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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파는 의사들

중독을 파는 의사들

(의료시스템은 어떻게 우리를 약물 의존으로 내모는가)

애나 렘키 (지은이), 중독성 처방약물에 신중을 촉구하는 의사들 (옮긴이)
오월의봄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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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파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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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중독을 파는 의사들 (의료시스템은 어떻게 우리를 약물 의존으로 내모는가)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68731660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5-11-17

책 소개

《도파민네이션》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저자 애나 렘키는 《중독을 파는 의사들》에서 바로 그 ‘처방약물 중독’의 문제를 진단하며 그 근본 원인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이어간다. 현직 의사들과 자신의 환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러한 현실 배후에 놓인 배경과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약물을 에스프레소처럼 소비하는 시대,
중독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의사들을 속이고, 환자들을 중독시키며
우리를 거대한 그물망 안으로 포섭하는 의료시스템의 민낯

※ 나종호(중독 정신과 의사), 정희원(내과의사) 강력 추천 ※


진통소염제, 기분안정제, 수면제, 항우울제, 집중력 향상제…… 현대인의 삶은 이런저런 약물에 둘러싸여 있다. 감기나 각종 염증, 근육 통증 등에 처방받는 진통소염제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이나 문제를 완화해주는 각종 정신과 약물까지, 통증과 증상에 빠르게 작용하는 여러 약물들은 우리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준다. 의학과 제약산업의 눈부신 발전은 약물을 마치 에스프레소 주문하듯 가볍고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의사를 통해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처방받은 이러한 약물들이 우리를 심각한 중독의 덫에 빠뜨린다면 어떨까? 마약이나 알코올이 아닌 ‘처방약’이 우리를 약물 의존과 중독으로 이끈다면? 그렇게 해서 ‘치료’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대신 또 다른 ‘질병’과 ‘손상’을 얻게 된다면? 미국에서는 매해 1만 6000여 명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갈수록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늘고 있는 한국 역시 사망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용 마약류를 한 번 이상 처방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이 2001만여 명(10명 중 4명꼴)에 달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2024 식약처 통계).

《도파민네이션》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저자 애나 렘키는 《중독을 파는 의사들》에서 바로 그 ‘처방약물 중독’의 문제를 진단하며 그 근본 원인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이어간다. 의사들을 과잉 처방으로 이끌고, 그리하여 환자들을 중독시키는 왜곡된 의료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약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그 해로움에 대해서는 외면하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현직 의사들과 자신의 환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러한 현실 배후에 놓인 배경과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이 책을 추천한 이들의 말처럼, 《중독을 파는 의사들》은 미국의 의료 현장을 넘어 “한국사회와 한국의 의사들에게 보내는 절박한 경고장이자 간곡한 부탁”이며(나종호), “‘약물중독’이라는 현실을 짚는 데서 더 나아가 자기돌봄과 자기주도적 삶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역작(정희원)이다.

약물과의 전쟁: 중독의 연료가 되는 치료제

“이제 우리는 응급실에 가서 딜라우디드(하이드로몰폰 성분의 강력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 주사를 맞거나 클로노핀(클로나제팜 성분의 벤조디아제핀 계열 진정제) 한두 정을 처방받는 일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는 것만큼이나 가볍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책임이 있는 것은 비의료적 목적으로 약물을 찾는 개인들이 아니라,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시스템이다.”(254쪽)

수만 건에 달하는 풍부한 임상 경험이 있는 중독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20세기 후반에 들어 통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의 기준이 전례 없이 낮아졌고, 그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중독성 처방약물 처방과 소비가 늘어난 것이 오늘날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중독성 처방약물 대유행’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처방약물’이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대부분의 환자들은 마약상을 통해 비합법적으로 약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의사에게 합법적으로 약을 처방받았고, 바로 그 약으로 인해 중독의 덫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 이들의 삶은 약물로 인해 망가져가는 전형적인 하향곡선을 그린다. 직장, 친구, 가족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죽음 직전의 상태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는 입원 전 몇 달에 걸쳐 서로 다른 16명의 의사에게서 오피오이드 알약 1200정을 처방받아 복용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사례가 결코 예외적인 것이 아님을 힘주어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11년 11월 1일 ‘중독성 처방약물 대유행prescription drug epidemic’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 대유행의 원인이 ‘의사들에 의해 더 널리 처방되고 있는 오피오이드 진통제와 일부 정신과 약물’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2010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비의도적 약물중독unintentional drug poisonings이 미국에서 사고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어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인구를 넘어섰다. 이 재앙은 지역과 인종을 가리지 않았으며,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백인 중산층 사이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 출생)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는 약이라는 화학물질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의 약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오늘날 많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중독성 처방약물 복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침에는 기분을 돋우기 위해 각성제인 애더럴 을 복용하고, 점심에는 운동으로 발생한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오피오이드 진통제인 바이코딘을 복용하고, 저녁에는 마음의 긴장을 풀기 위해 ‘의료용’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밤에는 잠에 들기 위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인 자낙스를 복용하는 식이다. 집중력 향상 효과를 얻기 위해 복용하는 중추신경자극제(정신자극제)는 그저 ‘좋은 학습 보조 영양제’쯤으로 여겨진다.

