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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img_thumb2/979116826132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ISBN : 9791168261327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10-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Ⅰ. 눈을 의심케 하는 도심 속 황토 벌판
1. 부동산 욕망에 불붙인 동해선 개통 (부산교대~송상현광장)
2. 지우개로 지운 칠판 같은 백 년 고갯길 (우암동 소막마을)
3. ‘정중앙’마저 뽑아 버린 재개발의 위력 (당감시장~동평초등학교)
4. 아파트 건설에 밀려난 ‘피란민의 성지’ (서구 아미동 순례)
5. ‘마천루’, ‘신기루’ 구별을 어렵게 하는 골목 (용호동 전통마을~오륙도 SK뷰아파트)
6. 찢기고 잘려 나간 삶의 흔적들 (지겟골~못골 옛길)
7. 간극과 비틀림을 확인한 영도의 허리 (영도 중리~한국해양대)
Ⅱ. 망각을 바라는 흔적 유실의 현장
1. 뱃길 들머리에 부는 변화의 바람 (덕천역~구포장)
2. 잊힌 조방과 사라지는 매축지마을 (조선방직 옛터~매축지)
3. 키가 크는 이유는 볕이 아니라 자본 (남천동~대연동 옛 해안 길)
4. 개발 욕망에 스러지는 ‘근대의 향기’ (초량길)
5. 갈잎… 모래톱… 추억과 함께 콘크리트 밑으로 (신평역~에덴공원)
6. 문학·음악의 낭만도 그만 재개발 굉음에 (일광면 해안가)
7. 비워지는 100년 기억의 창고 (민락동 옛 해안 길)
Ⅲ. 파도가 덮치고 몽돌이 쓸리는 해조음
1. 단절과 삭제 사이에 놓인 그 어디쯤 (서동~금사동)
2. 손잡고 이어지는 섬과 포구, ‘부산의 다도해’ (낫개역~몰운대)
3. 100년 길 훼손을 걱정한 4㎞ 여정 (남포동역~송도해수욕장)
4. 북항 변화에 빨려 들어가는 배후지 (영도 봉래·남항길)
5. 빠름과 느림, 변화와 정체의 고개 ‘대티’ (대티고개~괴정동)
6. 도시화에 묻힌 시·공간의 흔적들 (전포카페거리)
7. 40일 만에 만난 의문의 ‘삭제’ 현장 (심상소학교 라인)
참고 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송상현광장까지 여정에서 그런 부침을 확인한다. 한때 부산의 간선이었으나, 서면~양정~연산으로 이어지는 줄기에 그 지위를 빼앗겼던 세월. 그렇게 한산한 곳으로 전락한 간조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바닷물이 밀려와 해면이 높아지는 변화상을 목격하는 발걸음이다. 그 발길은 옛 자취에 풍덩 빠지는 유영이기도 하다.
오 년 전에는 그런 감상에 젖었다. 지금은 다르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너무 큰 쓰나미나 다름없다. 아마 그때는 변화상을 단순한 밀물로 오인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익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앞선다. 동해선 개통 후로 역세권 이익을 노린 토건·건설 자본의 발톱은 그만큼 날카롭고 거칠다. 다시 덮쳐오는 너울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얼마 남지 않은 보배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함께 밀려온다. 유적이 부족하다는 시선에 늘 시달리는 부산이다.
산업 구조 재편으로 공장과 사람이 밀려났고, 쓸쓸한 공기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곳에 다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름하여 재개발 열풍. 옛사람들이 장에 가기 위해 짐을 이고 지고 넘던 고갯길은 정비 사업 구역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이번 여정은 기억을 각인하는 작업이다.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이전의 발걸음과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 이렇게라도 종적을 남겨놔야 훗날 항해의 좌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역사를 기록하고, 공부하는 이유이니까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사람과 문물이 뒤섞여 특유의 체취를 풍기는 게 도시의 특성이다. 한 도시는 이처럼 나름의 색깔을 드러낸 채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그래서 도시 안의 모습은 차이 없는 하나의 모습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완벽한 균일체는 이론상으로나 있는 법.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다른 성질의 그 무엇이 결국에는 눈에 들어오고 만다. 그런 원인 중 하나가 지리적 요소다. 사통팔달의 좁은 도시에서 그게 무슨 변수가 될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과 물자가 빈번한 곳이 있고, 외딴 도서島嶼처럼 여러 장벽에 갇힌 곳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섬 같은 지점이 변두리가 아니라, 도심 속이라면 과거 도시 흔적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