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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522245
· 쪽수 : 277쪽
· 출판일 : 2022-12-10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황산강 지도
등장인물
아수라장
코피
모순
내 속에 하나의 우주
더덕 냄새
한없이 가벼운 붉은 사랑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을 뜨니 낯선 방 안이다.
조금 어둡다. 서까래가 드러나 있는 천정엔 한지가 발라져 있다. 창호지를 바른 한옥 완자살창문이 보였다. 벽에도 한지가 발라져 있다. 방바닥도 콩댐한 한지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 때문인지 코끝이 간질거려 손으로 코를 만지다 보니 꼬맹이 손이다. 무명적삼에 무명속곳, 무명치마를 입고 있는 꼬맹이가 나였다. 꿈속인 게 틀림없다. 일어나 앉으려고 하는데 심한 현기증이 났다.
“와~. 대박. 너희 아빤 고2 남학생한테 체벌도 하냐? 진짜 대박이다.”
내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최고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말이. 우리 아빠는 모순덩어리, 구제 불능이야.”
최고운이 책상에 얼굴을 대며 머리를 감쌌다.
“그래도 어쩌겠니. 강스 쌤 말처럼. 민주주의나 인권은 최악을 면하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잖아.”
“그 말이 왜 여기서 나와? 진작에 나왔어야지.”
최고운이 머리를 들며 나를 바라본다.
머릿속으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금 풀밭에 엎어져 있는 나는 고2 최고운이 아니다. 일곱 살, 이만중이다. 등을 두드리는 까까머리는 열세 살 만줄이 행님이다.
이 몸의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다.
“줄아, 중이 괘안체?”
“야. 물 좀 먹은 것 같은데 별일 없을 것 같아요.”
“얼굴도 그렇고 입술이 새파랗다. 마이 놀랬구나. 업히라. 집에 가자.”
엄마가 업으려는 것을 줄이 행님이 나를 업고 집으로 왔다. 이내 어지럼증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