이런 현실은 단지 저자가 주로 다루는 미국의 현실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마약청정국’이라 불려온 한국 역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 애나 렘키와 번역자 장창현(‘중독성 처방약물에 신중을 촉구하는 의사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 “미국사회 중독성 처방약물 남용의 현실은 한국의 미래를 경고”한다. 이는 미국에서 과잉 처방을 부추기는 요인들 상당수가 한국에서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의 정신과 외래 진료 시간은 상당히 짧은 편(10분 미만)이다.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환자를 볼수록 (의사의) 재정적 보상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한국 역시 의존성이 있는 약물 처방에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정신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 등 의존성과 남용 위험이 명확한 약물들의 처방에 대한 장벽이 낮다.

셋째, 한국은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이 여전히 미약한 편이다. 환자와 가족이 약물의 위험, 이득, 대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는 경우가 드물다.

통증과 심리적 다양성은 어떻게 질병이 되는가: 대안적 서사를 거부하는 문화

의사와 환자 모두 지나치게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안적인 질환 서사를 거부하는 현시대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 우리 시대의 문화는 통증을 “철저히 피해야 할 저주”로, 감정, 인지, 기질상의 다양한 차이를 ‘질병’으로 규정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억압한다. 통증의 경우 원래 치유 과정의 바람직한 요소였으나 1850년대 중반 통증 치료법이 크게 발전하면서 점차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참을 수 없는 통증’의 기준이 전례 없이 낮아진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차이 및 다양성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현대의 질환 서사 역시 그러한 차이를 없애기 위한 치료만을 중시하도록 한다.

“인간의 다양성을 질병으로 규정하게 되면, 자연스레 이 차이를 없애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기 마련이다. 생각, 감정, 행동이 화학적 수프chemical soup 안에서 발생하는 신경세포의 활성화에 불과하다고 보는 정신질환에 대한 현시대의 관점이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뇌의 화학작용을 조절하는 것이 차이를 정상화하는 새로운 방식이 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환자 카렌이 학업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친구들을 따라 애더럴을 복용하고 그 효과를 체험하면서, 도리어 (그 효과를 통해) 자신이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역방향 논리’를 꼬집는다. 정신의료계에 만연한 이런 사고방식은 ‘어떤 약을 먹고 상태가 나아진다면, 그 약이 치료하는 질병을 앓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의력결핍장애가 없더라도 거의 누구나 정신자극제를 복용하면 집중력과 수행력이 향상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다르게 태어난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와 문화는 그 차이에 너무나 쉽게 질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약물로 치료하려 든다. 카렌이 자신의 학습능력 부족을 뇌의 병리적 문제로 규정하고 주의력결핍장애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정신자극제를 장기 복용하게 된 카렌의 사례는 우리 문화에 팽배한 그런 경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일탈 행동뿐만 아니라 개인들 사이에 존재하 는 미묘한 차이까지 정신질환에 포함된다. 무언가에 적응하 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까 지 정신질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학습 능력이 평균 이하인 학생이나 남들과 다른 특이한 은둔자도 정신질 환 진단을 받을 위험이 있다.”(118쪽)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것이 의심의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을 자원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을 갖게 되어 오명이나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차이를 진단하는 것을 넘어 그 차이를 단지 ‘마법의 알약’으로 ‘치료’하려는 성급한 접근이다. 특히 그 약물이 중독의 위험성이 있을 때는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접근법이 성행하게 된 데에는 의사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의 책임도 크다. 지난 30년간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의 정서적 고통, 정신과적 증상, 혹은 삶의 위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갈수록 더 정신활성제psychoactive drugs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고, 심리치료는 다른 이들의 몫으로 넘겨버렸다.”(119쪽)

