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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613744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4-10-2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수평잡기 | 비우지 마라 | 오른손잡이의 오류 |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 | 모르는 게 아는 것이다 | 그리운 못난이 | 설악산 가을 ‘명상의 길’ | 단풍구경 | 초짜 전문 마을 | 엄광산 소나무의 안목(眼目) | 수제비 | 기러기와 오리 | 가을 야구장 | 시 쓰지 마라 | 아침 | 허공
제2부
이승의 일 | 꿈속 경주(競走) | 하나 목숨 | 사랑과 증오 | 웃음치료 | 개꿈을 품다 | 허접쓰레기 | 간사(奸邪) | 좁쌀영감 | 내 지인(知人) | 자식 작목반 | 집에 가기 | 결장암 수술대 위의 홍매(紅梅) | 건강을 위하여 | 달리도(達里島) 칠게장 | 복 많았네
제3부
스승 | 나는 나쁜 인간이 좋다 | 나이아가라를 그리며 | 집게의 집 | 차마고도 | 가젤의 낙원 | 개 같은 시 | 낚시세상 | 봄 걱정 | 택배 | 자아실현 | 국립묘지에서 | 시소 | 소리 질러요 | 속삭임 | 길을 잃고 헤매었던 이
제4부
장시 혁명본색
해설: 경험시와 역설_구모룡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걷지 못하고 나앉아 있는 슬픔을 지날 때에는
걷는 슬픔이여 너도 잠시 멈추었다 가라
너도 슬픔이고
못 걷는 슬픔이었지 않느냐?
못 걷는 슬픔에게 예를 갖춘다 해서
금세 일어나 걷기야 하겠냐마는
지나가던 슬픔이 걸음 멈추고 다독이는 동안
그도 매무새 추스를 수 있을 것이니
이이나 저이나
슬픔은 슬픔끼리 영판 닮지 않았더냐
같은 체온
같은 맥박
한통속 사연
언제 비 오지 않는 날 있더냐
아침결에 한 식구
서로 얼굴 살핀 후에 제가끔 길을 나서듯
걷는 슬픔이여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에는
잠시 등짝 다독이며 얼굴 살피다 가라
비 맞지 않는 자 어디 있더냐
슬픔이 슬픔을 잊지 않고 우산그늘 나눌 때
못 걷는 슬픔도 멈춤
그 다음 동작을 기억하려니
_「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 전문
시 쓰려거든
시 쓰지 마라
시는 이미
사방에 널려 있다
시를 쓰노라면
시를 날리고 마느니
시를 쓰겠다면 시를 버려야 하고
시를 만나자면 시를 잊어야 한다
지우고 잊고 잃은 시는
눈비 맞고 눈총 맞으며
맨발로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가 되고
허공에 집터를 보는 거미가 되고
어른의 여문 손아귀를 펴고 녹이는
조막손 되고 꽃잎이 되고
드디어는
흘러가는
한 줄 문장으로
천지간에 빨래줄 모양 널릴 것이니
시 쓰지 마라
시를 구하려거든
시는 세상천지 이미 널려 있다
_「시 쓰지 마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