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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36415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07-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내 삶을 결정한 삼국지
1장 / 1981
얼룩무늬 청춘
금오공고
합격
2장 / 1982
가입교(假入校)
전자공학과
기숙사 신동
식사
교과
군사학
대학 진학
두 동기생
운동
실습
기계공학과
군가(軍歌)
불침번
병영훈련 숙소
병영훈련 식사
병영훈련 유격
병영훈련 사격
부추
전라도 친구
고향 가는 길
시화전
2학년 습격사건
프로야구 개막
인간 시장
3장 / 1983
첫 수학여행 가는 길
포천 종합고등학교
광란의 밤
양호 선생님
서울 지하철역 집단 구타 사건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아웅산 폭탄 테러
해태 타이거즈
4장 / 1984
대학 진학 포기
라면
이무기(子龍)
축구 결승전
바둑 1
금오공대
공군(空軍)
화투
최동원
5장 / 1985
병영선거
졸업
금오인(金烏人)
그때는 몰랐었네
조우, 40년을 돌아보다
에필로그 / 젊은이여, 가슴을 펴라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전자공학과 네 반 중 3반이었다. 아마 입학 성적순으로 편성했을 반이었기에 3반이 특별할 리 없었다. 전자공학과 1등은 1반일 테고 2등은 2반에 편성되었을 것이다. 3반에는 3등과 6등이, 4반에는 4등과 5등이 배정되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우리 반에 전자공학과 전체에서 입학성적 3위와 6위가 있는 셈이다.
성적이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절대적이지도 않다. 올림픽에서 기록으로 등수를 매기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경주해서 앞서는 자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현재 성적이 월등하더라도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유한 자는 과외와 여러 참고서를 활용했을 것이고, 굶주림에 허덕이던 자는 공부에 신경조차 쓸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성적이 참조할 가치는 있지만, 현재 실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경상북도 도청소재지가 있던 대구는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주말에 특히 출입 인구가 많았다. 터미널에서 대구행 직행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일자로 늘어선 게 아니라 넓은 광장임에도 부족해서 지그재그로 수백 미터 이어져 있었다. 표를 구하는 데만 몇 시간 걸렸다.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표로 한 명이 서 있고 나머지는 쉴 수도 없었다. 땡볕에서 몇 시간 서서 기다리는데 일행이 여럿이라고 표를 한꺼번에 구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의아한 면이 없지 않다. 앞서 줄 선 지인에게 표를 부탁하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었을까? 어쨌든 예외 없이 표를 끊을 때까지 줄을 서야 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감전된 듯 아찔하였다.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왜 그렇게 깜짝 놀랐을까? 무엇이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을 주었는가? 여학생이었다. 직접 대화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아서 여학생이 틀림없었다. 국내외 유명 여배우처럼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처음 본 순간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눈이 마주친 순간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선생님과 선배 뒤로 숨었다.
호흡은 거칠었고 가슴이 두방망이질하고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 알 수 없었으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으리라!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남녀공학 학교에 다녔다. 이성에 관심이 있었다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여럿이었으리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도 많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지만, 현대 야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1983년에 벌어졌다. 팀당 100경기를 벌였는데 장명부는 선발로 44경기, 중간에 16경기 등 총 60경기를 소화했고,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완투 36회, 완봉승 5회, 427이닝 등판, 탈삼진 220개, 피홈런 19개, 피안타 388개, 사사구 122개였고 당연히 모두 신기록이었다. 1위에 오르지 못한 투수 부문은 평균자책점 2위, 세이브 3위, 승률 3위였다. 그 속을 알 수 없다고 하여 너구리라고 불렸던 장명부는 1983년 모든 프로야구 구단의 공공의 적이었다.
장명부의 압도적인 활약으로 전반기 내내 1위를 질주하였으나 막바지에 해태 타이거즈에 3연패 하여 전반기 우승을 내준다. 해태 타이거즈는 천신만고 끝에 코리안시리즈 진출 자격을 획득했다. 후반기에도 장명부의 활약이 계속되었으나 또다시 MBC 청룡에 간발의 차로 우승을 내주어 삼미 슈퍼스타즈의 코리안시리즈 진출 야망은 좌절되었다.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코리안시리즈에 나왔더라면 해태 타이거즈의 코리안시리즈 필승 신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