거대 약물 카르텔과 의료공장: 약물 남용을 부추기는 의료시스템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분석을 비롯한 다양한 대화 치료법을 버리고 손쉽게 ‘마법의 알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들조차 환자가 처방약물에 의존하는 수준에 이르도록 방관하거나 약물의 위험성을 종종 간과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우리는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다. 통증으로 고통받는 삶을 개선하려는 선의의 노력과 진심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현실 배후에는 부패한 의료시스템이 존재하며, 《중독을 파는 의사들》은 바로 그 시스템을 면밀히 추적한다.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려는 의사들의 마음과 중독에 대한 무지가 결합할 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의사들은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나종호)

이미 ‘중독성 처방약물 대유행’으로 인한 진통을 겪은 미국의 경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처방약물 모니터링 프로그램PDMP 등을 도입해 의사들이 환자가 어떤 규제약물(벤조디아제핀, ADHD 치료제,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 등)을 처방받았는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사회는 물론 한국사회 역시 여전히 ‘약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구조적으로 병든 시스템 안에서 변화를 도모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물 중독으로 인해 여러 합병증을 앓게 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르게 된 환자들의 존재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의료시스템을 왜곡하고 부패시키는 것은 퍼듀 파마, 존슨앤존슨, 엔도 제약 같은 거대 제약회사Big Pharma와 학계 의사, 전문 의학회,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공모 관계다. 이 끈끈한 커넥션은 의사들의 처방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옥시콘틴(암성 통증에 처방되는 FDA 2급 규제약물)과 같은 오피오이드 진통제 제조사로 이름을 떨친 퍼듀 파마는 미국의 오피오이드 대유행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제약회사들은 자사 의약품에 유리한 연구 결과를 낸 의사들을 선별해 이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도록 거액을 지원하고, 그 지원을 받은 의사들은 오피오이드 약물을 더 널리, 더 자유롭게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파하곤 한다. (대부분이 처방용 오피오이드를 생산했던) 최소 12개 이상의 제약회사와 재정적 관계를 맺으며 의사들에게 오피오이드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퍼뜨렸던 러셀 포테노이 박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사용할 때 극도의 신중을 기울이며 장기간의 처방을 지양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던 1980년대 이전과 달리, 이후 의사들이 오피오이드의 자유로운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옹호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

오피오이드와 같은 중독성 처방약물의 시장화를 부추기는 FDA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익히 알려져 있듯, FDA는 의약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승인하고, 대중에게 보급된 이후에는 그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그러나 FDA는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만성 통증 치료에 오피오이드를 홍보하는 제약회사들을 막지 못한 것은 물론, 그들이 시장에 출시하는 새로운 오피오이드를 더 쉽게 승인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처방 오피오이드 진통제 대유행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특히 이미 오피오이드를 선호하는 만성 통증 환자들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선별 등록’ 승인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제약회사가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다.

실제로 2007년 퍼듀 파마의 최고 경영진 3명은 옥시콘틴에 중독성이 덜한 것처럼 ‘허위 표기’를 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고, 퍼듀 파마는 6억 34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했다. 처방 오피오이드 대유행으로 심한 타격을 입은 주 중 하나인 켄터키주는 유일하게 50만 달러의 환급을 거부하고 퍼듀 파마를 상대로 자체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이로써 2015년 2400만 달러 합의를 이끌어냈고, 2025년 6월에는 7310만 달러의 추가 합의로 누적 10억 달러 이상의 보상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50개 주와 5개 자치령의 법무장관은 2025년 6월에 퍼듀 파마 및 그 소유주인 새클러 가문과 74억 달러 규모 합의 원칙에 서명했으며(다주 합의), 이에 따라 일리노이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은 이후 퍼듀 파마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보상을 받을 예정이다.

산업화된 의료 시스템 역시 문제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중독성 처방약물 대유행은 일부 일 탈적인 의사들이 고의로 환자에게 해를 가한 결과가 아니다. 물론 그런 의사들도 존재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의를 가진 수많은 의사들이 환자의 전인적인 건강보다 특정 신체 부위에 국한된 생산라인 작업 처리량을 우선시하는 ‘의료공장’에 근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의사들의 과잉 처방이 만연한 것은 그 때문이다. 환자를 교육하거나 환자에게 공감하는 것보다 단순히 약 처방을 내리는 것이 더 빠른, 동시에 더 나은 경제적 보상을 받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자신의 지위를 수익 창출 능력과 환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평가받는 구조, 특히 한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3분 진료’의 현장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기보다 상품으로 대상화할 위험이 커진다. 환자 역시 의사를 단순한 약물 공급처로 이용하기 쉽다.

