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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8340145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1장 아를르캥의 방
2장 가족의 역사
3장 예술가의 생애와 남겨진 수수께끼
4장 이나리 축제 소동
5장 아를르캥의 비밀
6장 파리를 오간 편지
7장 불리한 진실
8장 어릿광대를 위한 진혼가
9장 징계 인사
10장 아를르캥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리뷰
책속에서
한자와가 오사카 서부 지점에 부임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이 관습에도, 오사카 사투리에도 이제 겨우 익숙해지고, 융자과에서 담당하는 거래처도 머리에 들어온 참이다.
아사노는 불만이 많은 듯하지만 한자와는 이 지역이 마음에 들었다. 오사카는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인정이 많다. 허세를 부리거나 목에 힘주는 사람이 없고, 솔직한 말투와 거침없는 일 처리 방식도 한자와의 성격과 잘 맞았다.
유일한 고민은 아사노나 에지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상사 복이 없다는 점인데 이것만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은행이라는 조직에서는 아무 데나 돌을 던져도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맞을 만큼 비뚤어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것에 일일이 불평을 하면 한도 끝도 없다.
“한자와, 당분간 얌전히 있어.”
친구인 도마리 시노부가 고마운 충고를 해주었지만, 그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얌전히 있을 생각이었다. 얌전히 있으면 소문이 잠잠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아무리 상사와 인간적인 궁합이 맞지 않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적당히 넘기는 게 월급쟁이의 처세술이다.
그런데…….
― ‘1장 아를르캥의 방’ 중에서
“융자과장으로서 자네의 태도는 문제가 많군.”
이노구치와의 통화 내용을 전해주자 아사노는 사태의 책임을 한자와에게 떠넘겼다.
“애당초 자네가 상황을 잘못 판단해서 센바 사장이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연속으로 적자를 내는 회사에게 융자부에서 얼른 대출해주라고 품의를 승인해줄 것 같았나?”
“아무리 금융청의 판단을 감안한다고 해도, 융자부에서 내민 조건은 너무 가혹합니다. 센바공예사는 그렇게까지 문제가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지점장님께서 기타하라 부장님에게 잘 말씀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지만 아사노는 깨끗하게 거절했다.
“그럴 순 없어. 난 처음부터 이 품의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거든. 내겐 자네 설명보다 융자부 의견이 더 타당하게 들리는군.”
“이대로 있으면 센바공예사는 궁지에 몰릴 겁니다.”
“그게 융자부의 판단이라면 어쩔 수 없지. 더구나 그렇게 되면 우리 책임이 아니라 융자부 탓이야.”
“지점장님, 이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센바공예사 직원들을 길거리에 나앉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사노가 눈을 부릅뜨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렇다면 담보를 찾아오면 되잖아!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 아니야!”
“하지만 담보는…….”
아사노는 이때다, 하고 말을 꺼냈다.
“M&A가 있잖아? 연속 적자를 내는 회사가 담보도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그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자네 탓이겠지. 지금 당장 센바공예사에 가서 대출은 힘들다, M&A를 받아들이면 편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오게. 그래! M&A에 응한다면 이번에 특별히 대출해주라고 내가 본부의 융자부를 잘 설득하지.”
― ‘2장 가족의 역사’ 중에서
“15억 엔이래.”
도마리가 말없이 눈짓으로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센바공예사의 간판 값 말이야.”
도마리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벌어졌다.
“맙소사! 그렇게 거금을 내놓는다고? 다누마 사장이 정말로 사고 싶은 모양이군.”
“실은 그게 최대의 수수께끼야.”
한자와는 단어를 선택하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대단한 회사인가 싶어. 물론 센바공예사가 나쁜 회사라는 건 아니야. 그런데 모든 것에는 적정가격이라는 게 있잖아? 지금의 센바공예사에는 그만한 가치가 없거든.”
“그건 그래.”
도마리도 잠시 머리를 굴렸지만 이렇다 할 만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은 듯했다.
“별생각 없이 통 크게 지른 걸까? 무슨 의도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상대를 떠본 걸까?”
“다누마 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번 M&A 제안이 수상한 건 바로 그거야. 이렇게 수상한 이야기에는 대부분 뭔가가 숨겨져 있잖아?”
그것이 무엇인지, 한자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 ‘3장 예술가의 생애와 남겨진 수수께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