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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0220220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6-01-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서른의 체증 (滯症) 6
술 마시는 밤, 당신이 발효되는 시간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14
멋있는 어른 19
마음 세수 23
발효 28
성공한 삶이란 31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 35
조커는 바로 나 42
술은 술로, 사람은 사람으로 46
꼰대 주의보 53
믿고 믿고 59
또 믿기 59
My way 66
그래, 나 취했는지도 몰라 71
맑갛게 피어나는 투명한 향기
뭘 해도 괜찮을 나이 80
한 끗 차이 86
삶의 약도 89
더 넓은 사람 94
모든 게 똑같다고 해도 99
사촌오빠가 생겼어요 104
혼자만 알면 재미가 없어요 107
내일의 내 일 111
안 돼서 되는 날 120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 130
제주 막걸리 예찬 136
다움 139
어느 평범한 대화 기록 144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148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삶 155
더 진하게, 더 깊게, 더 강렬하게!
할아버지 냄새 168
술이 나를 마실 때 173
토 178
금정산성 막걸리와 인연 180
말 조심들 합시다 188
상스러운 시작? 상서로운 시작! 194
주령구를 굴려라 197
여기도 저기도 204
첨성대 할아버지 209
증류인간 213
풍류여아 219
내 사람 228
지금 우리의 술 232
좋은 술, 나쁜 술, 이상한 술 236
경진이와 별의 추천술 241
에필로그: 서른의 맛, 서른의 걸음 250
책속에서
P는 우리 술을 배우고자 8개월 전 이곳에 찾아 온 젊은 남자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첩첩이 둘러싼 산뿐인 이곳에서 생활하며 양조장 일을 돕고 있던 그는 간만에 찾아 온 또래 손님인 우리를 살갑게 대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귀를 막으려 우리에게 소리쳤다.
"야아~ 나 그 동안 깨끗하고 좋은 것만 접하며 살고 있었는데, 너희들 왜 여기 와서 그런 안 좋은 소리만 하는 거야. 아 내 귀를 씻고 싶다."
예상하지 못한 그의 말에 나는 멍해졌다.
'귀를…… 씻고 싶다고?'
"글쎄, 막 너무 좋고, 싫고 그런 것은 없어. 우연히 '집에서 만든 술은 숙취가 없다'는 말을 듣고 직접 한번 만들어볼까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우다 보니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계속 배우다 보니 벌써 수년 째 여기서 이러고 있네. 그냥 술을 빚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걱정도 다 사라지고…… 글쎄, 인연이었던 것 같아."
'막 너무 좋고, 싫고 그런 것은 없다'는 말이 내 가슴을 쳤다. 운명이 아니라 '인연이었던 것 같다'는 덤덤한 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