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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613546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07-2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현역 목사, 나이 50에 왕초보 택배 기사가 됐습니다
1장 성경을 내려놓고, 택배상자를 들다
택배 기사가 가장 서러울 때는
택배 하며 깨달은 진리
택배 기사는 외과수술 전문의
미로 같은 동네에 택배를 배송하는 방법
택배 기사가 바라본 아파트와 택배 차량 갈등
공포의 절임 배추
택배 대리점에는 택배 기사만 있는 게 아니다
택배 하기 딱 좋은 신체 조건
목사인 나도 욕하면서 일한다
택배 기사를 어떻게 부르시나요?
2장 택배 기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달달구리 커피로 맺어진 사이
택배 기사의 지갑을 본 적 있나요?
택배 기사에게 명절이란
동네 한 바퀴에 음료수가 한가득
기사들의 떼창 “퇴근하겠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일일지라도
3장 택배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동네와 마을이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의 불편한 진실
택배 기사의 대리운전 이야기
가리봉동에서 만난 차별의 얼굴
전라도와 중국인
인생 막장에서 시작한 택배
고객에게 ‘미안하다’ 문자를 보냈다
에필로그_나는 왜 택배 기사가 되었나
저자소개
책속에서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서 흐물흐물해진 박스가 오기도 하고, 아이스박스가 깨져 국물이 흐르거나 아예 내용물이 덜렁덜렁해져서 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국물이나 이물질이 택배 기사에게도 묻어 그날은 냄새와 함께 배달해야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봉합수술에 들어간다. 일단 상태를 보고 수술로도 살아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진으로 증거를 남겨 파손처리를 하여 발송지로 되돌려 보내거나 폐기한다. 그러나 웬만하면 수술을 거쳐 살려낸다. 단지 포장재만 파손된 경우는 내용물만 잘 넣어 테이핑하면 되지만, 내용물까지 손상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걸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
_「택배 기사는 외과수술 전문의」
좀 우스운 얘기지만 택배 일을 하는 데 키가 작아 좋을 때가 있다. 특히 좁은 골목, 오래된 주택가가 많은 구로동, 가리봉동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낮은 대문, 좁은 계단과 높은 난간을 올라 배송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물건을 양 겨드랑이 사이나 가슴 가득 움켜쥐고 오르내린다. 나도 이렇게 겨우겨우 오르내리는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기사들은 어떻게 다닐까 생각하며 혼자 뿌듯해한다. 무게중심이 낮아 흔들림이 크지 않고, 좁은 곳을 지날 때도 무난한 나는 주택가 택배에 최적화된 몸이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즐기곤 한다.
_「택배 하기 딱 좋은 신체 조건」
인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까? 앞에서 말했듯 힘든 육체 노동은 생각과 마음을 단순하게 비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한편 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분노와 부정적 에너지는 어딘가 쏟아놓지 않으면 몸도, 영혼도 더 크게 병들게 된다. 그렇다고 함부로 표출할 수도 없다. 그럴 때 기독교인은 ‘하나님께’ 저주 기도를 하는 거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혼자서’ 욕설이라도 쏟아내면서 당장 불타는 분노와 절망을 이겨내는 거다. 그런 면에서 택배 기사들의 욕설은 반드시 특정인(갑질, 진상 고객)을 향한 것이 아닐 때가 더 많다. 답답한 자신의 모습을 털어버리고, 당장 힘든 상황을 욕하면서 견뎌내는 것이다. 배설 욕구와 비슷한 것이다.
_「목사인 나도 욕하면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