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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2385419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6-02-06
책 소개
책속에서
한 단 분량의 책을 서가에서 앞으로 몇 센티미터 튀어나오게 꺼낸 뒤 양손 손바닥으로 살짝 밀어서 다시 집어넣는다. 조금씩 밀면서 서가 가장자리에서 5밀리미터 정도 튀어나왔을 때쯤 딱 멈춘다. 그다음 책등을 살살 쓰다듬듯이 눌러 정돈한다. 서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이 동작을 반복한다. 그러면 같은 단에 있는 책들이 서가에서 5밀리 정도 튀어나온 상태로 일직선이 된다.
문학 코너 서가 앞에서 리코는 그 작업을 한 단씩 차례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서가에서 5밀리 정도 책이 나와 있는 게 이상적이야. 그렇게 하면 책등이 나란해져서 질서 정연할뿐더러 책등 위로 손가락을 걸어 책을 꺼내기도 편하거든.”
왼쪽 끝에 두었던 바이엇을 가운데에 둘까? 좋은 책인데 잘 안 팔리고 있네. 아, 여기 두는 게 옆의 책 표지와 색감이 잘 어우러져서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아. 아까보다 훨씬 더 책이 돋보이는걸?
책을 정리하면서 책의 순서도 다시 점검했다. 신기하게도 내내 안 팔리던 책이 위치만 조금 바꿨을 뿐인데 팔리는 경우도 있다. 평대에서 서가로 옮기자마자 손님의 눈에 띄어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건 하타케다처럼 컴퓨터로 매출 데이터를 검색하기만 해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런 부분이 서점 업무의 흥미로운 점 아닐까.
그게 벌써 반년 전의 일이다. 그날 이후 리코는 이 대화를 완전히 잊고 지냈다. 단순한 잡담으로 여겼고 애초에 남자의 업무에 참견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정말로 편집자에게 그 책에 대해 말했고, 이후 편집자가 책을 읽고 마음에 들어 실제로 N출판사에 연락을 취해 문고본 판권을 획득했다. 지금은 편집 작업이 끝나고 홍보를 준비하는 단계다. 라이벌 출판사가 비슷한 책으로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 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듯했다. 문고본으로서는 이례적인 홍보비를 투자한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문고본 띠지에 리코의 이름을 넣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문고본의 출간 경위에 대해 잡지에 소개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부탁한다고 영업사원은 요청했다.
“어쩌죠. 우리는 부점장님이 꼭 승낙해 줄 거라 믿고 『빈티지』에 취재 요청도 다 끝낸 상황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