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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127142
· 쪽수 : 60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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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2월 말 어느 날이었다. 봄날처럼 따스하고 나른한 날씨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몸에 겨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거리에서 받은 전단지를 손에 쥔 채 계속 걷는 것처럼 사람들은 겨울이 걸쳐준 껍질을 벗을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노란 햇볕이 비추는 거리를 그렇게 코트 차림의 사람들이 걷고 있다.
강주가 처음 움직임 연구회 중부지구를 알게 된 것은 근처 구청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으며 걷다 본 연구회 간판 때문이었다. 작년 8월 말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강주와 친구는 건어물을 파는 중부시장 입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수많은 건어물 상가를 지나 상가에 진열된 건어물들과 당면과 해바라기씨 등을 지나며 열의 없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눈은 집중한 채로 열심히 쥐포와 멸치와 명란젓을 꼼꼼히 살피며 어 돌아올 때 살까 봐 쥐포란 것이 생각보다 비싼 것이구나 말하며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차분하게 말은 했지만 어쩐지 장황하게 느껴지는 소개를 하고 있을 때 중간에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등 뒤로 다가와 강주가 자신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움직이던 양팔에 자신의 팔을 붙이고 서서히 부드럽게 강주의 팔을 뻗게 했다. 강주와 남자는 등과 팔을 맞대고 각자의 팔을 움직였다. 남자는 천천히 조금씩 팔을 움직였고 왜인지 강주는 그것을 숨을 참지도 숨을 빨리 쉬지도 않은 채 평소의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 처음에 입을 뗄 때만 해도 밤부터 아침까지 일을 해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남자와 팔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느새 이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