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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670563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2-11-30
책 소개
목차
1부 미여지벵뒤의 나비
13 중문동 ‘도람지궤당’의 동굴제
19 한류의 배꼽, 제주 신화
23 제주의 뱀신앙
27 삼시왕에 든 큰심방
30 큰굿에 담긴 천지창조의 역사
33 미여지벵뒤에서 당신을 보내며
37 새철 드는 날의 하늘굿
40 제주 사람들의 수(數) 철학
43 [弔詞] 제주 심방 정공철, 민족 광대 정공철
48 다시 부는 영등바람
51 대별왕의 나라를 꿈꾸며
54 오등동 설세밋당의 파괴
57 바이칼에서 만난 제주
60 제주 신화의 ‘돌트멍(돌틈)’을 열며
63 비새의 울음 같은 한(恨)의 미학
66 미친 여자를 치료하던 그날의 도체비굿
70 귀덕 복덕개의 영등맞이 바람축제
73 다라쿳당을 태운 불
76 설문대할망이 놓다 만 다리
79 죽음을 완성하는 공간
82 바람길을 여는 우주목
85 운주당 성숲[聖林]
2부 마지막 문서연락병
91 역사맞이 해원상생굿
94 봉이 조선달
98 4월의 바람
102 분노의 감귤나무
106 지역문화의 시대
110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115 큰 별은 지고, 백호는 끝내 울음을 멈추리라
118 미신공화국의 도의원
121 그들은 모두 바다에서 왔다
124 어느 비 오는 날의 마당극
127 트라우마의 예술치료, 〈지슬〉
130 탐라 장두 양제해
133 갑오년의 바람까마귀 어디로 날아가나
137 성탄 전야, 이 땅을 찾아온 하느님에게
140 다시 다랑쉬굴에서
147 돔박새 운다
150 마지막 문서연락병
3부 남양여인숙으로부터
157 섬문화 축제의 토대
161 신 없는 거리
164 우리의 축제
168 붉은 악마의 명암
171 복원된 외대문이 너무 작다
175 두 개의 비석
179 심토맥이 어신 사람
184 불을 피우고 연기를 내는 진짜 축제
187 우리 바당 끝의 작은 섬
190 호모 딴따라스
193 귀신을 부르는 마지막 소리꾼
197 불칸 땅의 들불 축제
200 제주의 별 축제를 꿈꾸는 사람들
203 두르외가 되고 싶은 사람들
207 골빈당 선언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제주 사람은 본향(本鄕)이라 한다. 내가 태어난 고향이 본향(本鄕)인 것은 자기의 ‘탯줄을 태워 묻어둔 땅’, 태 사른 땅(태손땅)이란 의미다. 탯줄은 어머니와 아이의 인연의 줄이자 생명의 ‘삼줄’이며 어머니의 태반에서 아이에게 영양을 공급해주던 ‘새끼줄’이다. 예로부터 제주의 어머니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의 탯줄[胎]을 태운 검정’을 항아리에 담아두고 약으로 썼다. 이 항아리는 탯줄처럼 세 줄로 감겨있는 ‘삼도전거리’, 세 갈랫길이 만나는 길에, 어머니만 기억하는 비밀한 곳에 새벽녘에 묻어두었다. 아이가 피부병에 걸리면, 태를 태웠던 검정을 가져와 아픈 부위에 발라 주었다. 그것은 태(胎)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생명의 뿌리를 저장하고 있는 땅이 지닌 생명의 복원력으로 병든 아이의 피부를 소생시킨다는 영적인 주술이며 치료였다.
그러므로 제주 사람들은 이 땅에 근거를 두고 사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태어난 땅, 고향은 바로 탯줄을 태워 묻어둔 땅, ‘태 사른 땅(태손땅)’, 뿌리를 내린 땅, 본향(本鄕)이라 가르쳤던 것이다. 본향은 대지의 배꼽이다. 어머니와 아이를 이어주는 새끼줄, 하늘과 땅과 어머니와 아이를 이어주는 대지의 탯줄이며, 속화된 인간의 땅에 마련된 하나님과 영적인 교류가 가능한 거룩한 장소[聖所]인 것이다.
제주의 굿에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얻은 아름다움에 대한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다. 그래서 제주 굿은 눈물이 많다. 인정이 많다. 인정은 마음이 젖어 있는 것이고 촉촉이 적시는 것이다. 젖어 있는 마음을 몰라줄 때 칭원하고 원통한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젖어 있는 것은 아름답다.’라는 미의식을 지니고 있다. 굿을 하면 사람이 젖는다. 많이 운다. 인정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나는 굿을 통해 비새가 어떤 새인지 알게 되었다. 영게[靈魂]와의 대화에서 슬픔에 겨워 흐느끼는 ‘심방의 말명’ 같은 말을 두고 할머니들은 “비새같이 울엄저.”라 했다. ‘슬피 우는 새의 울음’을 ‘비새가 운다’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나는 그 상상 속의 ‘비새’가 바로 돔박새란 확신이 생겼다.
4·3 70주년, 누구나 동백꽃을 이야기한다. 제주 사람들에 게 동백꽃은 곶자왈에 자생하는 짙고 붉은 꽃, 오랫동안 마을을 지키던 커다란 나무의 검붉은 꽃, 그렇게 생명의 윤기를 발산하는 생명꽃, 환생꽃, 번성꽃이다. 동백꽃을 보며 생명을 이야기할 때 진정 제주 4·3이 꽃이 된다. 그때 동백 가지에 앉아 있는 돔박새(白眼雀 흰눈참새), 상상의 새 ‘비새’가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