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일반문학론
· ISBN : 9791169190169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22-07-15
책 소개
목차
축사
발간사
서문
1부 경계 허물기와 윤리적 공존
01장 「콩쥐팥쥐」 이야기에 나타난 재혼가족 재현의 변화
1. 「콩쥐팥쥐」 이야기와 재혼가족의 재현
2. 조선시대 재혼가족과 여성에 대한 시선
3. 이야기의 변이와 재혼가족 재현의 변화
4. 비판적 독해가 요구되는 ‘현재’의 「콩쥐팥쥐」 이야기
02장 개인사에 새겨진 시대를 증언하는 여성서사, 영화 <벌새>
1. 영화 <벌새>를 향한 이례적인 주목과 반향
2. 반복되는 폭력의 원형(原型)-가부장제
3. 타자의 철학, 책임의 윤리학으로 연결되는 여성 성장서사
4. 각성과 성장의 기반에 자리한 페미니즘
03장 광주학생독립운동과 문학의 상관성
1.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의 운동
2. 비밀결사와 문학
3. 차별에 대항한 문학
4. 일제강점기의 작가적 소명
04장 제주 우도에서 미야케지마까지 디아스포라 장소 담론
1. 장소와 공간
2. 디아스포라 문학의 경계 넘기
3. 이주하는 사람들: 국가장소 상실
4. 소멸과 탄생
5. 상생을 꿈꾸며
05장 포스트디아스포라, 한국어문학의 새로운 접경-박미하일론
1.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고려인 문학
2. 고려인 3세대 작가의 화두
3. 박미하일의 작품세계
4. 국적없는 메트로폴리스의 예술가
2부 인간탐색과 공감의 윤리
06장 박인환 시에 나타난 ‘희망’과 ‘불안’의 두 세계
1. 연대의식을 통한 ‘희망’으로서의 여정과 ‘불안’의 태동
2. 세계 속에 ‘내던져진’ 자아와 ‘불안’의 개시(開示)
3. 죽음으로의 이행을 통한 본래적 존재의 회복 의지
07장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악마』에 나타난 ‘악마’의 실체
1. 강박관념에 숨겨진 ‘타나토스’
2. 2층, 그 불안한 공간
3. 사이키의 망상이 그려낸 테루코
4. 스카톨로지, 그 죽음의 동일시
5. 악마의 실체
08장 대비적으로 고찰한 한·중 근대지식인 우울 모티프 고백소설
1. 근대문명과 지식인의 우울
2. 근대지식인들의 재일 유학시절과 귀국 이후의 모습
3.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살펴본 근대지식인 재현 양상
09장 네덜란드 황금시대, 하녀의 진주 귀걸이
1. 소설적 상상력과 영화적 변용
2. 네덜란드 장르화 속 하녀
3. 회화의 소설적 재현
4. 소설의 영화적 변용
5. 상류층만의 황금시대
3부 연대와 상생의 사유
10장 인공지능(AI) 챗봇(chatbot)을 다시 생각하다
1. 언어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AI) 챗봇(chatbot) 보기
2. 희곡 작품 <피그말리온 (pygmalion)>이 제시하고 있는 인공지능 챗봇과의 연관성
3. <피그말리온(pygmalion)> 속 일라이자(Eliza)와 인공지능 기반 챗봇의 언어인류학적 분석
4. 인공지능(AI)기반 챗봇(chatbot)의 과제
11장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과 캐릭터
1. 로봇소설과 『아이 로봇』
2. 아시모프와 로봇공학에 대한 상상력
3. 로봇을 활용하는 인간들
4.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
5. 논쟁을 유발하는 『아이 로봇』
12장 팬데믹 사회의 감정구조와 미학적 대응
1. 팬데믹 사회의 감정들
2. 감정구조와 정동 정치에 대한 이론적 접근
3. 소설을 통해 본 팬데믹 사회의 감정구조
4. 팬데믹 이후의 삶을 위하여
13장 근대계몽기 시가를 통해 본 위생 담론과 그 표현방식
1. 은유로서의 질병
2. 근대계몽기 위생의 이미지
3. 『대한매일신보』에 나타난 위생 담론과 그 표현방식
4. 근대계몽기 위생 담론
14장 현대시에 그려진 신화의 세계
1. 신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
2. 시로 그려진 신화 세계
3. 둥바로서의 시인
저자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생산된 다양한 소설 작품들은 장편이 아닌 단편들이 주를 이루고, 이 또한 대부분 앤솔로지(anthology) 형식으로 출판된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출판된 후 한국어로 번역, 소개된 데카메론 프로젝트(2020)나 한국 작가들이 쓴 쓰지 않을 이야기(2020)와 SF 소설집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2020) 등과 같은 팬데믹 앤솔로지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데카메론 프로젝트의 출판에 참여한 총 29명의 소설가가 국적과 지역이 미국, 캐나다뿐 아니라 모잠비크, 에티오피아, 브라질, 파키스탄, 칠레 등 출신 지역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때문에 글로벌한 하나의 공통된 사건으로서 팬데믹을 다양한 지역,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감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편집자는 1353년 조반니 보카치오가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을 피해 이탈리아 피렌체 외곽에서 젊은이들이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를 담은 액자소설 데카메론에서 영감을 얻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쓰고 있다. 이들 앤솔로지들은 복잡한 서사 구조보다는 단순하고 단선적인 플롯으로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팬데믹 이야기들(pandemic stories)은 사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안정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팬데믹 이야기들은 여러 국적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위치 안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변화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정동(affects)을 ‘즉각적으로’ 증언하고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데믹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작가들은 팬데믹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내고 또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향한 미학적–정동적(aesthetic-affective) 실험을 감행한다. 실제로 팬데믹 앤솔로지들의 기획 의도를 보면, 대부분 팬데믹 상황에 대한 문학적 응전으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논할 때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팬데믹 이야기들이 포착하는 감정과 정동들에 주목한다. 