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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02597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4-07-17
책 소개
목차
염소 007
백희 049
제인에게 079
은행나무는 그 자리에 111
환한 조명 아래 우리는 159
포터 209
코트 237
반딧불이 사라지면 275
작품해설 287
작가의 말 30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한 손으로 지팡이를 단단히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물을 움켜쥐었다. 그 상태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내가 코앞까지 다가갔는데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나는 남자가 가르쳐주었던 대로 지팡이를 들어 그의 다리를 잡아챘다. 그는 너무도 쉽게 주저앉았다. 당황한 나는 그물을 놓치고서, 지팡이도 던져버리고 엉겁결에 그를 양손으로 잡으려 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의도치 않게 그를 품에 안은 꼴이 되어버렸다. 작고 낯선 심장이 가슴팍에서 팔딱이는 게 느껴졌다. 그는 도망치려는 듯 고개를 자꾸만 내 품에 문댔다. 그때마다 단단한 뿔의 표면이 쇄골 아래를 짓눌렀다.
_「염소」
받쳐 들고서. 내가 대체 뭐 하려고 주워 온 거냐고 물었을 때 백희는 “유리구슬이 햇빛에 반짝이는 게 너무 예뻐서”라고 대답했다. 백희가 무언가를 예쁘다고 말한 건 실로 오랜만이어서 나는 유리구슬을 유리병에 담아 창가에 놓아두었다.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면 유리병에 담긴 유리구슬들은 저희끼리 몸을 부딪치며 진동했고, 그럴 때면 햇빛이 다양한 색으로 산란했다. 백희는 비행기 소음은 끔찍이 싫어했지만 비행기 때문에 유리구슬들이 빛을 발하는 그 순간만큼은 무척 좋아했었다.
_「백희」
너는 늘 이해와 사랑이 동의어라고 생각했지. 이해가 사랑을 불러오는 것도, 사랑이 이해를 불러오는 것도 아니라고, 사랑이 곧 이해고, 이해가 곧 사랑이라고. 그걸 깨달으면 사람은 자유로워진다고. 그러니 내가 진정 자유를 원한다면 사랑을 하든가 이해를 하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말했어.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치부하는 이들부터 이해하려고 애써보라고.
_「제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