진정한 중독 치료는 가능한가: ‘약쟁이’라는 낙인, 그리고 약의 미로를 넘어서

중독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유발되는 것에 비해 회복의 길은 무척이나 더디고 지난하다. 특정 약물에 이미 중독되었다고 할 때, 그 약물의 사용을 중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처방약물 중독이라는 현상 자체가 단지 환자 개인의 책임이나 문제가 아닌 만큼, 그로부터의 회복 역시 환자와 의사의 긴밀한 소통, 그리고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 속에서 모색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물 중독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과 낙인을 깨부수는 일이다. 특히 중독으로 인해 약물을 찾는 환자를 ‘꾀병’으로 재단하고 비난하거나, 중독 자체를 무조건 도덕적 타락이나 죄악으로 여기는 태도는 중독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독의 원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서는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중독에 대한 의료적 접근 방식에서 혁신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중독을 단순한 의지력 부족 문제로 본다. 문제를 더 악화하는 것은 중독 치료 지원을 꺼리는 보험사의 태도다. 당뇨, 신장질환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성질환이나 다른 복잡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치료를 제공하지만 오피오이드 금단을 겪는 환자의 입원 비용이나 중독 치료 비용은 지급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중독 치료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는 환자 개개인에 대한 치료를 넘어 “중독성 처방약물의 대유행을 일으키는 숨겨진 힘”의 뿌리와 실체를 알고 그에 개입하는 실천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의료시스템을 재구성함으로써 의료의 새로운 의무가 신체질환뿐만 아 니라 중독을 포함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까지도 치료하는 데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의사들은 점점 더 복잡한 생물심리사회적 문제(유전, 양육 환경, 주변 환경)를 겪는 사람들을 치료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지만, 정작 이 과제를 수행할 도구, 시간, 또는 자원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산업화된,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하는 공장 생산라인식의 의료 체계가 지속되는 한, 중독과 같은 복잡한 정신 행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하다.

중독 치료에는 ‘약덜기’와 같은 물리적 실천뿐 아니라 관계와 공동체를 통한 치유 역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중독 치료가 의료시스템의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의료 전반과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사-환자 관계로 좀 더 범위를 좁혀 이야기하자면, 환자를 배제하지 않고 환자와 함께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견주는 ‘함께하는 의사결정’과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의사들에게 허용하는 것보다 더욱 충분한 진료 시간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약물을 서서히 줄여나가며 ‘비약물적 요법’을 시도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데, 약물에서 벗어나 삶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인지행동 치료나 운동 치료, 명상, 요가, 교육, 치유 공동체 참여 등의 활동은 약물 이외의 방법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곧 통증을 조절 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해 ‘신경계를 재훈련’하는 과정이자, 환자와 치료진이 경험을 함께 나누며 공통의 언어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약은 수영 초보자에게 필요한 킥판이자, 자전거를 처음 탈 때 부착하는 보조바퀴에 가깝다. 의사의 역할은 그런 도구에 영원히 의존하게 만드는 대신 언젠가 그 도움 없이도 스스로 헤엄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정신의학은 더 늦기 전에 그 ‘놓아주는 순간’을 준비해야 한다. 고통을 없애는 대신, 고통을 통과해 삶의 의미를 다시 세우는 치료의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옮긴이)

“문제 해결은 삶에서 비롯되는 모든 고통에서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자각에서 시작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와 불편, 즐거움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통을 없애는 데만 급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고통을 직시하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정희원)

목차

추천의 글 | 나종호·정희원 7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14
한국어판 서문 | 애나 렘키·장창현 16
약물·약품 용어 정리 24

프롤로그: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중독성 처방약물의 대유행 | 규제약물과 중독성 | 엉킨 그물망

1장 중독이란 무엇인가: 위험 요인 그리고 회복의 열쇠
중독이란 무엇인가 | 중독을 촉발하는 위험 요인 | 회복의 길 모색하기

2장 처방약물이라는 함정: 중독으로 가는 새로운 관문
관문 약물 바이코딘 | 미국사회를 휩쓴 과잉 처방 대유행 | 온라인 불법 약국 | 바이코딘을 거쳐 헤로인으로 | 중독 치료 | 진짜 ‘용’을 찾아서 | 중독의 관문이 활주로가 되다

3장 통증과 심리적 다양성은 어떻게 질병이 되는가: 대안적 서사를 거부하는 문화
통증은 저주다? | 고통을 정신적 흉터로 보게 될 때 | 참을 수 없는 통증의 무거움 | 심리적 다양성은 어떻게 정신질환이 되는가 | 중독의 연료가 되는 치료제 |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다