팬데믹 현상이 글로벌한 사건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관통하는 공통의 감정구조로 재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기실 팬데믹 이야기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감정들은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인 팬데믹을 역사적으로 중언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감정에 대한 분석은 그 자체로 팬데믹 사회의 변화를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팬데믹 앤솔로지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분석해냄으로써 팬데믹 사회의 공통 감정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포스트 팬데믹 사회의 윤리와 정치를 생각하는 계기로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시력으로는 볼 수 없는 미시적인 실체로서, 바이러스 자체는 인간의 신체감각 장(場) 안에서 포착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아마도 이 점은 세계의 모든 작가들에게 주어진 공통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이처럼 재현할 수 없는 미시 실체를 마주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해, 어떻게 이토록 작은 실체가 거대한 도시와 인간의 삶을 변형시켜 갔는지 추적함으로써 팬데믹 사회의 진실을 묘파하고자 한다. 실제로 팬데믹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감정 중 하나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관한 것이다. 말하자면 팬데믹 이야기는, 재현할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회와 도시, 일상에 천착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동시대인의 삶과 감정을 증언하고 나아가 팬데믹 사회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공통된 실존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작가들은 유례가 없는 팬데믹 상황을 단순히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사건으로 기록하기보다 현실 내부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던 사회적 모순들과 결합해 이해하고자 하는 시선을 드러낸다. 이러한 생각 역시 주목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팬데믹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은 팬데믹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한 사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 즉, 많은 논자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을 계기로 팬데믹 이전부터 우리 내부에 존재해 오고 있었던 문제들을 더 깊이 사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인간중심주의로 인한 생태적 위기, 신자유주의 사회의 불안정성(precarity), 계층적 불평등과 연대의 빈약함 등이 팬데믹 사회를 관통하는 정치적·윤리적 물음으로 재사유되고 있다. 이러한 사유의 이면에는 다양한 현대사회의 모순들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가 자가 증식하고 있었다고 하는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가령, 슬라보예 지젝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을 “잠재적으로 병원체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 메커니즘, 산업화된 농업, 전 지구적 경제의 급속한 발전, 문화적 관습들, 국제적 소통의 폭발적 증가 등의 집합체”라고 보았다. 이는 감염병이 “자연적, 경제적, 문화적 과정들이 복잡다단하게 서로 묶여 있는 하나의 혼합체”라는 시각이다(슬라보예 지젝, 2020:142) 따라서 팬데믹 앤솔로지를 분석하는 것은 현 사회의 감정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우리 시대의 다양한 모순들을 마주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팬데믹 이야기를 관통하는 세계 감정으로서의 공통 감정과 공통적인 사유방식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한다. 주목할 것은 바이러스라는 재현할 수 없는 대상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이다. 즉, 팬데믹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한 사회의 느낌들이 정동적으로 조율(affective attunement)되는 과정이 발생한다. 가령, 앤솔로지에 담긴 다양한 목소리들은 서로 얽히면서 공명하는 문학적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질적인 차이들에서 출발하는 팬데믹 이야기들이 마치 하나의 모자이크처럼 결합하면서 비록 특정한 실체와 목적을 표명한 바 없음에도 현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공통된 물음들을 던지는 과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는 브라이언 마수미(Brian Massumi)가 말한 파국 장에서 여러 다양한 목소리들이 조우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동 정치(politics of affects)가 출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은 팬데믹 사회의 공통된 감정구조를 포착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를 새로운 미적 정동 정치의 가능성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구체적인 분석 텍스트는 앞서 언급한 2020년 팬데믹 한가운데에서 미국에서 출판된 세계 여러 작가가 참여한 작품집 데카메론 프로젝트, 한국에서 출판된 쓰지 않을 이야기,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등 세 권의 앤솔로지를 선정했다. 이들 작품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팬데믹 이야기들이 아직 팬데믹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팬데믹을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는지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작품 분석에 앞서 문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감정과 정동, 그리고 감정구조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문학이 수행하는 정동 정치가 무엇인지, 그 이론적 맥락을 간략히 검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