한 맛이 아니다. 조금씩 양보하고 조심스럽게 어울려 입맛을 돋우는 순한 맛이다. 숟가락이 넘치도록 야채 건더기를 올려 입속에 몰아넣으니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이 순하게 열린다. 등에서 땀이 난다. 허리가 쭉 펴진다.
“그래, 내 손이 내 딸이지.”
은연중에 뱉은 말이다. 음식 솜씨, 맵시, 마음씨가 곱다고 소문난 손끝이 야물던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순간 명치가 묵직하다. 그 묵직함이 나를 학창 시절로 이끈다. 채 아물지 않은 상처는 가슴을 헤집고 다니는 모양이다.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아들이고 어머니는 궁둥이를 밭고랑에 끌고 다니며 일을 하는데 아들은 집안일을 잘하고 노인은 바깥일을 잘한단다.
“해마다 고구마 순을 심으며 내가 죽으면 거둘 사람 없는 울 아들과 오래오래 살다가 같은 날 한시에 묻히게 해 달라고 빌어.”
그렇구나.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그 염원이 노인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구나. 노인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갈 길을 간다. 어느새 골짜기에 있던 이내가 마을을 거쳐 강까지 내려왔다. 영천강 보 위에서 먹이 사냥을 위해 꼼짝 않고 가는 다리로 버티고 있는 왜가리. 깡마른 노인의 모습인지 왜가리인지 흐릿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