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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38483032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4-06-20
책 소개
목차
제1장 사인(死因) _ 7
제2장 분식(粉飾) _ 113
제3장 의뢰서 _ 195
제4장 반도체 _ 241
제5장 회수 _ 313
옮긴이의 말 _ 403
리뷰
책속에서
어머니를 여의었을 때의 충격은 기억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흡사 인두로 지지기라도 한 것처럼 뚜렷이 남아 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어머니를 지금도 뚜렷이 떠올릴 수 있다. 숨을 거두기 전에 오랫동안 내 손을 어루만지며 내 표정을 눈에 새기려고 가만히 바라보던 어머니. 그 눈동자에서 넘친 눈물이 창백한 뺨을 타고 흐르던 모습을 나 자신의 눈물로 흔들리던 시야에 대한 기억과 함께 지금도 때때로 떠올리며 가슴이 짓이겨지는 듯한 슬픔을 맛본다.
끈질김, 정확하고 치밀한 사무 관리, 전문적인 법률 지식, 교섭 능력. 채권 회수는 일반적으로 은행원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이 평균 이상으로 요구되는 가혹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런 지저분한 일을 사카모토는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그저 담담히 해냄으로써 스스로와 균형을 맞춰왔다. 거친 교섭이 이어지면 마지막 날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으레 말이 없어졌다. 쾌활한 사람이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온후하고 다정한 사람이 감정 없는 톱니바퀴로 변모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란 대체 얼마나 있을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는 늘 쓸쓸해 보였다. 그런 아버지가 급사했을 때 현세에서는 오래 함께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분명 다시 맺어진 거라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누가 뭐라고 하든 부모자식 셋이서 행복하게 살던 그 시절 기억은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다. 여기로 돌아온 것은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소중히 하고 싶어서였다. 어린 내 손을 잡고 동요를 부르면서 걷던 어머니의 생전 모습이나 아버지의 다정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