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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서양사 > 서양고대사
· ISBN : 9791169740227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05-30
목차
✤ 프롤로그 –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 ……… 7
PART 1 모든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 서구지식인들에게 그리스문화는 우리의 공맹孔孟 ……… 16
∙ 진보는 굉장히 근대적인 정서 ……… 22
∙ 고대 그리스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였나? ……… 26
∙ 그리스인과 야만인의 차이는? ……… 29
PART 2 페리클레스와 아테네의 황금시대
∙ 그리스의 ‘클래시컬 골든 에이지’ ……… 36
∙ 나폴리는 그리스 도시? ……… 42
∙ 페리클레스와 아테네 민주주의 ……… 50
∙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는 오늘날의 뉴욕 ……… 54
∙ 서사시와 고전비극 ……… 65
PART 3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그 여파
∙ 페리클레스의 죽음 ……… 76
∙ 악몽으로 끝난 시라쿠사 원정 ……… 81
∙ 알키비아데스의 최후 ……… 86
∙ 아테네의 패배와 민주주의의 위기 ……… 89
PART 4 소크라테스는 왜 독배를 마셔야 했나?
∙ 서구사상 최초의 세계대전이 남긴 후유증 ……… 98
∙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이란 무엇이었나? ……… 102
∙ 자신의 목숨을 건 재판에서 잘난 척 하는 소크라테스 ……… 107
∙ 소크라테스가 친구에게 닭 한 마리를 갚아달라고 한 이유 ……… 112
PART 5 플라톤은 몽상적 공산주의자?
∙ 아테네에서 가장 똑똑한 레슬링 선수 ……… 120
∙ 이데아란 도대체 무엇인가? ……… 126
∙ ‘국가’는 플라톤 철학의 정수 ……… 132
∙ 나라에서 시인을 추방하자! ……… 137
∙ 국가론 외에는 모두 가치있는 책, ‘국가’ ……… 142
PART 6 민주주의 아테네와 군국주의 스파르타의 기원
∙ 300이 백만을 막아낸 나라 ……… 150
∙ 그리스인들도 이상하게 생각한 나라, 스파르타 ……… 154
∙ 고대사회의 전투적 공산주의 ……… 159
∙ 아테네인의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 것 ……… 163
∙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남한과 북한? ……… 168
PART 7 알렉산더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
∙ 스파르타의 몰락 ……… 176
∙ 실용적인 학생, 아리스토텔레스 ……… 182
∙ 아리스토텔레스의 학교는 종합대학 ……… 185
∙ 논리학과 미학의 아버지 ……… 191
PART 8 어딘가 현대적이었던 헬레니즘 세계
∙ ‘헬레닉’과 ‘헬레니스틱’의 차이 ……… 200
∙ 알렉산드리아, 가장 현대적인 고대도시 ……… 204
∙ 중세 이전 가장 과학이 발달했던 시대 ……… 208
∙ 스트레스에 지친 도시인들을 위한 철학 ……… 215
✤ 에필로그 - 로마인과 그리스인의 차이 ……… 219
✤ 찾아보기 ……… 222
✤ 참고문헌 ……… 226
저자소개
책속에서
- 프롤로그 -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 우리의 법률, 문학, 종교, 예술은 모두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We are all Greeks. Our laws, our literature, our religion, our arts have their root in Greece.”
- 퍼시 비시 셸리, 극시劇詩 <헬라스Hellas>의 서문에서
- Percy Bysshe Shelley
실제로 그렇습니다. ‘프랑켄슈타인’으로 유명한 메리 셸리의 남편이자 19세기 영국 낭만주의의 대표 시인인 퍼시 비시 셸리의 말은 120% 정확합니다.
우리가 서양이라고 부르는 문명의 기초는 오래전 발칸반도 끄트머리에서 시작해 터키 서해안을 중심으로 지중해 인근 전역에 퍼져 살았던 그리스 사람들이 닦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어도 ‘서구 문명’만을 보면, 법률, 문학, 종교, 예술뿐 아니라 정치, 외교, 경제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 분야에서 2,500년 전의 그리스가 일종의 준거점 역할을 합니다.
문학과 예술, 인문학, 무엇을 다루든지 모든 고전은 그리스로 통합니다. 호메로스는 모든 서구문학의 시작이며, 소포클레스와 유리피데스는 모든 비극의 원형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테네의 데모크라티아 Democratia에서 유래한 말이고, 심지어 군주제도 그리스어 모나르키아 Monarchia에서 온 개념입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핵심개념 중 하나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물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란 무서운 저주를 타고난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에서 유래한 개념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삼부작을 읽은 이라면 프로이트가 이 용어를 꺼내자마자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근대의 시작을 알린 ‘르네상스’도 그리스-로마 문화를 되살리자는 운동이었습니다.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를 비롯한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자’들은 외딴 수도원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자고 있던 그리스어 필사본을 찾아다녔고, 토마스 아퀴나스를 필두로 한 스콜라 철학자들은 코르도바 궁정을 거쳐온 아베로에스의 아리스토텔레스 해설집을 보물처럼 아끼며 읽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신들을 모델로 삼아 조각의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면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상을 만들지 못했을 터이고, 호메로스와 소포클레스가 없었다면 셰익스피어도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없었다면 기독교도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 종교가 아닐 것입니다.
