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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8220836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제1화 노인과 벚꽃
제2화 청년과 반딧불이8
제3화 여고생과 노을
제4화 사신과 에메랄드
막 간 검은 고양이와 왈츠
제5화 꿈을 좇는 사람과 악마
제6화 제비와 불꽃놀이
막 간 검은 고양이와 천사
최종화 그와 그의 세계
리뷰
책속에서
“딱 이맘때면 말이여. 마을 여기저기에 벚꽃이 피어나서 어찌나 아름답던지. 손주 녀석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디. 오나마키의 벚꽃……….”
그 중얼거림이 키무라 쇼헤이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향수에 젖은 눈동자 위로 막이 내리며 그는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미약한 한숨이었지만, 그것은 내 눈앞에서 일곱 가지 빛깔로 반짝이며 날갯짓하듯 넓게 퍼져나갔다. 실로 현란하고 복잡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혼.
나는 무지갯빛 날개를 빨아들였다. 빨아들이고 몸속으로 집어삼켜서 나라는 이름의 배에 태운 채로 명부로 데려가게 된다.
눈을 감으니 눈꺼풀 밑으로 쇼헤이의 인생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사신 앞에서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한 순간부터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에 태어난 그날까지, 기억의 언덕길을 내리닫는다. 그런데 역재생되는 극채색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어떤 것을 발견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유학도 가 고 싶고, 히요리도…….
인생 최후의 꿈속에서 사신의 손가락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다음 생이 있어.”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그가 꺼낸 것은 위로의 말…… 이었을까?
“거기서 자네는 다시 한번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뭐야 그게.
최후의 순간, 나는 웃고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우는지 웃는지 모를 어설픈 웃음이었다. 하지만 사신이 하는 말이니만큼 한 번쯤 믿어 봐도 좋지 않을까? 1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는 견우와 직녀처럼, 나도 다음 삶에서는 너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랑을 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몸이 쑥 가벼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생각했다.
아아, 이제 괴롭지 않네,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