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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9091619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23-09-18
책 소개
목차
1부 사람과 가축이 어우러져 사는 마을
내가 바꾼 것 | 달아난 말 | 개의 한평생 | 남은 일 | 나귀에 정통한 사람 | 펑쓰 | 사람과 가축이 어우러져 사는 마을 | 벌레와 함께 자다 | 얼마나 살아야 집이라 할까 | 마을 동쪽 사람과 마을 서쪽 사람 | 황사량 | 봄의 걸음걸이 | 그르친 일 | 흙길 하나 | 다른 사람의 마을 | 차디찬 바람이 지독하게 불다 | 들판의 밀 | 한 사람의 마을
2부 바람 속 대문
바람 속 대문 | 밥 짓는 연기는 마을의 뿌리다 | 새가 울다 | 숨바꼭질 | 바람은 모든 삶을 바꿔놓는다 | 하늘 끝 큰불 | 누구의 그림자일까 | 그때의 햇살과 바람 | 함께 사는 집 | 개 두 마리 | 영원토록 똑같은 황혼 | 마지막 고양이 | 개를 쫓다 | 두 집 개미 | 나의 나무 | 나무는 수많은 일을 기억한다 | 내가 아는 그 나무 | 오랜 밑바탕 | 기나긴 꿈 | 라오황취 마을의 땅집 | 봄은 어디쯤 | 높은 곳 | 한라오얼의 죽음 | 걸어가다 홀로 남다 | 옥수수 도둑 | 공기 중에 늘어난 한 사람의 숨결 | 류얼이라는 바람
3부 이생의 증거
오직 고향뿐 | 한 사람이 돌아오다 | 황사량에 다가가다 | 버려진 길 | 누군가의 죽음 | 집주인이 돌아왔다 | 저녁 한 끼 | 수많은 나무 | 이 마을을 남겨두고 | 바람만 남다 | 눈을 감고 길을 걷다 | 아버지 | 목수 | 저지대 | 흙담 한 토막 | 못 버틴 개들 | 두 마을 | 사람을 헤아리다 | 게으름뱅이의 마을 | 성장 | 커다란 나무뿌리 | 사람을 알아보는 새 | 우리 집 그 길 | 비탈에 자리한 마을 | 대문을 만들다 | 멀리서 들리는 문소리 | 황폐해진 집 | 대지에 떨어지는 해 | 땔나무 | 나의 죽음 | 이생의 증거 | 나는 무엇을 막는가 | 마지막 시간
책속에서
한번은 모래 등성이를 지나다가 몸이 기운 채로 자라는 호양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줄기가 사발만큼 굵은 걸 보니 이미 5~6년을 비스듬한 몸으로 살아온 듯했다. 나는 새끼줄을 찾아 옆에 있는 느릅나무에 묶고 안간힘을 써서 호양나무를 곧추세웠다. 이 일을 해내고는 자리를 떴다. 2년 뒤에 다시 와보니 기울었던 나무가 곧게 자라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주 꼿꼿하고 튼실해 보였다. 그런데 이 나무를 당겨 펴준 느릅나무가 기울어 있었다. 나는 두 나무의 자람새를 바꾸었고, 이제는 누구도 이들을 바꿔놓을 수 없다.
말과 사람은 같은 일을 하면서 한평생 살아가곤 한다. 긴긴 세월 함께 일하며 말과 사람은 동시에 늙고 약해진다. 노인이 말을 끌고 마을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사람은 늙어서 말을 못 타고, 말도 늙어서 사람을 못 태우지 싶다. 사람과 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후의 어스름한 시간 속을 걸어간다.
동쪽 사람이 해가 완전히 떨어졌다고 여길 때 해는 서쪽 집 뒤편에서 뉘엿거리고 있다. 낮은 흙집 몇 채로도 충분히 사람들 눈이 가려진다. 서쪽 사람이 해가 아직 안 떴다고 여길 때 동쪽 사람은 이미 아침 햇살을 흠뻑 마셨듯이 말이다. 서쪽 사람의 저녁은 길고 밤은 비교적 짧다. 동쪽 사람은 새벽이 일찍 찾아오기에 낮이 그만큼 길다. 앞뒤를 헤아려보면 결국 똑같다. 일찍 깬 사람이 일찍 잠든다. 하지만 지극히 미미한 오차가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