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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1000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4-12-20
책 소개
목차
시 부문
김요아킴
The sound of silence·12
그 느티나무의 품·14
꽃으로는 때려라·16
김선아
비옥肥沃, 비옥翡玉·20
사하라와 낙타·21
그 개·22
민창홍
아르부르드 커피숍·24
독수리의 눈·26
물에 대한 기억·28
엄영란
11월의 장미·32
구인사 가는 길·33
꽃무덤·35
유담
시선의 졸음·38
정기검진·40
스케이트를 틀다·42
손영숙
바다 위 독립문·46
몽돌해변·48
양민주
신호수·50
벙어리 산이 한 줄 행간으로 꾸짖네·51
수진
늙은 엄마·54
찻잔 가득한 마음·56
이일우
참꽃 13·60
참꽃 14·61
참꽃 15·62
곽애리
몽골의 비·64
피리 속의 페루·66
김연순
원미동이 환해요·70
일기장·72
박언휘
울릉도 어머니·76
고향의 동백꽃·77
이우디
인포데믹스 위반하기·80
멜랑콜리아 지구·82
고흐의 해바라기·84
김영완
밴댕이·88
욱이 형·90
김종식
잔디의 잠·92
안구 마우스로 쓰는 시·94
전병석
모두 어디로 갔을까·98
지구가 더 기울지 않는 이유는·99
비 오는 오후에는 무엇을 하나요·101
임문익
비창悲槍·104
곰배령·106
송시올
어머니의 호박·110
가을 삽화·112
임영옥
꽃 장화·114
환幻·116
류운정
고래를 키워요·120
거리에서·122
박순
후스르흐·126
be 동사+ing·128
유념을 유념하다·130
서형자
일출·134
모감주 꽃·135
시인이 사는 집·136
김육수
저녁이라는 말들·138
새벽길·140
조성미
홍옥의 계절·142
라라·144
양말 가게·146
수필 부문
이선국
어디로 갈까·150
최정옥
아름다운 십일월·156
문학청춘작가회 회칙·160
문학청춘작가회 발자취·164
저자소개
책속에서
*발간사
뜨거운 여름 그리고 청춘의 문학
올여름의 무더위는 나무늘보의 걸음처럼 더디게 지나갔습니다. 극심한 더위 속에서 저는 달고나 같은 수박과 머리만 한 사과를 떠올리며, 그 더위를 ‘청춘’에 비유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이 길어지듯 청춘도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흔의 청년들이 논밭을 누비며 여전히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청춘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청춘의 시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문학청춘’이야말로 이런 청춘의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이 길어지듯 청춘과 문학도 길어질 것입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깊어지는 간장처럼, ‘문학청춘’도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된 맛을 더해갈 것입니다. 제7집 ‘문학청춘’ 동인지의 작품들을 읽으며, 달고나 같은 수박과 사과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 속에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견뎌낸 과정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이 긴 여름을 슬기롭게 견뎌냈기에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힘겨운 시기를 함께 견디며 만들어낸 성과는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이러한 시간의 누적이 문학과 청춘의 가치를 더욱 깊이 느끼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문학청춘’은 청춘의 열정과 문학의 깊이를 함께 담아낼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더 깊어지는 문학으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제7집에 담긴 모든 작품들이 그러한 의미를 품고 있기를 바랍니다.
문학청춘 작가회장 이일우
비옥肥沃, 비옥翡玉 외 2편
김선아
하늘 귀퉁이 파고 물 한 모금 심었던가, 미인의 뼈마디랑 핏줄도 함께 심었던가, 오장육부도 군데군데 심고, 하염없는 눈빛은 향신료처럼 아주 살짝만 뿌렸던가,
하늘이 무척 비옥肥沃해졌던가.
미인의 눈에만 깜깜한 우주의 온몸에 흐르는 반짝이는 물길 보인다 했던가, 투명한 뼈마디로 줄사다리 엮어 보슬보슬 내려왔던가, 얼비치는 실핏줄을 머리칼처럼 살살 빗어 내렸던가, 잎맥 가지런해졌던가, 오장육부로 끝말잇기 하다 도저히 이어갈 수 없는 도단道斷의 경지일 때, 새하얀 목련이 말길[言路] 텄던가, 물길 냈던가,
미인의 꺼풀 없는 눈매처럼
봄비 내렸던가,
비옥翡玉이 내려왔던가.
사하라와 낙타
사하라 사막은 물고기비늘형 무늬를 가졌다.
낙타의 넓적한 발바닥에도 그 무늬 빽빽이 박혀 있다. 사하라의 갈증도 태양도 샌드바이퍼도 한 점씩 뜯어먹기 좋게 그 발바닥 무늬 쩍쩍 갈라져 있다.
그 때문일까, 온몸은 화염처럼 붉지만 속내는 푸르다. 푸르러 수맥 찾는 솜씨 빼어나다.
갈증의 군락지 사하라에서, 낙타는 제 자신을 위해 한 방울의 물도 갈망하지 않는다. 다만 모래폭풍 같은 사투는 단봉으로 방어하고, 물길은 오로지 오아시스 쪽으로 몰아갈 뿐이다.
드디어 오아시스다. 사하라와 낙타가 서로를 향해 무릎 꿇는다.
낙타는 발바닥 비늘무늬마다 고장 난 수로 없는지, 묻는다. 단봉아, 너도 괜찮지? 수맥 찾을 채비 다시 하느라 무릎 세우면서 긴 속눈썹으로 그렁그렁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