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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980618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목차
[소설]
조예은 코티지
김멜라 단지 러브
천선란 마리와 새
손원평 당신의 손끝
[시]
황인찬 저해상도의 사랑
인간 상호 증명
화단에 묻힌 것
박참새 산새의 위가慰歌
불쌍한 당신에게
Cold Case
오은 있었음으로부터
주머니 사정
누울 자리
이해인 행복일기
비밀서랍
읽기와 쓰기
[에세이]
김이설 믿는 구석과 믿을 구석
박정민 선데이 서스펜스
김복희 나무꾼 동지들에게
[일러스트]
인범 모든 나를 안아주다
김정아 나의 믿을 구석
배유진 지구를 떠나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고리에 검지를 끼워 통조림을 열었다. 쇠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반쯤 열었을 때, 이림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는 통조림의 틈새에 눈을 대고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내부는 빛이 닿지 않는 동굴처럼 어둡기만 했다. 안쪽에 반딧불이의 빛보다 작은, 아주 작은 빛 한 점이 떠돌았고 어렴풋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뚜껑을 완전히 당겨 열었다. 깜빡이는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었다.
-조예은, 「코티지」
종선은 대학병원 지하실로 들어가 부조금을 내고 건물 복도에 앉아 눈물도 안 나오는 그 망연한 작별에 눈꺼풀만 깜박였다. 그때 상복을 입은 아가씨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종선의 곁에 앉았다. 희영이를 닮아 콧방울이 복스럽게 펑퍼짐한 그 아이가 엄마의 부탁이라며 종선에게 차 열쇠를 건넸다. 희영이가 생전에 사둔 라보 트럭의 키라고 했다.
“이걸 왜 나한테.”
“엄마가 꼭 드리라고 하셨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강남의 빌딩을 갖고 싶다고 할걸. 그랬으면 나한테 감히 이런 마음의 짐을 못 남겼을 텐데.
-김멜라, 「단지 러브」
농구나 피구, 배드민턴 따위의 수업은 없었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쳤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학교 수업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는 세계 위원회에서 금지했으며 같은 이유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운동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종류의 스포츠에는 패배자와 실패, 좌절이 반드시 존재하므로, 이 평등한 사회는 그 누구도 좌절과 실패조차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이다. 모두에게 성공의 성취와 승리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모두가 패배의 좌절과 실패의 슬픔을 느끼지는 않을 수 있으므로. 얼마나 현명한가.
-천선란, 「마리와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