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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550803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2-10-20
목차
5 시인의 말
1부
11 각혈咯血하는 도시
13 이명耳鳴
15 찔레꽃 울타리
17 몽학 선생
19 부석사 인왕
21 점프하라
23 이감移監
25 킹 크랩
27 용천사, 흑두루미
29 히말라야, 동충하초冬蟲夏草
31 바디 백Body Bag
33 황금 연못
35 함정
37 통도사 서운암
39 빨간 육두구肉荳蔲
41 삼백초
43 3층 옥탑방
45 풍향기
47 제52회 슈퍼볼
49 니들 누구니?
51 엽전가葉錢歌
53 프랑수아 빠쟁
55 함정
2부
59 키다리 십자가
61 보랏빛 모유
63 을왕리 해변
65 긴 골목길 끝에
67 비올라
69 하얀 바닷가 도요새
71 여름 소나기
73 유두 혹은 유리막대
75 고린도의 달
77 바이칼 호
79 인식표
81 예고편
83 겨울 수정
85 거석巨石 두상頭狀
87 외별
89 내 사랑 서현로
91 열기구
93 운종가雲從街
95 푸른 자장가
97 아직 지구에선
99 축적된 몸살
101 천사 그리고 빨간 자전거
저자소개
책속에서
*각혈咯血하는 도시
폐부 깊숙이 크고 작은 구멍, 구멍 뚫린 도시는 각혈한다. 두세 집 건너 한 집 상점은 비고, 크고 작은 빌딩에 나부끼는 전승깃발, 임대광고와 종량제 이후 골목마다 넘쳐나는 쓰레기 천국. 그들 금고 혈관 벽에 쌓이는 기걸스럽게 먹어치운 기름진 자산, 혈전이 유발시키는 뇌경색 아니면 심근경색, 눈알 터지고 코피 터지고 근로자들의 데모에도 눈 하나 까딱 하지 않는 미련한 대식가 CEO들, ‘사회 환원, 사회 환원’ 입으로만 나불거릴 뿐 제 자식 챙기기에 바쁜 애정불감증 환자들. 어디에도 쓸모없는 구릿빛 번들거리는 그 잘난 귀두龜頭, 흉상 나부랭이가 비단 붉은 광장에 나둥그러졌던 레닌뿐이겠소. 귀착점도 모른 채 그저 달리기만 하는 아라비아産 암말이던가. 무작위 가리지 않는 차량 강간이나 쾌락 살인 등 아직 밝혀지지 않는 병원체가 창궐하는 도시, 밤새 혼자 놀고 있는 TV 수상기도 아닐 텐데. 백색 줄무늬 환자복을 걸친 나일론들이 밤새 배회하는 유령 도시, 갑자기 밀어닥친 이안류 역조에 휩쓸린 도시는 바다 멀리 떠밀려간다. 탯줄마저 놓쳐버린 우주공간 떠도는 낙장 별똥별이 가끔 일으키는 무호흡증, 돌아갈 궤도도 잡히지 않는다. 세로토민 정맥 주사에 매료된 오직 행복감만을 추구하는 숙녀, 숙녀 아가씨들이 밤새 로봇 손을 흔들어도 그냥 지나쳐 가는 택시, 택시들만 지나쳐간다. CEO 그들 필생의 역작이라 생각하는 하늘을 찌른 수백 미터 웅대한 렌드 마크, 길게 늘어진 탐욕의 핏빛 혓바닥이 밤새 넘실대며 피를 토하고 있다.
*몽학 선생
며칠째 내린 눈의 흔적이 보인다.
범종 소리에 홍매 한 잎 떨어진다.
딸 잃은 아비에겐 돋보기도 무익하다.
갑자기 유현수 쉐프가 알루미늄 쟁반을 두들겨
찌그러진 고물, 세월의 입맛을 빚어낸다.
어릴 적 할아버지와 먹었던
시골 우牛시장 소머리국밥.
내 몽학 선생 당신은 타고난 쉐프일세,
기운 노을, 어둔 갈밭 드문드문 긴 장대 속에
꾸부정한 잔류병殘留兵 흑두루미가 서 있다.
코끝에 감도는
퇴영* 도다리쑥국
*통영의 지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