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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7523785
· 쪽수 : 205쪽
· 출판일 : 2023-12-05
책 소개
목차
등장인물 소개
작가의 말
프롤로그
봄, 화려한 종부 상주-검안과정
여름, 반려동물 상주-수시과정
가을, 나이롱 상주-염습과정
겨울, 출퇴 상주-발인
이듬해 봄, 금기 상주-탈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장례지도사로서의 근무복은 어떨 때 보면 멋지지만, 어떨 때 보면 현대판 도깨비나 저승사자 같아 보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야? 오늘 장례 신청 들어온 게 없는데.”
“들어올 거야.”
슬기는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렸다. 정수기 얼음 몇 개를 리유저블 컵에 넣고 커피를 따랐다. 슬기는 빨대로 커피를 마셨다.
하긴, 현명이는 그동안 고인을 모시는 날을 정말 귀신처럼 잘 맞혔다. 언젠가 슬기가 탈의실 가서 옷을 갈아입고 퇴근하려는데 불현듯 나타난 현명이 옷소매를 잡았다.
“5분만 더 있어.”
“흐음, 친구들과 영화 약속 시급하다.”
“5분만.”
5분 후, 슬기 자리에 정말 전화가 왔다. 그리고 바로, 다다상조 회사와 연계된 장례식장으로 현명이가 달려간 적이 있었다.
슬기는 과거 일을 떠올리면서 얼음을 혀로 살살 핥았다.
길 가다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됐던 거였다.
듣기로는 길가던 사람이 도와줬다고 했는데, 그 은인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노배인은 수술 중 죽을 뻔한 순간, 무의식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들판을 거닐다 빛이 환하게 오는 곳을 향해 한참을 걸어갔다. 그러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타나 한 번 안아 주고는 돌아가라고 해서 들판을 되돌아오면서 꿈에서 깨듯 깨어났다.
“흐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지도.”
슬기는 노배인의 술잔을 탁 뺏고, 대신 마셨다.
“이제는 그만! 우린 장례 탐정 트리오라도 결성하자구.
그러니 술은 금지. 대신에 좀 더 건강하게 살아서 고인과 유족들을 돕자구요.”
“아, 알았어. 나도 이게 막잔! 그리고 나도 주짓수나 배울까? 현명아, 우리 슬기 따라 같이 배우자.”
사현정은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은 동물병원에 보관 중인 쪼꼬미를 찾아 반려동물 장례를 치러줄 예정이다.
조그맣다고 쪼꼬미라고 이름을 붙인 시추는 사실 20년은 된 노령 견이다. 애기 쪼꼬미는 사현정의 대학시절을 같이 보냈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면서 엄마가 전적으로 맡아줬다. 개원하면서 이제는 같이 잘 지내볼까 하는 마음에 독립과 더불어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개원으로 바빠 미처 잘 돌보지 못했다. 게다가 쪼꼬미가 암에 걸리는 바람에 엄마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암 수술을 받았으나 여러 노환 질병으로 쪼꼬미는 시름시름 앓았다. 그래서 동물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죽고 말았다. 엄마는 너무도 슬퍼하며, 사현정에게 장례를 맡기고 집에서 칩거했다.
장례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사현정은 장례 당일 검은 옷을 찾았다. 마땅한 게 없어 검은 니트에 하얀 반팔 재킷을 입었다. 하얀색이나 베이지색 옷을 좋아해 검정 옷이 적었다. 검은 니트는 레지던트 할 때 입었던 오래된 옷이다. 사현정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섰다.
병원에서는 힐이나 펌프스를 신고 진료하면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중년 부인들은 무척 세련되어 보인다고 칭찬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일이 많을 것 같아 운동화를 신었다.
“쪼꼬미 보호자입니다. 10분 늦을 것 같아요.”
운전하면서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다. 오늘따라 도로가 많이 막혔다. 사현정은 동물병원에 도착해 원장에게서 쪼꼬미를 인수받았다. 냉동고에서 나온 쪼꼬미를 확인하자니 마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