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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6822350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12-16
책 소개
목차
제1장 바다 냄새가 나는 세탁소
제2장 돈키호테 청년
제3장 면 100프로의 인생
제4장 덜 마른 당신
제5장 메탈리카 티셔츠
리뷰
책속에서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하던 일이 신경 쓰여서 휴일에도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드물게 아무 일도 없는 날이면 학창 시절 친구와 점심을 먹고 밤에 또 다른 친구와 만나 술 마시러 가는 등 무언가에 홀린 듯 하루 종일 약속을 만들어 밖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그러고 나서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지만. 그때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혼자서 집 주변을 산책한다는 것이 어쩌면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아카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제가 아는 요코하마는 언제나 이래요. 꿀꿀한 기분을 싹 날려주는 것 같은 기운 넘치는 바람이 불지요.”
“뭘 도와드릴까요?”
여자의 말은 특별할 게 없었다.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흔히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아카네의 마음속에 들어와 훅 꽂혔다.
‘도와주었으면 하는 일? 내 인생.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이 인생.’
아카네는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누군가 손을 잡고 같이 걸어주었으면 했다. 다시 한번, 이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으면 했다. 여자가 그런 깊은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저 “어서 오세요”를 대신한 인사일 뿐이었다. 분명 그걸 모르지 않는데도 콧속에서 눈물 맛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