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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신화/종교학 > 한국신화/전설/민담
· ISBN : 9791189333119
· 쪽수 : 284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굿을 시작해서 굿이 다 끝나는 보름은 당신이 굿판에 오신 듯해 노심초사心焦思하였고, 비 온 날은 날개가 젖을까 초조했으며, 좋은 볕 나면 볕에 타는 목 잔질루고(축이고), 바람 불면 갈바람에 흔들리며, 두 이레 열나흘 달이 가고 날이 넘어, 어느새 굿 마치는 마지막 날, 26일 신구월 그믐이 되니, 이날은 정말 당신이 오시는 듯했습니다.
심방은 영게돌려세워, 영혼들 호상옷 해 입히고,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내 앞에 연노랑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지요. 나는 정말 당신을 만난 듯했어요. 그곳은, 아직 닦지 않은 저승길, 황망荒亡하여, ‘거침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이었고, 성읍리 일관헌 맞은편 마방집 큰굿판이기도 했지요.
거기서, 굿판에 이승 떠난 당신, 나비가 되어 찾아온 아름다운 당신의 영혼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나는 굿을 통해 당신이 나를 찾아왔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 나는 거기서 저승에서 온 당신을 만났고 같이 춤을 추었습니다. 내가 당신과 만난 곳은 굿판이었지만, 실제로 나와 당신은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점, 아무 거침 없이 트인 널따란 벌판 ‘미여지벵뒤’에 있었습니다. 그곳은 내 곁에서 아직 떠나지 못한 당신의 영혼이 굿하는 십여 일을 내 곁에서 맴돌다 26일 마지막 영가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영게돌려세움> 때가 다가오자 나비 한 마리 굿판 내 곁을 맴돌며 떠나지 않았는데, 당신의 영혼이 늘 곁에서 하올하올 날고 있었던 거지요.
나는 알았습니다. 분명 당신은 나비로 환생하였고, 나는 정말 당신의 영혼이 내 곁에 있음을 느꼈으니까. 수심방을 맡았던 서순실 심방과 본주인 후배 정공철이 생전에 당신이 나를 따라 굿판에 와서 항시 심부름도 하며 베풀었던 고마움에 보답으로 저승으로 보내는 당신 옷 한 벌 상에 올려주었을 뿐인데, 이승 사람들의 고마움을 아는지, 당신의 영혼은 나비가 되어 굿판을 찾아와 날아다녔던 거지요. 나는 당신이 여기 와 있음을 느꼈고, 서 심방은 언니가 꿈속에 보였다 말해 주었지요. 나는 나비가 되어 찾아온 당신의 영혼과 춤을 추었고, 정말 당신은 굿판에 오셨다 갔으리라 생각하며, 나는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 미련을 훌훌 털어버리고 저승에 가면, 당신은 나비로 환생하여 행복한 또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요.
이제 당신은 이승 사람과 이별하는 이승의 끝, ‘미여지벵뒤’ 허풍 바람에 마지막 욕망과 슬픔을 날려버리며, 마른 가시나무에 이승에서 집착하던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들을 ‘미여지벵뒤’ 가시나무에 걸어두고 가겠지요. 여보. 거기 이승의 질고 진 것, 허풍 바람에 불려두고 가시오. 설운 당신 세상 살며 한숨 짓던 일, 마음고생 한 걱정도 바람나무에 걸어두고 가시오. 당신 나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 사는 게 힘들고 고달픈 일 다 풀어 순실이가 당신 옷 한 벌 장만하였고, 나도 당신에게 인정 많이 걸었으니, 막 방광 소리 들으면, 나비다리 건너, 저승 상마을에 가 나비로 환생하시라고, 고운 옷 한 벌 올려드렸으니 신발 단속 의복 단속 가지고 갈 물건 단속 잘하고, 버릴 건 버리고 떠날 채비 하시라고, 저승 가는 마지막 새남굿으로 당신을 보냅니다.
사나사나 사낭갑서.
사나사나 사낭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