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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할머니의 품과 손](/img_thumb2/979116785278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85278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8-27
책 소개
목차
추천사 . 5
프롤로그 요안나 할머니에 대하여 . 7
Ⅰ 나를 이룬 것의 기록
1 해님이 나만 따라와. 17
2 할머니는 부재중. 23
3 자주 아팠던 이유. 28
4 할머니의 귀염성에 대하여. 35
5 동지, 때로는 전우. 41
6 어느 사고 염려 전문가의 고백. 48
7 롤러스케이트와 스키, 그리고 큰사람. 55
8 그 사이의 자리. 63
9 할머니의 손님. 70
10 키운 보람이 있는 손녀. 77
11 할머니가 대체 뭘 알아?. 83
12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 90
Ⅱ 할머니가 이상해졌다
13 할머니가 이상해졌다. 101
14 노인을 돌보는 노인들. 109
15 먼 세대의 마지막 통화. 118
16 생애 마지막에 가는 곳. 125
17 어떤 것은 길하고 어떤 것은 불길하다. 132
18 유리 벽 너머의 할머니. 139
19 그날 밤 아홉 시의 일. 146
Ⅲ 흔적과 기억과 시간
20 이상한 장례식장. 157
21 모두 기도하라. 169
22 할머니의 묘원에서. 177
23 꽃분홍색 외투와 돋보기안경. 184
24 할머니의 비밀 서랍. 191
25 시간이 만든 것들. 197
26 할머니가 빚어둔 것들이. 204
에필로그 살면서 꼭 해야 할. 214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외유내강 슈퍼우먼이다. 사람은 비자발적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 할머니는 이렇게 고역스러운 삶 속에서도 틈을 벌려 새끼가 낳은 새끼를 아끼고 사랑하기까지 했다. 살아 있는 모든 어미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슬프다. 할머니는 창피하지만 좋은 사람. 허약하지만 강한 사람. 온갖 모순을 다 버무려 놓은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싫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할머니가 다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빨래를 널지 말라고 칭얼거리며 보챘을 거고, 아마 할머니는 내 말을 들어주었을 거다. 사고나 이별 같은 것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걸 알게 되니 이미 나는 다 자라 버린 후였다. 그 후로도 할머니는 예고 없이 자주 입원했다. 늙어 갈수록 할머니는 아팠고 입원하는 기간도 점차 길어졌다. 할머니가 없는 집에서 그분이 남기고 간 구멍은 분명 할머니의 몸집보다 거대했었다. 마치 싱크홀이 뚫린 것처럼 휑한 공허가 집 한복판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 구멍은 할머니의 작은 체구만 해졌다가 할머니의 체구보다 작아졌다가, 어느덧 할머니가 계시지 않아도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될 만큼 작아졌다. 자주 아픈 할머니가 짐처럼 느껴지다 퍼뜩 밀려오는 자기혐오를 맞닥뜨릴 때, 사람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것만큼 슬픈 일이 어딨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괜찮을 줄로 알았던 것이고 그 할머니가 영영 떠나 버린 지금은….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되어서야 할머니가 남긴 구멍이 물리적 공간이 아닌 나의 마음에 나 있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