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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720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3-12-22
책 소개
목차
시
김요아킴
성지곡 수원지·12
백양산자락을 이어 붙이다·13
4월 22일, 기후 진맥 시계·15
김선아
흰색 만장·18
나에겐 약불이 있다·20
지퍼·21
민창홍
사막으로 가는 길·24
열려 있는 방·26
갈비탕·28
엄영란
그 어린 저녁·32
상사화 피었다고·34
유담
겨울 동백·38
시선·39
불면·40
정은영
혼자 아홉 개 검은 알프스의 모든 꼭대기에서·44
2023년 8월 26일 오전 7시·47
있다·49
김미옥
겹겹·52
모래의 책·53
꿈·55
이강휘
맥주를 마시면 편지를 쓸지도 모르죠·58
빨래 같은 시인이면 좋겠다·59
손영숙
끄트머리·62
빗방울 연가·63
석양의 집·65
양민주
동백을 옮겨 심다·68
겨울 산·69
수진
소의 눈은 화경畵鏡이다·72
개심사의 범종·74
이일우
참꽃 10·80
참꽃 11·81
참꽃 12·82
곽애리
이별·84
통영에서·85
김연순
집은 휘어지지 꺾이지 않는다·88
그림자가 없다·90
이우디
골병든 감정이 팽팽한 달빛을 베어 먹었다·94
나비를 위해 낮은 곳에 뿌리를 두고 낮은 곳을 사랑한다·96
백지의 전지적 시점·98
김영완
섬·102
파장·103
양시연
반지하 사람들·106
고춧가루·107
도댓불 2·108
김종식
이상의 집에 사는 아이·110
고향·112
고순심
분홍나비바늘꽃·116
뫼비우스의 띠·118
전병석
아흔한 살에·120
꽃나무 아래에서·121
누가 지구를 돌리나·122
사랑은·123
임문익
한탄강·126
말목장터 감나무·128
임영옥
비우기·132
둘레길·134
류운정
등·138
내일이 날씨는·140
박순
바람의 사원·144
모렌도·145
이슬의 소리·147
수필
이선국
유유자적이 더 좋다·150
최정옥
대추·156
문학청춘작가회 회칙·160
문학청춘작가회 발자취·164
저자소개
책속에서
*발간사
등으로 나무 밑둥치를 두드린다
두드리다 말고 몇 발짝 앞으로 나와 뒤돌아본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를 우러러본다
다시 나무 아래로 가서 손바닥으로 밑둥치를 친다
계곡이 절벽의 발목을 더듬으며 돌아간다
깊숙이 뚫린 바위틈에서 서늘한 바람을 토한다
물소리가 너럭바위 무당의 칼춤을 휘몰아 간다
한동안 빠져 있으니 햇살이 비켜난다
네 곁에서 지내는데 외롭다
제법 놀았다 싶은데 명치 휑하다
두드리고 치다가 쓰다듬어본다
나무 밑둥치 흔들린다
물소리 잦아든다
너를 밤새 받아쓴다
청춘아!
문학청춘 작가회 회장 이일우
성지곡 수원지 외 1편
김요아킴
햇살을 가두고 하늘을 향해
쉼 없이 오른 편백扁柏의 노동이
거대한 군락의 발화점이 되었다
제방의 물길이 어디로 흐르는지
힐끔힐끔 목을 내밀며 그려낸 나이테는
벌써 백 번의 원심력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민족을 위한 생명수가 마련된 거처
강제한 이식의 역사 속으로
뿌리를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게다
한 뼘씩 식민의 아픔을 속죄하며
고백하듯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오늘의 숨결을 바로잡는 성사聖事였다
그 키 높이만큼 이어진 순례길
변하지 않는 기도의 꽃말처럼, 저만치
물의 지문들이 성큼성큼 찍혀오고 있다
백양산자락을 이어 붙이다
새벽녘, 아파트 입구 편의점을
기습한 멧돼지 소식에 당황한
증거들이 현장에 널브러져 있다
산에 있어야 할 야성을
어찌 이곳까지 옮기려 했는지
지나온 족적이 궁금하다
산자락에서 박살 난 유리문까지는
가늠할 수 있는 세월에 반비례해
난무한 욕망의 뻘밭을 지나야만 한다
분명 콘크리트로 다져진 단단한 신념과 냉정하게 가로지른 아스팔트의 무거운 침묵, 그리고 골목 담장 높이 견제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무사히 횡단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할 한 생명의 욱신거림이 고스란히 CCTV에 매달려 전해온다
매번 등산화 동여매고 역으로
그 길을 탐문할 때마다, 곳곳의
그 흔적들을 이어 붙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