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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구석 The Last Resort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

김멜라, 김복희, 김이설, 박정민, 박참새, 손원평, 오은, 이해인, 조예은, 천선란, 황인찬, 김정아, 배유진, 인범 (지은이)
서울국제도서전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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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구석 The Last Resort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980618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기념하여 발매되는 “리미티드 에디션” 시리즈의 2025년 최신판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에는 2018년부터 매년 도서전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시, 소설, 에세이를 수록했다.

목차

[소설]
조예은 코티지
김멜라 단지 러브
천선란 마리와 새
손원평 당신의 손끝

[시]

황인찬 저해상도의 사랑
인간 상호 증명
화단에 묻힌 것
박참새 산새의 위가慰歌
불쌍한 당신에게
Cold Case
오은 있었음으로부터
주머니 사정
누울 자리
이해인 행복일기
비밀서랍
읽기와 쓰기

[에세이]

김이설 믿는 구석과 믿을 구석
박정민 선데이 서스펜스
김복희 나무꾼 동지들에게

[일러스트]

인범 모든 나를 안아주다
김정아 나의 믿을 구석
배유진 지구를 떠나자!

저자소개

이해인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에 몸담고 있으며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 서원을 하였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로써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필리핀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영문학과,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고, 제9회 , 제2회 , 제6회 , 제5회 , 제26회 본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시 전집 1·2』 등이 있고, 시산문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꽃잎 한 장처럼』 『소중한 보물들』, 산문집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그 사랑 놓치지 마라』 『해인의 바다』 『인생의 열 가지 생각』 『민들레 솜털처럼』,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혼의 정원』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우리는 아무도 혼자가 아닙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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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어릴 적에는 회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언제나 오락가락 정신없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머릿속으로 그 죽을 끊이다가 새까맣게 태워먹기 일쑤였다.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고, 같은 이유로 사과와 우체통을 마음에 두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 아이들처럼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원색은 좋아했지만 원색적인 말은 싫어했다. 한마디로 평범했단 소리다. 특히 푸른색에 열광했는데, 등굣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지만 쇳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되었다. 키는 쑥쑥 자랐지만, 노래방에서는 외려 키를 낮춰야만 했다. 시험을 망친 날에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청포도 맛이 나는 연두색 사탕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일이 잦았다. 이십대에는 하늘과 바다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선홍색 꽃등심이 회색으로 변할 때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더이상 나는 회색을 동경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쓰고 있던 색안경들을 손수 하나씩 벗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들을 채워넣는 일은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 있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개중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먼셀 표색계에서 5GY 7/10에 해당하는 바로 그 색 말이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짙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 누군가에게 그늘을 선사해주겠다는 당찬 의지도 있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다. 철이 들면 색은 짙어지고 무거워지고 참을 수 없이 끈적끈적해진다. 나는 아마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레드와 옐로의 계절을 지나 화이트와 블랙의 계절을 거쳐 그린과 블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사는 법이 필요한 때가, 또다시 찾아든 것이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다독임』 『초록을 입고』 『뭐 어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시인수첩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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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열세 살』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오늘처럼 고요히』 『잃어버린 이름에게』 『누구도 울지 않는 밤』 경장편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우리가 안도 하는 사이』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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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의 집』, 장편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프리즘』 『튜브』 『젊음의 나라』, 어린이책 『위풍당당 여우 꼬리』 시리즈를 썼으며, 장편영화 「침입자」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 일본서점대상, 씨네21영화평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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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6년 단편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을, 같은 해 장편소설 《시프트》로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5년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로 선정되었다. 소설집 《치즈 이야기》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스노볼 드라이브》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입속 지느러미》 《적산가옥의 유령》, 연작 소설 《꿰맨 눈의 마을》, 짧은 소설 《만조를 기다리며》, 청소년 소설 《토마토로 만들어줘》 《초승달 엔딩 클럽》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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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 『제 꿈 꾸세요』,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 『환희의 책』 『리듬 난바다』, 산문집 『멜라지는 마음』 등이 있다.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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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참새 (지은이)    정보 더보기
집필 노동자. 주로 시를 쓴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정신머리』, 대담집 『출발선 뒤의 초조함』과 『시인들』, 그리고 산문집 『탁월하게 서글픈 자의식』이 있다.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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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인범이라는 인물을 통해 불안을 그리고 있다. 드로잉북 『Inbeom』, 독립출판 『사랑을 잊는 물, 망정수』, 전시 〈디오티 미술관〉, 〈신촌문화발전소〉, 〈lowkey〉, studio cement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in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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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감정과 기억을 집요하게 수집하며, 바다가 보이지 않는 항구에서 고양이 니체와 함께 쓰고 그리는 일을 한다. 『개와 고양이 그리고 나라는 인간』, 『항구의 집』, 『너의 속에도』를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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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잘 지내냐고 묻지 못해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었다. 종종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며 닿지 못한 안부들을 모아 몇 권의 책을 만들었다. 독립 출판으로 그래픽 노블 『나에게』, 그림 에세이 『보이지 않는 것들』, 『구름 조금』, 그림책 『밤의 정원사』, 『사라진 곳으로부터』 등을 펴냈다. 인스타그램 @bae_u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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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는 고리에 검지를 끼워 통조림을 열었다. 쇠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반쯤 열었을 때, 이림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는 통조림의 틈새에 눈을 대고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내부는 빛이 닿지 않는 동굴처럼 어둡기만 했다. 안쪽에 반딧불이의 빛보다 작은, 아주 작은 빛 한 점이 떠돌았고 어렴풋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뚜껑을 완전히 당겨 열었다. 깜빡이는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었다.
-조예은, 「코티지」


종선은 대학병원 지하실로 들어가 부조금을 내고 건물 복도에 앉아 눈물도 안 나오는 그 망연한 작별에 눈꺼풀만 깜박였다. 그때 상복을 입은 아가씨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종선의 곁에 앉았다. 희영이를 닮아 콧방울이 복스럽게 펑퍼짐한 그 아이가 엄마의 부탁이라며 종선에게 차 열쇠를 건넸다. 희영이가 생전에 사둔 라보 트럭의 키라고 했다.
“이걸 왜 나한테.”
“엄마가 꼭 드리라고 하셨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강남의 빌딩을 갖고 싶다고 할걸. 그랬으면 나한테 감히 이런 마음의 짐을 못 남겼을 텐데.
-김멜라, 「단지 러브」


농구나 피구, 배드민턴 따위의 수업은 없었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쳤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학교 수업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는 세계 위원회에서 금지했으며 같은 이유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운동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종류의 스포츠에는 패배자와 실패, 좌절이 반드시 존재하므로, 이 평등한 사회는 그 누구도 좌절과 실패조차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이다. 모두에게 성공의 성취와 승리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모두가 패배의 좌절과 실패의 슬픔을 느끼지는 않을 수 있으므로. 얼마나 현명한가.
-천선란, 「마리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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