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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127494
· 쪽수 : 72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데브리에 붙은 나름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건 작은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바다에서 만나는 세이렌 같은 존재였다. 암초가 아니라 세이렌이라고 하는 점은 놀랍게도, 시끄럽기 때문이다. 공기가 희박한 우주 공간에서 이것들은 사람의 머릿속으로 직접 음성을 전달한다. 정말 유령 같다는 게 나름처리사들의 불평이었다. 시끄러운 게 붙은 데브리는 결함품 취급을 받았다. 새 우주선에 데브리 조각으로 만든 타일을 깔았는데 타일이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면 그야 싫겠지.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데브리에 붙은 이런 나름들을 설득해서 없애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넌 어린 왕자가 아니야.”
나름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어린 왕자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온갖 것을 우주로 보냈다.
그중 하나가 유골이었다.
사람의 구성 물질이 별과 같고, 사람이 죽는 것을 은유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골을 우주로 보내 안전하게, 언제든지 밤하늘에 고인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아이들의 꿈은 여전히 우주 곳곳을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지구의 곳곳을다니고 싶어 했듯이. 지구에 있는 아이들도 우주를 꿈꾸고 우주에 있는 아이들도 우주를 꿈꾼다.
우주에 나가는 것이 꿈인 아이들은 ‘우주 쓰레기 청소부’라는 내 직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확히는 데브리가 나타나면 자석을 던지고, 데브리에 붙은 자석을 끌어당겨 수거한 다음 일정 구역에 던져 넣는 직업일 뿐인데도 아이들은 내가 최초로 달에 간 사람이나 된 것처럼 환호했다. 그래. 천체물리학자나 외행성 지질학자보다야 우주 쓰레기가 더 재밌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