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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7901354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랑과 나의 사막 9
작품해설 146
작가의 말 15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림에는 감정이 들어가고 사진에는 의도가 들어가지. 감정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의도는 해석하게 만들어.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정지해 있는 그림을 보고도 파도가 친다고, 바람이 분다고, 여인들이 웃는다고 생각하지. 사진은 현상의 전후를 추측하게 하지만 그림은 그 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게 돼.’
‘마음은 중요해.’
랑의 말에 나는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고, 랑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목적이야. 네 목적에 가장 빨리 닿으려고 애쓰는 게 마음이야.’
내게는 랑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 행복을 웃음과 편안함과 숙면 정도로만 추측할 수 있으면서 감히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고로 마음에 드는 걸 가지라던 랑의 질문에 대한 옳은 선택은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었으면 된다는, 너무 뒤늦게 해결책을 찾았다. 조개껍질 두 개, 전부 랑에게 주었으면 됐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신성한 존재였고,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의 등에 몸에 깃든 불씨를 제거하는 그림을 그리며 자랐어. 뭣도 모르는 어린애 한 마디로 다음 목적지를 정했고, 내가 죽은 이들의 영혼을 사후세계에 안전히 안내할 거라고 믿었지. 희망을 얻기 위해서. 나는 그 역할만 하면 됐어. 그래서 아무 말이나 자신 있게 던졌지. 힘이 된다면, 그래서 살아갈 수 있다면 진실 따위 다 무슨 소용이겠어? 배도 부르지 않고 목도 축일 수 없는 그까짓 거. 여러 의미로 대단하지 않나? 인간이 망친 세상에서 살면서 인간을 믿는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