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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를 읽는 경비

타임지를 읽는 경비

김승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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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를 읽는 경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타임지를 읽는 경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906318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24-07-05

책 소개

바람이 몹시 불고 있었단다. 할아버지는 어제처럼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었지. 개가 걸어가고 있더구나. 개가 혼자 걸어가고 있었냐고? 그럴 리가. 빨간 여자가 뒤따라 가고 있었지.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너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할아버지가 보기엔 네 엄마보다 더 예쁜 여자였지.

목차

시인의 말

1부


밥솥 안의 뻐꾸기 13
세상의 모든 공사는 언제 끝나나 14
부재 16
그 많던 흑백 17
원탁의 술자리 18
나의 경비 아저씨 20
피뢰침 끝에 앉은 까마귀 22
계란이 왔습니다 24
달을 쏘다 25
어느 날의 과자 26
친구의 초대 28
죽음의 형식 : 먼 벤치 위의 죽음 30
연아의 결혼 32
길 끝에는 양계장이 있었다 33

2부


37 뱀의 숲
38 내가 가끔 트로트를 듣는 이유
40 절정
42 기찻길 옆 고깃집
44 여기, 술집
45 집
46 꿈에
48 대신 개의 이름을 불렀다
49 쿵
50 시집을 돌리다
52 팔씨름 공화국 그 후
53 오늘의 실수
54 깡패 낙엽
56 위험한 오빠

3부

입춘 즈음 59
타임지를 읽는 경비 60
동생과 춤을 62
두 발로 걷는 것과 네 발로 걷는 것 64
학교는 언덕 위에 있었다66
화장실 수건 68
뒤가 나를 일깨운다 70
거울 속에서 말 찾기 72
사계, 사람들 74
잘 안 죽는 식물 75
피 흘리며 걷는 여자 76
봄, 사람들 77
청탁이 들어왔다 78
다리 79

4부


83 하류의 노을
84 문
86 일상은 계속된다
88 안민고개
89 술 사러 간다
90 나의 모든 누나
92 팔십
94 떡이 들어왔다
96 나는 넘어지고 그는 웃었다
98 사탕을 주는 여인
99 하류의 초소
100 바람이 분다

저자소개

김승강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9년 마산합포구 구산면 난포리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3년 『문학·판』을 통해 등단하여 시집 『흑백다방』 『기타 치는 노인처럼』 『어깨 위의 슬픔』 『봄날의 라디오』 『회를 먹던 가족』『타임지를 읽는 경비』와 산문집 『노인을 기다리며』를 펴냈다.
펼치기

책속에서

그 많던 흑백
클래식 음악다방이었다

흑백들이 모여들었고 흑백들은 검은 차를 마시며
저마다의 자세로 음악을 아는 체했다

주인은 노년에 들어
흑백다방보다
흑백으로 불러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흑백들은 흑백다방에서 흑백을 만나
흑백사진 밖으로 떠났고

베토벤 머리의 화가주인도 죽은 부인을 만나러 떠났다

어두운 적산가옥에 남아 피아노를 치던
둘째 딸의 장례식에는
흑백사진 밖으로 떠났던 흑백들이
마지막으로 모여들어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구고 흩어졌다


뱀의 숲
네가 내 숲을 다녀갔다는 것을 밟혀 죽은 뱀을 보고 알았다
다시는 내 숲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며 떠난 네가 아니었던가

밟혀 죽은 뱀은 나의 뱀이었다
나는 이 날이 올 줄 알고 내 숲에 수많은 뱀을 풀어놓았었다

숲을 비울 때
나는 내 숲의 뱀들에게 명령했었다
오직 한 사람만은 물지 말고
그 발아래로 기어들어가 밟혀 죽으라고

내 숲에 새로 난 길이 달빛에 빛난다
내 뱀의 죽음이 만든 네 길이다


타임지를 읽는 경비
내 몸에는 경비의 피가 흐른다
아버지는 한때 경비셨다 아니 수위
경비나 수위나 내 몸에 경비의 피가 흘러들어왔다는 것을
안 지 오래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내 몸으로 흘러드는
경비의 피를 지켜보왔다
나도 경비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는 경비로 일하시며 일본 성인잡지와 무협지를 읽으셨다
나는 타임지를 읽고 싶었다
타임지를 읽는 아파트 경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을 비웃었지만
나는 부러웠다
나도 경비가 되어 타임지를 읽고 싶었다
경비가 되어 타임지를 읽는 것이
나에게는 출세였다

모두 잠든 밤
순찰을 끝내고 경비실로 돌아와
서랍 속에 숨겨둔 타임지를 꺼낸다
사전을 꺼낸다
매끈한 여인의 피부같은 질감이 나를 유혹한다
어둠 속에 밝힌 불빛 아래 누운
짙은 화장의 여인
붉은 매니큐어의 손으로 타임지를 쥐고 있는
너를 범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어둠 속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여기는 시간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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