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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855242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04-25
목차
『후예後裔 제2권: 남원 3·1독립만세의거』를 읽고_김범준(남원동북교회 목사) 4
작가의 말 9
사모곡 16
매안이 34
길에서 43
19세기 대한제국 55
봄의 독백 64
계룡산 80
격동의 시대 90
결혼 95
암울한 조국에 독립의 열풍이 몰아칠 때 106
덕과면 108
사매면 123
그러므로 열매를 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이다 130
남원 134
남원의 삼순절(三純節) 142
전주이씨 영해군파 집성촌(사매면 여의터) 독립운동가 147
옥중서신 162
영춘(迎春)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254
참고문헌 • 증언과 자료를 주신 분 267
후원해 주신 분들 268
평설
식민지 시대에 등대가 되어 조국의 미래를 밝힌 이들의 행적을 기리며_이충재(시인·문학평론가) 269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1919년(기미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은 전국 대도시는 물론 시골 읍, 면에까지 확산되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갔다.
남원의 3·1독립만세운동은 4월 3일 덕과사매에서 시작되어 4월 4일 남원읍 장날에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날 남녀노소를 불문한 1천여 명의 남원 군민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때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과 총칼에 전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8명이 현장에서 순절할 정도로 컸던 남원 군민의 나라 사랑, 그 애국 애족의 중심에는 관료나 유지들이 아니라 대부분 농부였다는 들었을 때, 나의 선조 세종대왕 증손 시산군이 내게 해주신 충고,
“충효(忠孝)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代價)는 금수(禽獸)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 말씀을 나는 지금까지 마음 깊이 간직하며 되새기고 있다.
그렇다. 남원 3·1독립만세 애국지사들은 자기 시대를 알고,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지금 애국지사가 된 것이다.
이 선구자, 이 애국지사들의 삶은 수십 년이 흘렀지만, 나의 삶에 늘 신기하게도 통했기 때문에, 이 애국지사들의 짧은 삶엔 그보다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이후 나는 새로운 것에만 치우치면 자칫 지식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에 폭넓은 사람이 되려면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 덕에 여러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때로는 몇몇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하는 집안 어른들의 유기(遺棄)를 지적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그만그만한 사람들의 인격까지 은밀하게 알게 되었다.
‘나도 이젠 말을 줄여야겠다. 지금이야말로 그럴 시기다. 요즘은 악덕을 한번 희롱해도 야비한 자들은 이를 죄악이라 일컫는 판국이다.’
그래서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무한한 도전 속에 인내와 지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애국지사들이, 마치 인간관계를 다 깨우친 사람처럼 삶으로 말씀 해주신 것을 나도 다시 아는 척 되풀이하자면, 사람이 마땅히 지녀야 할 역사관이란 첫째는 부모의 영향이 크고 둘째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간과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명예를 잃을까 봐 두렵다. 다시 말해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니고,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다. 존경을 받아야 진정한 어른인 것이다.
이렇게 사유(思惟)하는 삶을 자랑했지만, 이런 내 사유에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는 사회 통념과 규범에 속한 것이나, 그 신뢰는 소금 같은 것이어서 그 맛을 잃으면 그 신뢰의 기반이 어디에 있느냐는 그들의 관심 밖에 있게 마련이다.
구원은 아주 가까운 데서 찾아왔다. 소설 『후예後裔』 제1권 - 왕가 후손 이야기 세종대왕 증손 <시산군>을 쓴 후, 제2권 <남원 3·1독립만세의거> 를 쓰고 있는데, 이 애국지사들은 내가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특히 전주이씨 영해군파 시산군 후손의 집성촌인 남원시 사매면 대신리 여의터(매안이)에서, 남원 3·1독립운동으로 서훈을 받은 분이 6명이고, 아직 받지 못해(자료 보완해 신청 중인) 분이 5명으로 총 11명이 배출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문중(門中) 사(史)에 유일무이한 일이다. 우리 선조의 과거(역사)는 나의 현재의 거울이다.
인간의 삶의 인격이란 것이 예(禮)와 지(知)의 연속이라면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지조(志操)가 있었다. 마치 딱 한 번 울고 죽고 싶은 가시나무새 같은 절개(節槪)에 연결된 것이다. 그의 내면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고도의 예지(叡智)가 내재(內在)되어 있었다. 그들의 이런 예지는 ‘다재다능’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저 구태의연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희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비상한 정신, 일찍이 누구에게도 본 적이 없었던,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선구자이었다. 결국, 그들은 옳았고 그들은 이뤄냈다.
2024년 2월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
이석규
*평설 중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현재적 고뇌와 역사의 아픔 정도에 대해서 물으면 아주 극명하게 모른다는 대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이는 의식적으로는 인정하고 일정 범위에 대해 숙지한 바를 토로하기는 하겠지만, 그 후속으로서의 정확한 분별과 청산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하면 주저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 상황이다. 혹은 이를 이용하여 오늘날 자신의 영리와 영달을 꾀해보려는 기회주의자들이 참된 역사를 왜곡하거나 동조하려는 듯한 이상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 대한 중심 없는 삶이 표면적인 공감을 얻어 주인공 행세를 하려고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석규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그냥 맹목적으로 지켜만 보지 않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늘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내려는 행보가 목격되어 흐뭇하게 생각해 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써 작가가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첫째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두 권의 시집(『나는 눈 오는 날 붕어빵 집에 간다』와 『외할아버지의 기도』)이 그렇다. 그리고 선조의 족보에서 그 귀감이 될 대상을 발견하여 소설화시키고 있음이 두 번째 대안이며 동시에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석규 작가는 분명 시인이며 작가이며 사상가요, 소설을 통한 시대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열심 있는 문학가이다. 자크 데리다의 인터뷰인 《문학의 행위》도 그렇거니와 한 세기를 빛낸 수많은 지성인이 문학 행위를 통해서 역사를 꿰뚫고, 시대를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서의 사상을 집대성한 산물들로서의 작품들을 우리는 학습을 통해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그 행위 선상에서 이석규 작가가 출간한 두 권의 소설을 탐독하게 된다면, 작가가 분별력이나 의식 없이 앵무새와 같은 정제되지 않은 소문들에 꼬리를 붙여서 딴소리만을 양산하며 제 주장만 일삼는 이들과는 다르게, 역사와 그 시대를 살다가 간 선조들의 삶 속에서 가치 인생의 그 핵심적 요소로서의 건강한 사상과 철학과 민족 사랑과 동족을 위할 목적 있는 삶을 발견하고자 헌신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이석규 작가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고통을 짊어질 수 있다면, 이석규 작가의 노고에 다소의 위로와 힘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