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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340510
· 쪽수 : 38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선자는 설탕이 냄비에서 녹아 졸아드는 동안 계속 저었다. 부산과 오사카의 삶을 비교하면 생판 다른 생처럼 느껴졌다. 20년 동안이나 돌아가지 못했지만, 그들의 작은 바위섬 영도는 선자의 기억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고 환하게 남아 있었다. 이삭이 천국을 설명하려고 했을 때, 선자가 마음속으로 그린 천국의 모습은 고향이었다. 투명하고 빛나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고향 땅의 달과 별에 대한 기억도 이곳의 차가운 달과 별하고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고국의 상황이 나쁘다고 사람들이 아무리 불평해도, 선자는 유리처럼 반짝거리는 초록빛 바다 옆에 아버지가 아주 잘 관리한 밝고 튼튼한 집, 수박과 상추와 호박을 내주던 풍성한 텃밭, 맛난 것들이 떨어지는 법이 없었던 시장에 대한 추억만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살 때는 그곳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
노아는 자기가 평범한 사람이고 조선인이 아니었다면 학교를 즐겁게 다녔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말을 아버지나 다른 사람에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결코 평범한 일본인이 될 수 없을 것이 분명해서였다. 큰아버지는 그들이 언젠가 조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는 조선에서 사는 것이 더 나으리라고 생각했다. 책가방과 도시락을 든 노아가 거실에서 미적거리며 아버지의 다정한 얼굴을 머릿속에 새겼다.
“아가, 이리 오렴.” 이삭이 말했다.
노아가 이삭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발 하나님, 제발. 아빠를 낫게 해주세요. 한 번만 더 부탁드릴게요. 제발.’ 노아가 두 눈을 꼭 감았다.
이삭이 노아의 손을 잡고 꽉 쥐었다. “너는 아주 용감해, 노아야. 나보다 훨씬, 훨씬 더 용감해. 너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