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자도서] 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img_thumb2/9791168016163.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016163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2-09-08
목차
프롤로그
PART 1. 선원이 되기까지
내가 아는 일
아버지와 같은 길
끝자락
바다엔 행복이 있을까
PART 2. 배에서 일한다는 건
낯설며 익숙한 세상
배가 선원에게 미치는 영향
배 안의 것들
일기사, 이기사, 삼기사
바다 위에서의 낮과 밤
PART 3. 배에서 마주한 또 다른 현실
궁금해요, 배 안의 모든 것
귀마개로 귀를 막는다는 건
기관실의 기계들
바다 위의 그림자
캡틴, 오! 마이 캡틴
나는 마린이다
지구는 돈, 다
배는 멈추지 않는다
PART 4. 배에서 바라본 바다, 그리고 사람들
엔진을 끕시다
자식은 항상 부모보다 늦다
머무는 곳의 날씨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아버지들
바다와 눈물 색
선원의 사랑 이야기
별의별 착각
한국말 하는 외국인
PART 5. 배 밖에 펼쳐진 세상
배가 육지에 접안 중입니다
혼자 바다를 보고 있어요
지중해를 지나는 중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당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기는 크리스마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세계 3대 미항
다시 처음으로
PART 6. 오늘도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를 받아들이는 법
바다를 보면 날 볼 수 있겠지
무지개를 보는 순간
Mother ship(모선)
바다의 색
아직 나의 계절이 오지 않았을 뿐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처음 배에 오르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새벽 3시, 어둠 속 높이만 단층 아파트만 한 커다란 배가 내 눈앞에 있다. 그때의 나는 한 손에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그 큰 배를 올려다보았다.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거인처럼 커다란 그 배를, 미지의 무언가를 마주한 사람처럼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거기서부터 앞으로 시작될 내 바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무엇을 싣느냐가 그 배를 결정한다. 사람을 태우면 여객, 석탄을 실으면 석탄선, 원목을 실으면 원목선이 된다. 용도에 따라 갑판이 다른 것처럼 용도에 따라 배의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먼 외국을 나갈수록 배가 커진다. 멀리 나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어선이어도 낚싯배는 작고 원양어선은 큰 이유도 이렇다. 많이 실으면 배가 크고, 적게 실으면 배가 작다. 사람도 생각을 많이 하면 큰사람이 되고 생각 없이 살면 작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외국물을 먹으면 커진다고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원리 같다.
배를 타고 오면 그저 한 배를 탄 것뿐인데 한 해가 지나 한 살을 더 먹곤 했다. 23살 처음과 다를 게 없는데도, 승선 횟수처럼 나이만 먹을 뿐이었다. 밖은 치열하게 돌아가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고민하며 나아가지만 안락한 이곳에서 머물러 있는 나는, 배처럼 부유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