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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02160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풀업 / 9
작품해설 / 11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가 어색하다고? 딸이? 그럴 수 있나? 보통 엄마와 딸은 친밀하지 않나? (미수와 영애 씨 사이가 무척 가까웠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왜 이러나. 문제가 있나. 엄마에게 이런 감정을 갖는 게 맞나? 그래서 지수는 더 수다스러워졌다. (……) 영애 씨와 함께 있으면 지수는 언제나 힘이 들었다.
영애 씨가 키운 식물들. 시들지 않는 식물들. 항상 싱그러운 향기를 피워내는 식물들. 순간 지수는 말하고 싶었다. 영애 씨의 식물들이 저렇게 파릇파릇할 수 있는 건 애초 시들시들한 식물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 영애 씨는 살아남은 식물들에게만 애정을 품었다! 시들어가는 화분에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저건 쟤 운명이야. 어쩔 수 없어.”
올리브 나무 뒤쪽, 영애 씨가 숨겨놓은 작은 화분 하나가 보였다. 시들다 못해 누렇게 말라비틀어져 있는 제라늄.
지수는 컵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손에 묻어난 물기를 천천히 매만졌다.
언제부터 그 일들이 모두 지수의 몫이었지?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린 거지? 지수는 반발심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을 다 갚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틀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 적어도 영애 씨와 미수 앞에서는 그랬다. 두 사람 모두 지수에게 갚을 필요 없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게 진심일 리 없었다. (지수가 가족을 정말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고 싶다.) 그러니까, 지수는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이 여전히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영애 씨와 미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