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0126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12-24
책 소개
목차
시
김요아킴
노르웨이 숲 옆 푸르지오·14
사춘기思春期·16
1월 10일·17
김선아
이명·20
가을을 읽다·21
수도水島교회 1·22
민창홍
포인세티아·24
유리의 집·25
거울 속 회랑에서·27
엄영란
밑단은 언제나 섬세해야 해요·30
빨랫줄과 빨래집게·32
유담
마스크의 눈동자·34
응시·35
호수·37
정은영
해빙·40
한 개 품은 꿈을 오래 곱씹는 뚱뚱한 고양이에게·42
코로나 블루·44
김미옥
저물어가는·46
가게家系·47
일탈이라면 일탈·49
손영숙
수중 분만·52
무섭고 아름다운·53
꽃씨 사설·54
이강휘
손님맞이·58
다시 이리 오너라·59
자기소개서·60
수진
시간·62
꽃자리 차 한 잔·63
빈집의 낙서·65
양민주
낙동강 어머니·68
오다가 만 눈·69
이일우
참꽃 4·72
참꽃 5·73
참꽃 6·74
곽애리
마른장마·76
징검다리·78
김연순
운수 좋은 날·82
귀를 줍다·84
박상옥
어떤 꽃·88
얼음 불꽃·89
피와 꽃·91
김영완
사춘기·94
어항·95
이우디
소우주·98
이터널·100
발인 티켓·102
양시연
묵주알 봄·106
신경성 안될병·107
친정의 별·108
고순심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110
제비·112
김종식
강의 얼굴·116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서·118
수필
이선국
아기 풍란·122
문학청춘작가회 회칙·127
문학청춘작가회 발자취·131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르웨이 숲 옆 푸르지오 외 2편
김요아킴
불완전한 사람들이 불완전한 세계에서
불완전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중에서
비틀즈의 노래를 부르며
노르웨이 숲 옆으로 이주를 했어요
평평한 저 아랫동네에서
제가 발 디딜 곳은 없었어요
잠자리를 같이하는 여자와 새끼들을 데리고
매번 유목민처럼 떠돌아야 했어요
비옥한 땅이 자본으로 전제되는
젖과 꿀이 흐르는 신도시의 유혹이
매번 발목을 잡으며 속삭였죠
자, 문을 열고 나서봐, 뭐든지 얻을 수 있어
달보다 환한 저 불빛과 화려한 간판이
네 영혼을 살찌울 거야, 그래
잠까지 줄여가며 더 힘껏 일해 봐
하지만, 편하게 누워야 할 방마저
주인의 단 한마디에 뺏겨버리는, 밤마다
그때 노래를 들었어요, Norwegian Wood
우리가 얼만큼 호흡하며 살지, 무엇이 참 기쁨이고 행복인지
상실의 시대, 동쪽 숲 바로 너머 이곳에서
이 노랠 꼭 부르고 싶었어요
사춘기思春期
붉은 꽃잎을 틔우기 위한
맵디매운 한 시절의 생채기는
문고리의 깊은 침묵으로 시작되고
폭발한 얼굴의 몇몇 화산구는
스스로의 유배를 예고했지만
혼란한 해방공간의 가족사처럼
색깔을 달리하는 슬픔과 분노의 용해점이
차례대로 두 딸아이에 모두 낯설 때
그 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찾은 남도의 섬, 각기
이 년 터울로 아비와 함께
꼭 사려니 숲에 들기 위해 들른
4.3 공원에서의 매번 터진 울음은
중산간 서걱이는 억새의 그림자만큼이나
까마귀의 날갯짓으로 선회하고
그날의 지울 수 없는, 꽃다운 나이
다시 그 봄을 기억하며
아비와 두 손을 꼭 잡은 채
나란히 길을 걸었다
1월 10일
친구 아비의 부고를 받고
수년 전 그 슬픔의 점도粘度를 알기에
찹찹한 바람에 움츠린 달이
채 뜨기도 전, 고향에 닿았다
가는 내내 머릿속에는 아버지와의
지상에서 마지막 식사가
끊임없이 재생되어, 결국
옛 살던 집터로 향했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펄떡펄떡
생기 넘치는 전어 한 점을
입에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이
마치 갓난아이 같았었다
친구 아비의 부고를 받던 날은
아버지가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
사라진 우물의 도르래가 길어 올린
가마솥 따끈한 목욕물로
아버지는 세례를 받고
아장아장 뛰어놀던 수국나무 옆
아랫방에 신혼을 차리며
나도 생겨나고
무학산의 기운은 여전히
전신주 위, 오선지 마냥 팽팽한데
거대한 아스팔트 더미에 화석화된
추억만이 까만 밤의 음표로
흥건히 매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