4장 거대 약물 카르텔: 제약회사와 의학계의 결탁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대유행 | 학계 의사의 책임 | 전문 의학회의 책임 | 연방의사면허기구연합의 책임 | 의료기관신임합동위원회의 책임 | FDA의 책임 | 폭주 기관차의 탄생

5장 약물을 찾는 환자들: 비난 혹은 방치를 넘어 무엇을 할 것인가
약물 얻어내기 | ‘꾀병’ 개념을 넘어서 | 중독의 생화학적 메커니즘 | 중독 치료의 혁명 | 부정, 현실을 가리는 방어기제 | 중독 치료의 힌트

6장 직업환자라는 역설: 환자에 머물도록 떠밀리다
생존을 위해서는 환자로 머물러야 한다? | 증가하는 장애급여 수급자 수 | 빈곤의 의료화 | 중독에 얽힌 불평등 | 질환 정체성 | 장애 정책은 안전망인가, 사회적 해악인가

7장 중독을 만들어내는 치료?: 의사들의 책임을 논하다
의사는 어떤 존재인가 | 온정적인 의사가 약물 환자를 만났을 때 | 자기애적 분노, 보복 그리고 그 결과 | 오피오이드 난민 | 환자를 외면하는 의사들

8장 환자가 상품이 될 때: 약물 남용을 부추기는 의료시스템
부패한 의사들과 약물남용 진료소 | 의료 산업화 | ‘환자 만족도’라는 함정 | 토요타에도 못 미치는 엇갈린 진료 | 약물을 에스프레소처럼

9장 외면받는 질병, 중독: 치료를 가로막는 시스템 그리고 낙인
중독을 둘러싼 인식의 역사 | 중독에 이르는 여러 경로들 | 약물 사용을 억제해주는 대체 보상 | 헤로인 중독 | 회전문 현상 | 벤조디아제핀, 숨겨진 중독성 약물 | ‘약쟁이 환자’를 넘어서

10장 악순환을 멈추려면: 관계와 공동체 중심의 의료 인프라를 향해
보이지 않는 힘 | 어떻게 악순환을 끝낼 것인가 | 새로운 치료 모델 | 변화를 촉구하는 외침

감사의 말 301
참고문헌 302
옮긴이의 말 | 약의 미로에 갇히지 않기 위해 315
찾아보기 321
옮긴이 소개 329

저자소개

애나 렘키 (지은이)    정보 더보기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 예일대학교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각종 중독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정신질환에 관한 뛰어난 연구, 탁월한 지도, 혁신적인 임상 치료법을 선보인 의학자로 유명하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등 권위 있는 매체에 100여 편의 글과 논문을 발표했다. 수만 건의 풍부한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로서 스탠퍼드중독치료센터를 이끌며 미국 정부와 상하원에서 중독 정책 자문관을 맡고 있다. 2016년 처방약 남용을 다룬 이 책 《중독을 파는 의사들》을 출간해 미국사회에 만연한 약물 오남용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2020년 SNS 중독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출연했고, 2021년에는 《도파민네이션》을 출간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보다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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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처방약물에 신중을 촉구하는 의사들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함께하는 의사결정, 근거 기반 정신과 약물 처방 고민방’은 70여 명의 의사들이 참여하는 열린 논의의 공간이다. 이 온라인 모임에서 만난 11명의 의사들(기승국, 김진호, 유은실, 유전원, 임성미, 장창현, 조성식, 조승원, 조용혁, 최세진, 허은실)은 《중독을 파는 의사들》 한국어판 번역 작업을 계기로, 치료를 위해 쓰이는 약물이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해 ‘신중한 중독성 처방약물 사용’과 ‘함께하는 의사결정’의 가치를 확산시켜, 더욱더 안전한 의료 문화를 조성해나가고자 한다. 우리의 작은 시도가 한국사회의 의료와 중독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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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에 이르렀습니다. 너무 많은 환자에게, 너무나 근거 없는 이유로, 그리고 때로는 환자를 돕는 일과 전혀 무관한 이유로 약을 처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약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그 해로움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처방합니다. 영리 추구라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의료시스템이 우리를 부추기기 때문에 처방합니다. 그리고 그외의 다른 방법을 모색할 시간도, 지식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처방합니다.


저는 《중독을 파는 의사들》이 선의를 가지고 진료하는 의사들조차 어떻게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약을 처방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고, 또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신의학, 심리학, 중독의학, 사회복지, 지역사회 서비스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통합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치료 모형이 매우 드물다. 진료는 단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치료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제한적이며, 중독 치료나 행동 치료 프로그램으로의 연계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의 사후관리 역시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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