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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민주주의
· ISBN : 979116861486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두 번째 총서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출간하였다. 오늘날 세계는 곳곳에서 펼쳐지는 군사·경제·이데올로기적 충돌과 한국에서 벌어진 친위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전쟁이라는 말로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다. 지구적으로 다양한 이해 대립이 표출되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혹은 서구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대의제 민주주의마저 위협받고 있다. 마치 ‘전쟁들의 격전’이라 불러야 할 만큼 여러 과도적 혼란을 보이는 전 지구적 격변을 배경으로, 이 책은 정치·경제·기후 위기를 아우르는 복합적 혼란 속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길을 찾아야 할지 모색한다. 저자들은 저마다의 개념과 관점에 따라 때로는 공명하고,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는 문제의식들을 각자의 글로 담아냈다.
▶ 현재 민주주의의 한계와 상황을 진단하는 시선
1부에 실린 세 편의 글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대안을 모색한다. 김경아는 윤석열 정부의 친위 쿠데타를 중심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진단한다. 저자는 쿠데타를 단순한 국내 정치 사건이 아닌,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변화와 맞물린 구조적 현상으로 본다. 한계에 도달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미국은 탈세계화 흐름을 강화해 달러 패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질서 속에 한국은 무기지원과 전비 부담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였으며,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필요에 부응하려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유도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쿠데타를 단행하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강순우는 혐오와 포퓰리즘이 결합한 오늘날의 정치 현상을 ‘혐오정치’로 규정하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병리적 형태로 변질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정치 수사를 사례로 들며, 혐오를 자극하는 감정 정치는 시민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 성향을 넘어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
송재영은 “대의제는 과연 민주주의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대의제가 오히려 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민의 기대와는 달리 대의제는 소수 엘리트의 권력 도구로 기능하며, 대의제에 실망한 민중은 극우 포퓰리즘에 빠져드는 악순환에 놓인다. 저자는 이 현상을 대의제의 허위성과 위선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시민 스스로가 권리를 회복하고 자치정치를 실현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 위기의 민주주의, 그 너머를 상상하다
2부는 국내외 민주주의 체제가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데서 더 나아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제안과 방향을 제시한다. 첫 번째 글에서 구은정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근대 대의민주주의의 역설과 랑시에르의 민주주의 이론을 연결하며, 새로운 민주주의를 탐색한다. 저자는 영화 속 재난 이후 아파트 공동체의 모습를 통해 엘리트주의와 같은 대의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하고 이를 극복할 이론적 틀로 랑시에르의 ‘자격 없는 이들의 정치’를 민주주의의 자격으로 전유하는 해방의 정치 개념을 제시한다.
박정연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위임민주주의’ 개념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하버마스의 토의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선거를 통해 권력은 위임받지만, 권력의 행사에는 책임이 부재한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토의를 통해 시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토의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지역별 공론장 구축과 민주시민교육의 사회적 합의의 경우가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 글에서 김민정은 다중적 위기 속 자본주의 체제를 분석하며, 노동계급 중심의 탈축적 사회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저자는 산업재해·환경오염·소비 공해 등 개별적인 사회문제가 실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짚고, 이에 대한 대안은 기존의 좌파 이론이나 체제전환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보다 정밀한 계급 구성 분석과 노동계급 중심성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노동계급이 사회 전환의 중심적 주체로서 실천적 결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의 달성을 위하여
2025년은 윤석열 탄핵과 대통령 선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으로 한국과 세계 정치가 급변한 해로,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국제질서의 재편 등 복합적인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정치는 다극화되고 블록화되며 민주주의의 위기와 세계대전의 가능성까지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과 AI 중심의 산업 고도화는 비정규직 확대, 고용 불안, 이주노동 증가 등 신자유주의의 악순환을 낳으며 노동자와 인간다운 삶을 더욱 위협한다.
이제는 형식적 절차에 머문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인 권력 분산과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주의는 엘리트와 자본이 독점한 공적 권한을 되돌려주는 회복의 과정이자, 사회 모든 영역에서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회복하는 실천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현재를 통찰하고 그 미래를 상상한 여섯 편의 글은 독자들에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모습에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실천적 사유를 유도할 것이다.
목차
서문
1부 위협받는 민주주의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_김경아
혐오정치_강순우
대의제는 민주주의인가?_송재영
2부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또 다른 가능성으로
근대 민주주의의 역설과 랑시에르 민주주의 논의의 함의_구은정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토의민주주의_박정연
자본축적체제를 넘어 탈축적 사회로의 전환 모색_김민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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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결국 윤석열의 내란 및 외환 획책은 이런 외부적 압박과 전 세계적 경제 및 정치 전환기를 거치는 사이에 확산된 민주주의의 후퇴가 휴전국가인 한반도를 관통하며 가시화된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곧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전반적 위기 및 전환 국면의 보편성 속에서 준전시 국가 지배계급의 특정 분파가 상대 분파를 제압한 후에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 내란과 외환을 유발하려 한 것이었다._「급변하는 국제질서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대의제가 계속해서 대중에게 진정성을 갖지 않고 불신을 가중하면 포퓰리스트들의 등장을 채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나 반대 급부로 파쇼적 포퓰리스트를 호출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할 부분이다. 요컨대 국민은 국민이 느끼는 답답함과 무력감으로 인해 강한 지도자를 원하고 여기에 부응하는 포퓰리스트는 더욱 자극적인 정치노선으로 응답하는 정치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문제는 포퓰리스트가 혐오를 정권 획득의 전략으로 삼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과 자신의 지지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여기는 편협된 정치를 하는 것에 있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_「혐오정치」
대의제에 대한 불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대역 민주주의인 대의제 정당정치의 위선과 속임수의 문제이다. 민주주의가 아닌 대의제를 마치 민주주의의 정수인 것처럼 속이고 권력을 획득하고는 귀족정의 현대판인 과두제 권력체제유지하는 정당정치 계급의 문제이다. 그러나 대의제의 위선과 비민주성에 계속 속아 노예화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항과 자치정치를 통한 주권자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인지는 주권자인 시민의 투쟁에 달려 있다._「대의제는 민주주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