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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98752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5-04-15
책 소개
목차
1. 사마귀, 여자 / 박소해
2.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 김재희
3. 설계된 죽음 / 한수옥
4. 시소게임 / 한새마
리뷰
책속에서
선배의 전화에 민우는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채윤을 놔주었다. 민우에게서 벗어난 여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찻잔과 다과 접시를 정리했다. 통화를 마치고 민우는 말했다.
“죄송하지만 가봐야겠습니다.”
“…….”
채윤의 달아오른 얼굴에는 분노가 스치고 지나갔다. 갑자기 민우에게 달려들더니 입술을 씹어 삼키듯 강렬한 키스를 했다. 민우가 가벼운 비명을 지르며 여자를 밀어냈다. 입술에서 피가 콸콸 나왔다. 이빨로 입술을 잡아 뜯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이건 벌이에요.”
채윤은 싱긋 웃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민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술에 손수건을 갖다 대고 채윤을 바라봤다. 피가 계속 흘러 손수건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럼, 일하러 가봐요, 형사 아저씨.”
채윤은 냉랭하게 뒤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이 쾅 닫혔다.
조끼의 얼룩은 금방 지울 수 있지만 입술의 상처는 달랐다.
이건 낙인이었다.
- <사마귀, 여자> 중에서
며칠이 지났다. 퇴근하고 서현경만 집에 왔고 남편은 어딘가 가서 오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열한 시. 서현경은 TV에 나오는 유명 상담학 박사가 말하는 정서적 이혼 테스트를 유심히 봤다. 박사는 열 개의 문항을 주었다.
1. 하루 대화 시간 15분 이하다.
2. 잠자리가 한 달에 한 번을 넘지 않는다.
3. 외출한 배우자가 언제 집에 들어오는지 관심이 없다.
4. 집에서 재미가 없다.
5. 솔직히 배우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6. 배우자에게 정서적으로 친밀한 이성이 있다.
서현경은 마음으로 하나둘 동그라미를 쳐봤다. 그러다 6번 ‘친밀한 이성’에서 주춤거렸다. 그러던 중에 도어록이 열리는 기계음이 났다. 남편이다.
-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중에서
“안 돼! 안 돼, 여보! 나 혼자 두고 가면 어떻게 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오….”
아내를 잃은 남편의 처절한 절규에 다들 눈시울을 적셨지만, 재우를 노려보는 형석의 눈빛만은 형형했다. 마치 원수를 보는 눈빛이었다. 여자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어둠을 집어삼킨 숲은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여보, 여보 부르는 재우의 울부짖음만 간간이 이어졌다. 혐오감을 담아 재우를 노려보던 형석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며 사람들과 거리를 넓혔다. 그러곤 번호를 꾹꾹 눌렀다. 1, 1, 2.
- 일송 경찰서 최이현 형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
“119 구조대 팀장 김형석입니다. 지금 일송 저수지에 구조하러 왔는데요, 아무래도 남편이 사고로 위장해서 아내를 죽이려 한 것 같습니다.”
- <설계된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