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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70785
· 쪽수 : 225쪽
· 출판일 : 2022-12-25
책 소개
목차
제주 비바리 11
시절 인연 69
푸른 새벽을 지나온 햇살 89
식게 123
유령이 되어 떠도는 시간 155
근친주의 187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주체는 한 번도 해녀가 되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해녀들이 잡아 올린 미역과 천초가 도로 양쪽을 점령하는 오뉴월은 비린 냄새로 멀미가 날 정도였다. 종자씨를 하려고 말리는 마늘까지 널어둔 마을을 지날 때면 옷에 냄새가 묻어날까 봐 투덜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걸어 다닐 수도 없었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과 도로로 나와 걷는 사람들조차 항의를 하지 않았다. 해녀들의 수입으로 섬은 지탱되고 있었다.
부모의 덕분으로 태어났어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지혜로운 여자가 되라고 엄마는 말하곤 했다. 여희가 보기엔 엄마는 가믄장이 아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절을 살고 있었다. 부모가 장님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배꼽 밑의 선 그믓 삶으로 가려면 무지개를 넘어가야 했다. 스무 살. 여희에게는 스무 살이 이 집을 나갈 수 있는 배꼽 밑의 선이었다. 선 안에는 아이의 집이 숨어 있었다. 비밀이 많은 과수원에는 유자들이 햇살처럼 빛났다. 삼나무를 방풍림으로 심던 마을에서 여희는 애기동백꽃을 심은 집에서 태어났다. 여희가 첫 생리를 했을 때 홑겹의 애기동백꽃이 눈이 덮인 올레에 뚝, 하고 떨어졌다.
육지 사람. 섬에 왔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구분 짓기. 연은 섬에 내려올 적마다 육지 사람인지 섬의 토박인지를 묻는 의식을 치렀다. 양다리는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 속에서 연은 항상 양다리를 걸쳤다. 그러다가 연을 끝까지 놓지 않고 애정을 갖는 손에 이끌려 한 쪽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