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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027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10-23
책 소개
목차
1부
육중한 문·12
장미의 기억·13
통영·14
든든한 부부·16
세상에 없는 큰 뱀·18
고백·20
과음한 친구들은 일찍 죽었다 했다·22
안민고개·23
겨울 산수화·24
바보 형님·26
그대로 멈춰라·28
버려진 북쪽·29
더러운 손·30
그날·31
청소·32
파리, 잡다·33
팔씨름 공화국·36
비 내리는, 노랑·38
개에게 길을 묻다·40
어느 날 나는 흑백다방을 다시 꺼내 볼 것이다·42
2부
취객·44
휴대폰 분실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1·45
회를 먹던 가족·48
창·49
그 표정·50
외딴집·52
그 봄의 목련·53
고양이가 나를 나쁜 놈으로 내몬다·54
취객들·56
안에 별 것 없다·57
독거·58
큰냄비·60
굴다리·62
빠진 나사·64
기타의 놀라운 힘·66
아버지·68
달력그림·70
밤의 눈동자·71
택배기사가 묻길래·72
휴대폰 분실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2·74
3부
저녁강·78
그가 궁금하다·79
가는 길·80
달의 눈물·82
마을의 미인·83
말레나Malena·84
안민동·86
샘·87
토마토·88
성당에 나가다·90
비·91
경비아저씨·92
골목길을 빠져나와·94
귀신처럼·96
첫눈·98
사이·100
술 담그는 여인·102
이불·104
쓰레기섬·106
그 여자의 그림·109
모르는 그를 지나왔다·110
4부
수평선 너머·114
버스를 기다리며·115
예식장을 나와 장례식장으로·116
토니의 입·118
모닝커피·120
과일의 계절·121
흐린 날의 편지·122
화분의 나무는 언제 흔들렸나·123
화가의 옆얼굴·124
지붕 위에 아무것도 없었을 때·125
울컥·126
음식에 대한 예의·128
오늘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130
여행은 즐거웠나요·132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2·134
벚나무 아래·135
술을 배우다·136
안개 속의 사람·138
오래된 사진·140
아무 거나·142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소리, 그 정겨운 울림
일등바위
애면글면 올라서면
벼랑 끝도 삶이다
잎새마다 음표들이
실로폰 소리를 내고
노을빛
닮은 윤슬이
손가락에 줄 튕긴다
용머리 끄트머리
뱃고동 들리는데
바다로 간 꿈들은
돌아오지 않았을까
꼭대기
바위 속마다
흰 물살을 키운다
코사지
예쁘게 살기 위해
맵시꽃 피우더니
순정을 알아주는
절름발이 사랑으로
저고리 윗주머니를
고상하게 점령한다
한 사람 돕는 일이
화사하게 돋보이면
때로는 예쁘기 위해
몸통을 내버리는
그 짧은 삶의 흔적에
기품이 서려 있다
노숙자 이발 봉사
들쭉날쭉
찝찝한 숲
사각사각 가위질에
정갈하게
다듬고서
창밖을 내다보니
그 옆집
후박나무 왈
‘오메 내 속이 다 개안허요’
단비
깡마른 대지 위에 단비가 내리던 날
마을 어귀 솟대들 흥겨움에 덩실덩실
목축인 산천초목은 또 얼마나 좋았을까
풀잎을 빨아 널은 활기찬 들녘마다
강아지와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우면
개울가 개구리울음 신명 난 선율이다
황소고삐 잡은 손 쟁기 뒤에 끌려가고
해진 바지 질질 끌며 젖은 흙 철벅이는
아버지 굽은 허리가 논고랑을 휘젓는다
닭장의 봄
선잠 깬
수탉들이 홰를 치는 첫새벽
목청껏 외쳐대는
우렁찬 그 알람에
소 몰고 일터로 나간
머슴 새 노랫소리
아지랑이
굼실굼실 산란의 바람 불면
맨드라미 꽃 닮은
닭 볏이 피어올라
부화의 둥지를 틀어
병아리 떼 몰고 온다
봄바람
손끝을 스쳐 가도
잡히는 것 하나 없고
소리 끝 무성해도
보이는 것 하나 없이
꽃향기 전해주면서 옷깃을 스친다
양떼구름 앞세워
빙글빙글 돌고 돌아
하늘빛 가로막고
봄 햇살 삼키려다
지친 몸 쉬어간다며 소리 없이 잠든다
삶의 이정표
출렁다리 건너면 동화 같은 그림이다
일상의 이정표를 손에서 놔야 보이는
서정이 울긋불긋한 시어들 밀려온다
짓누르던 내 몫의 일손을 멈춰놓고
다리를 지나오며 내려놓은 큰 시름이
벌겋게 취한 단풍을 스스로 소진한다
세상의 소음들을 삼켜버린 호숫가에
밤새운 물보라가 그 소임 다하는 날
가을 길 돌아본 개울, 겨울을 재촉한다
시기猜忌
연둣빛
이파리가
청순한 이슬 안고
얼굴을
부비면서
달콤하게 입 맞추면
햇살이
시새움 부려
물방울을 밀어낸다
소리, 그 정겨운 울림 1
바람을 갈라버린 산사山寺의 새벽종이
먼 길을 돌아들어 어두움 걸러낸다
해오름 기운이 서린 신비로운 그 소리
여명의 빛 움 틔우는 노승의 새벽예불
자비로움 두드리며 산자락 휘감을 때
숨죽인 다람쥐 한 쌍 합장하는 그 소리
처마 끝에 걸려있는 풍경의 흔들림에
단잠에 젖어있는 나뭇잎이 깨어나면
바람이 자지러지게 수다 떠는 그 소리
소리, 그 정겨운 울림 2
1
수탉이 알람처럼 홰를 치는 첫새벽
동구 밖 삽살개가 허공을 짖어대면
숲속의 산 까치 한 쌍 화답하는 그 소리
2
아침 열린 숲길에 이슬방울 떨어뜨려
실바람의 속삭임에 살포시 귀 기울면
구름이 쉬어간 산골 메아리의 그 울림
3
장터마다 들썩이는 각설이의 만담에
엿장수 가위질이 온 동네 헹가래 친다
세속에 얽힌 영혼이 몸부림친 그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