르네상스 이래 서구 지식인들은 누구나 어릴 적부터 그리스 고전을 읽었고 그리스문화에 통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잘 기억해보세요. 소위 서양의 ‘고전’이라고 하는 책을 읽으면 중간중간에 꼭 고대 그리스 이야기가 나오지 않던가요?
그리하여 소위 ‘개화’ 이래 본격적으로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고, 서구에서 유래한 제도를 운용하는 우리 역시 좋든 싫든 2,500년 전의 그리스에 관해서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당장 플라톤의 <국가>나 소포클레스의 희곡집을 집어들기에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어요. 불행하게도 이 장벽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정도로는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리스는 서구 문명의 뿌리이지만 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오늘날과는 상당히 다른 관습과 제도, 멘탈리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테면 플라톤의 <국가>나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읽기 위해서는 당시 그리스 사회의 구조와 그리스인들의 공통된 사고방식까지도 배경 지식으로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 공부 입문’를 위한 약간의 준비운동과 힌트, 그리고 정교하고 컴팩트한 가이드북이 필요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이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입니다.
2023년 5월 곽작가
- 에필로그-
페리클레스가 죽자 아테네의 황금시대는 끝났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자, 그리스의 몰락세가 완연해졌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제압하고, 레욱트라 전투에서 테베가 스파르타를 물리치고 헤게모니를 잡았지만, 이 헤게모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집니다. 이후 그리스는 북방의 야만인 필립포스와 그 아들 알렉산드로스의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정체政體는 힘을 잃었지만 그리스 문화는 알렉산드로스와 함께 더 멀리 뻗어나갔습니다. 그의 정복사업과 더불어 서쪽으로는 이탈리아의 마그나 그라키아에서 동쪽으로는 페르시아를 넘어 인도 변경까지 플라톤과 유리피데스가 알려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의 죽음 이후에도 그리스는 유럽과 이집트, 소아시아를 아우르는 넓은 땅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리고 마침내 알렉산드로스가 남긴 제국을 분할했던 장군들의 시대가 끝나자 로마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그리스는 로마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았습니다.
셸리가 쓴 ‘헬라스’의 서문에서,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의 다음 문장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리스가 없었더라면, 선생이자 정복자, 혹은 우리 조상들의 고향도시인 로마는 품안에 빛나는 지혜를 담지 못했을 것이며,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야만인이자 우상숭배자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역시 셸리의 말이 맞습니다. 그리스가 없었다면 로마는 그저 힘센 야만인들의 제국에 불과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중원을 정복한 민족들이 모두 한나라의 문화를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듯이,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탄생한 그레코-로만Greco-Roman 문화는 오늘날까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8세기경 이탈리아의 티베르 강가에서 태어난 로마는 천년의 세월 동안 공화국과 제국의 모습으로 지중해 주변을 지배하다가, 476년에 이르러 야만족에게 유럽을 빼앗기고 아시아땅에서 ‘비잔틴 제국’이라는 별명을 달고 또다른 천년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와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로마가 멸망한 후에도 서양의 ‘로마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서, 볼테르의 말마따나,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닌 ‘신성로마제국’의 시대까지 이어졌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서구인들은 왜 그리도 ‘로마’라는 이름에 집착했던 걸까요? 답은 쉽고도 분명합니다. 서구 역사상 로마는 가장 강하고, 가장 찬란한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서구인들에게 그리스가 문화적 고향이라면, 로마는 정치적 고향입니다. 로마의 몰락 이래 모든 서구 정치가들은 누구나 로마를 이상理想으로 생각했습니다. 샤를마뉴나 오토 황제가 별 실속도 없이 로마 황제를 참칭한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근대가 오기까지, 아니 근대에 와서도 한참 동안 로마는 모든 정치적 담론의 규준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루소의 ‘사회계약론’ 등 정치학의 고전을 읽어보세요. 조금 과장해서 전부 로마 이야기입니다. 로마의 형성, 로마의 제도, 유명한 로마인의 일화 등등… 18세기말 미국혁명을 주도한 개국공신들Founding Fathers이 모델로 삼았던 체제가 공화국 시절의 로마였다는 사실은 유명하지요. 현재 세계 최강의 국가가 로마를 모범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담이지만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신시내티회’라는 사적인 모임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신시내티’는 추신수가 선수로 뛰던 ‘신시내티 레즈’의 그 신시내티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초창기 로마의 공신 중 하나인 신시나투스Cincinnatus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시나투스는 두 번이나 왕이 될 기회를 마다하고 공화국 시민으로 돌아간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싱턴은 바로 이 사람처럼 불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옆길로 조금 샌 느낌인데요. 결론은 “그리스 다음에는 로마를 공부하자”입니다. 서구 역사상 가장 강하고, 가장 찬란했던 나라, 로마. 독자는 이미 <그리스>를 읽었으니, <로마>는 좀 더 쉬워졌습니다. 로마 군단은 독창적인 제도였지만, 로마 문화 전반은 그리스 문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쓴 다음 가이드북을 읽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