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7037059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03-19
책 소개
목차
산재사망사고 연표.
분향소에서 나오는 길에 생각했다.
문송면은 열일곱 살에 죽었다.
길 곳곳에 봄꽃이 흔들렸다.
불은 지하 1층에서 시작되었다.
그건 무너진 채석장에서 왔다.
사람들이 떠내려갔다.
그 문만 있었어도 다섯 명은 살았을 걸요.
300kg짜리 컨테이너에 짓눌린 그를 발견한 건 아버지였다.
영정은 한 개였다가 수십 개로 늘어섰다.
그는 안전벨트를 맨 채 숨졌다.
그의 죽음은 단순 변사로 처리되었다.
그 밤은 보여줄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누구도 아닌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떤 죽음들은 굳이 기억되지 않는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그랬다. 2022년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은 130,384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223명이다. 1,349명이 질병으로, 87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매일 하루에 6명씩 사람이 죽는다. (…) 이런 숫자들은 기록되어도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지가 된다. 불火 또는 불길不吉이나 그을음 또는 추락,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흰 국화꽃과 눈물의 사진들이 된다. 죽음은 보이지 않고 숫자가 되었다가 사진이 되었다가.… 그마저도 사라지면 남는 것은 그저 풍경이었다. 죽음의 인과도 서사도 희미해지고 그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열화되는 자리들.
이건 기억일까 예감일까, 어제일까 오늘일까. 이건 정말 우리의 현재와 분리할 수 있는 것일까? 죽음이 타인의 고통으로 무감한 숫자로 흔한 이미지로 아무 것도 되지 못할 풍경이 되었다 해도 끝내 아무도 웃지 못하면서 우리는 정말 안도할 수 있었던가. 살아남았나. 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함께 기억하는 일도 잊는 일도 온전히 해보지 못한 우리의 자리는 무엇이 될까? 그것을 알 수 없어 남은 풍경을 보러 다녔다.