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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409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2-12-24
책 소개
목차
1부
가을·12
걸리다·13
장미와 고양이·14
고요의 그늘에 서다·16
명자의 일기·18
휴지처럼·20
현자·22
번지다·24
빨랫줄과 빨래집게·26
노래 부르고 싶은 날·27
송충이·28
무릎이 아파요·30
기름종이 안이었어요·31
그네·32
수수·34
2부
배추와 배추벌레·38
양철 지붕에 비가 내리는 동안·39
자폐·40
해바라기·42
목련·44
참기름 짜러 가야 하는데·46
분홍 알러지·48
그랑프리 빵집·50
초록에 갇혀·52
비닐봉지 속의 애호박처럼·54
꽃 이야기·56
인천 자유공원에서·58
봄·59
떨어지는 것은 찬란하다·60
특별시에서 살아내기·62
3부
꽃밭·66
김이든 금이든·67
빈집·68
밑단은 언제나 섬세해야 해요·70
나에겐 아름다운 아들이 있어·72
원·74
휴일·76
그 아이·78
그때 나는 19층 통유리 안에 있었어요·80
햇빛에 모래는 찜질 되는데·82
숲·83
덕산댁·84
하회河回·86
밥·88
폐선·90
4부
강씨와 리어카·94
기차·96
노랑 혹은 누렁·99
찬바람 소리는 왜 나지막한가·100
순대의 시간·102
만수, 만수역·104
건대역 6번출구·106
까진 코를 찾으러·108
눈·110
겨울 산·112
맵고 단단한 것은 찜이 되지 않아요·114
강의 깊이·115
고택·116
지심도·118
죽전竹田·120
해설 | 이경림_현상시시각각변화하는시간의얼굴·121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을
나뭇잎과 나뭇잎이 서로 비비는 사이
바람이 일었다
바람과 바람이 비비는 사이
꽃들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꽃들을
가을이라 했다
나는 가을에서 길을 잃었다
걸리다
누가 던져 놓았나
나뭇가지에 훌라후프 하나 걸려 있다
가지를 잡은 훌라후프
가지에 잡힌 훌라후프
가지가 매달린 훌라후프
가지만큼 흔들리는 훌라후프
그러나 죽어도 가지가 되지 못하는 훌라후프
그러나 어쨌든 훌라후프인 훌라후프
훌라후프를 꿰고 있던 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훌라후프가 흔들린다
훌라후프의 둥근 원 안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동안
전후좌우 기웃거리며 둥그런 것을 지키고 있는 훌라후프
둥근 것이 갈고리가 된 훌라후프!
장미와 고양이
장미 넝쿨이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꽃을 올려놓은 넝쿨이 길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길 너머의 뿌리가 넝쿨을 잡고 있습니다.
굵은 넝쿨에는 굵은 가시가 돋아 있습니다.
가시를 가린 잎을 보며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꽃을 보며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달빛은
꽃잎에도
가시에도 무너졌습니다.
자근자근 길을 밟으며 걷던
고양이 한 마리가
휙!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넝쿨이 잠깐 어두워지고
몇 잎의 꽃잎이 꽃받침을 놓아둔 채
꽃잎 지듯 졌습니다.
꽃잎에 눌린 길이
점점이
달빛에 젖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